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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란 어떤 음악인가
조가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2024. 02.15. 18:26:00

조가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

[기고] 만약 외국인 친구가 ‘판소리’가 어떤 음악인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판소리를 직역하자면 판과 소리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판에서 소리를 한다는 말이다. 대부분이 공연예술은 공연장 즉, 무대에서 이뤄지기에 판소리 또한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원래 태동기의 판소리 공연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였다.

예를 들어 시장이 됐든, 어떤이의 잔치집이 됐든 돗자리 하나를 펴놓고선 소리를 하는 형태, 굳이 예를 들자면 요즘 유행하는 ‘버스킹’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자와 관람객이 분리돼 있는 형태가 아닌, 관람객이 공연자들을 둘러 앉아있는 그림이 되며, 그렇게 되면 공연자와 관객과의 소통이 훨씬 쉬워진다.

특히 ‘얼씨구 좋다’ 등 추임새를 넣는 등 관객이 공연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물론 거의 무대예술이 돼버린 지금도 이 점은 별 반 다를지 않다.

판소리라는 말이 보편성과 당위성을 얻고 그렇게 불리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말로 보인다. 판소리 공연이 이뤄지는 ‘판’이 생성되려면 창자(노래하는 사람), 고수(북 반주 하는 사람), 청중이 있어야 하고 판소리의 3요소는 성음(음색), 길(음조직), 장단(리듬)이다. 창자가 올바른 성음과 길로 소리를 하면, 고수는 탁월하고 안정적인 장단으로 이를 반주하며, 객석에서는 추임새가 터져나오는 것이 판소리인 것이다.

또한 판소리는 그 가사의 내용이 바로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서사적인 이야기 안에서 각 노래마다 인간사의 교훈이 담겨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춘향가는 남녀간의 사랑, 심청가는 부모님에 대한 효도, 흥보가는 형제간의 우애, 수궁가는 군신간의 충절, 적벽가는 벗들과의 우애를 각기 교훈으로 담고 있다.

판소리는 ‘시간예술’이다. 그림이나 건축물을 ‘공간예술’이라고 하는 것처럼, 판소리는 언제나 같은 모습이지 않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판소리의 미학적 가치기준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공연하는 때에 따라 현장성, 상황성 등을 고려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은 춘향가를 오늘 부르고, 일주일 뒤에 다시 부른다고 하더라도 현장성과 창자의 역량 및 음악적 해석에 따라 서로 다른 춘향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 판소리의 흥미로운 점이다.

가령, 춘향가의 이별 대목을 부르는데, 어떤날은 정말 슬픈 계면조로 부를 수도 있고 어떤 날은 꿋꿋한 우조 느낌으로 부를 수도 있다.

이러한 판소리의 미학적 관점들을 설명하는 용어가 ‘이면’이라고 한다. 판소리 비평같은 글들을 보면 ‘이면을 잘 그렸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이면을 잘 그린 판소리가 빼어난 판소리라는 평을 받는다. 판소리의 이면을 그리는 역량, 다시 말해 상층구조인 극정상황(이야기)을 하층구조인 음악으로 설명하되, 그 것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기법은 고정된 것이 아닌 창자 개개인의 사고와 음악성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흔히 판소리의 전성기였을 것이라 추측하는 19세기에 판소리를 불렀던 전문인들을 우리는 ‘광대’라고 불렀다.

이들은 판소리를 통해 민족의 애환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고 그 예술로 생계를 꾸렸던 직업인들이었다. 제대로 된 광대 한 명이 탄생하려면 보통 15년에서 30년정도의 피나는 수련 기간이 필요했고, 이런 수련과정을 거치고도 진정한 명창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을 만큼 어려운 예술이 판소리였다.

모차르트는 1756년 태생이므로 판소리의 태동과 비슷하거나 약간 선배일텐데, 우리나라 특히 젊은 층 사람들의 인식은, 모차르트 음악은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판소리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상투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앞날에 우리의 전통예술로 판소리가 생명력을 갖느냐, 못 갖느냐, 혹은 보편적인 우리 음악으로써 그 맥을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인식과 태도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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