5·18항쟁 상처 극복해 가는 가족 일대기
소설가 최문경 장편 ‘아이디어 샘’
5·18 스토리 담은 대하 9권 출간도
입력 : 2024. 05. 27(월) 17:39
소설가 최문경씨의 제46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아이디어 샘’(문예바다 刊)이 최근 출간됐다. 이 장편은 제46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 당시 사고의 치밀성과 정확한 묘사가 마치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한 동양자수를 보는 것과 같은 성실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장편소설 ‘아이디어 샘’은 5·18광주민중항쟁으로 상처입은 가족이 후에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이 밀도있게 그려진다. 김세준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5·18항쟁에 대한 간접적 언급이 이뤄진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5·18때 계엄군의 폭력으로 불구가 돼 나중에 도박에 빠지는 등 일탈의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된다. 김세준 역시 온전치 않은 일상에 놓여진다.

5·18의 트라우마는 온 가족을 따라 다니며 오랜 기간 괴롭힌다. 아이디어샘이라는 하나의 틀 속에 계엄군의 총알받이가 된 시민들과 소녀, 고시에 연이어 낙방하는 형, 때마침 약혼의 파혼을 겪은 은행원이었던 여동생 순민 등 질곡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다. 가해자인 전두환은 떵떵거리며 살아갔다. 끝까지 광주시민들에게 사과 한 마디 않은 채 떠나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인지하는 내용이다.

그로 인해 김세준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흔으로 남아있는 5·18항쟁에 대한 가해자와 피해자간 극명한 대비의 현실 속에서 한 가족이 5·18항쟁의 아픔을 꿋꿋하게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1980년 5월, 민주항쟁 나흘째 되던 날 오후 1시경 계엄군은, 전남 도청에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애국가를 따라 부르던 해맑은 어린 소녀를 향해 총을 쏘았다. 소녀가 쓰러진 후에도 계엄군은 조준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총알받이가 된 시민들과 소녀. 그 기억 때문에 형은 트라우마로 고시 낙방을 거듭했었다. 세준은 어린 시절 형이 들려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아이디어 샘’에 담았다.’(본문 17쪽 일부)

소설가 최문경
이 아이디어샘에는 5·18로 인해 해체에 가까울 만큼 큰 타격을 입은 상처입은 가족이 어떻게 그 아픔을 치유해나가는가를 알 수 있게 꾸몄다.

수상자인 소설가 최문경씨는 경북 고령 출생으로 경희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91년 문예지 등으로 등단, 단편소설집 ‘파랑새는 있다’와 ‘어머니의 부표’, 장편소설 ‘장마는 끝나지 않았다’·‘물한실’·‘나홀로 가는 길’·‘귀호곡’, 소설집 ‘파랑새는 있다’·‘어머니의 부표’·‘압구정의 민들레’·‘숨어 우는 바람 소리’ 등 다수를 펴냈다.

제1회 문예바다 문학상과 제5회 직지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소설가협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제5회 직지소설문학상과 손소희문학상, 제6회 박종화문학상, 제46회 한국소설문학상, 광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광주문인협회 소설분과 위원장과 한국소설가협회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계간 ‘문예바다’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광주시민(시보)에 7년 연재한 대하 장편소설 ‘수채화 속의 나그네’(전 9권)를 계간 문예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책명으로 출간하기로 했다. 현재 1권은 출간됐고, 나머지 8권은 순차적으로 펴내기로 해 조만간 출간이 완결될 것으로 보인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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