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4월 위기설’ 도는 PF시장, 출구 전략은
정현아 경제부장
입력 : 2024. 04. 14(일) 18:34
건설업계에 ‘총선 후 위기설’이 번지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정부가 그동안 억눌러왔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이 총선 이후 대거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건설업 연쇄 부도설의 중심에 있는 PF 대출 만기 시점이 4월에 몰린 것으로 알려져 불안감이 크다. PF 대출을 일으킨 건설사부터 돈을 빌려준 금융권까지, 연쇄 부도를 맞게 될 경우 또 한번의 경기 하강이 불가피하다는 공포감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건설업계는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미분양 주택이 늘고 부도에 내몰린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

PF대출 연체율은 2022년말 1.19%에서 2023년말 2.70%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134곳으로 전년 동기(119곳) 대비 12.6% 늘었다.

이미 시공능력 105위 새천년종합건설, 122위 선원건설 등 건설사 7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 중 5곳은 부도 처리됐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룹 지원 아래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건설업 의존도가 높은 광주·전남지역의 상황은 더욱 위태롭다.

지난해 말 중견건설업체인 해광건설의 부도를 시작으로 광주와 전남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법원의 기업회생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해광건설과 거송건설, 계원토건 등 3곳에 이어 송학건설과 세움건설 등 2곳에 회생을 시작하기 전 자산을 동결하는 절차인 법원의 포괄적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법인회생을 신청한 토담건설의 경우 최근 회생절차 폐지결정이 내려져 공적 구조조정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재기 방안을 찾아야 하는 지경에 몰렸다.

보증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 도급순위 99위의 한국건설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최근 오피스텔 등 광주 4개 건설 사업장의 사업포기서를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제출했다.

분양보증사고는 주채무자의 정상적인 주택분양계약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발생한다. 해당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반환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이들 업체가 벼랑 끝에 몰린 이유는 대부분 고금리와 부동산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산업 여건은 악화하는 분위기다. 얼마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미분양 주택은 4620가구로 한 달새 2.96% 더 늘었다. 금리인하 속도는 더딘데 고물가 행진에 각종 건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는 뛰고 있다. 광주의 경우 경기 부진에도 미분양주택이 1000가구 아래로 안정세를 보여왔지만 민간공원 특례공급 물량이 대거 풀리는 시점이어서 청약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4월 위기설’을 두고 정부는 ‘위기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앞세워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건설사 PF 사업장 토지를 매입하는 등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앞서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도 유동성 공급과 만기 연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PF발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주택건설업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계에서는 PF대출 금리 인하, 근본적으로 거래를 회복시키기 위한 취득·양도세 등 세제 감면혜택 같은 긴급 처방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건설사들이 부동산 호황기에 벌인 사업으로 초래한 부실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고 PF 부실을 틀어막기 위해 금융업계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우려가 크다.

혼란의 PF시장이 연착륙하도록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부실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소생 가능한 사업장은 자금이 돌게 하는 묘수 찾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지방 건설업체의 부도가 이어진데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부동산경기 회복을 위해 추진해온 핵심 정책이 동력을 잃지 않을까 불안감이 크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지방의 우수 사업장, 우량 기업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핀셋 지원’에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이 이달 말 발표하는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안에도 지방을 위한 대책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광남일보 @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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