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임영진 사회교육부 차장대우
입력 : 2023. 09. 21(목) 18:32
[취재수첩] 지난 주말 지역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사건은 영암의 한 농가에서 50대 가장이 부인과 장애 아들 3명 등 4명을 흉기로 숨지게 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한 현장이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수사 내용을 보면 피의자로 추정되는 김모씨(59)는 다른 마을에 사는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김씨는 경찰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정보공개청구와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면서 조만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었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이 없다는 현장 감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의견 등을 토대로 김씨가 처자식을 살해한 뒤 주방에 있던 농약을 마셔 음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유서나 심경이 담긴 글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김씨가 법적 처벌을 받을 경우 온 가족이 극심한 생활고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비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사건 당시 세 아들과 아내가 김씨에게 저항한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이 사건을 대하는 많은 국민의 감정은 지난해 6월께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앞바다에서 부모와 함께 숨진 조유나양(사망당시 10세) 사건과 오버랩 된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의 결과라는 데서 비롯된 사건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공존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제자리걸음이다.

세상 어떤 것보다 존귀하고 특별한 것이 부모와 자녀 관계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의 생명권을 경시하거나 침해할 권리는 없다. 엄연하게 자식은 부모와 독립된 인격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무리 부모라고 하더라도 자녀의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결정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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