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말고 집에 살고 싶다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입력 : 2023. 09. 13(수) 18:32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기고] ‘관에 들어가는 기분이야’ 서울로 이직한 지 1년이 된 필자의 친구가 했던 말이다.
친구는 19.8㎡(6평)이 채 되지 않는, 방이라고 해도 너무 작은 곳에 살고 있었다. 관리비를 포함한 월세 55만원을 매달 지출하며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면 동시에 뺄 물건을 고민해야 하는 그런 집에 친구는 홀로 살고 있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반지하주택에서 세 모녀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같은해 동작구 반지하주택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 명도 폭우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정부는 2023년 공공임대주택 정책예산을 전년 대비 5조7729억원을 삭감했다. 그리고 분양주택 등에 대한 지원 예산은 1조1138억원 가량 증액했고, 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의 규모가 됐다.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주거정책의 기조를 소유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타격을 정면으로 받은 세대는 2030 청년층이다. 2021년 한 해 청년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적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주거 형태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만 20~34세 청년 가구 중 임차 가구는 77.4%, 자가는 17.2%다. 일반 가구의 경우 임차는 38.1%, 자가가 58.0%로 집을 소유한 비중이 더 높았다. 청년 임차 가구의 주거 형태를 보면 월세가 64.9%, 전세는 35.1%였다. 청년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차료(RIR)는 17.7%를 기록했고, 수도권 거주 청년 가구의 경우 19.8%에 달했다. 매달 소득 중 5분의 1을 주거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어렵게 방을 얻은 청년들의 주거 형태는 어떨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Ⅱ(2022년 12월)에서 전체 청년(19~34세) 중 17%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환경에 거주하고 있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1인 가구 최저 주거기준 14㎡(4.2평)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평균 주거기준이 돼버렸다. 최저임금이 청년의 임금인 것처럼 청년의 집 또한 최저 주거기준에 맞춰 결정된다. 최저 기준은 평균이 됐지만, 좁은 크기만큼 집세는 저렴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관악구의 경우 2022년 체결된 계약 중 16.52㎡(약 4평) 이하 집은 5178건이다. 그러나 평균 보증금(월세·준월세 기준)은 1045만원, 월 40만원이다. 전세 평균은 1억1220만원이다.
한국 사회는 월세살이, 1인 가구를 내 집 마련을 위한 이행시간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5~29세 청년 중 9.2%, 30~34세 청년들의 12.4%는 5년 이상 원룸에 거주한다. 5년 전인 2010년 25~29세, 30~34세 청년들의 5년 이상 거주 기간은 4%, 8.4%였다.
현실은 이러한데, 정부의 주거정책 방향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는 유독 청년세대가 겪는 불평등 문제들을 ‘이행기’라는 프레임 안에 위치시킨다. 앞서 1인 가구, 월세살이 등과 같은 열악한 주거의 형태들은 이제 더 이상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수단계가 아니다. 평균이다. 앞으로 이들이 열악한 주거와 더 나아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는 전제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우선 최저 주거면적 기준을 넓혀야 한다. 국내 최저 주거 기준은 지난 2011년 이후 12년째 변동이 없다. 한국의 최저 주거 면적 기준은 해외 주요국보다 뒤처진 수준이다. 일본의 25㎡(7.5평), 싱가포르의 23㎡(6.9평)보다 작다. 영국의 38㎡(11평)와는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토지주택연구원이 제시한 1인 가구를 위한 임대 아파트 적정 규모 32.6㎡(9.8평)에도 미달한다. 지난 10년간 1인당 주거 면적이 늘어난 추세를 고려해 최저 주거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국내 주택법에는 최저 주거기준을 위반한 불량주택을 제재할 수 있는 처벌조항이 없다.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다르다. 영국은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주택에 임대 제한이나 강제 철거를 명령하고, 미국은 정기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한다.
최저 주거기준 확대만으로는 갈 길이 멀다.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미숙련 노동자에 해당하는 청년층은 평균임금이 낮다. 막대한 주거비를 해결하지 못하면 취약한 주거 형태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월세 지원 제도와 임대주택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글을 완성하면서 허탈감이 밀려온다.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설명해야 하는 사회가 씁쓸하다. 어떤 이들에게는 재산 혹은 투기의 대상이다. 그러나 일터에서 돌아와 일상을 회복하고 생존이 아닌 생활을 영유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집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나 다름없다.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 주거다. 집에 대한 인식, 주거정책과 법과 제도 모두 달라져야 한다.
친구는 19.8㎡(6평)이 채 되지 않는, 방이라고 해도 너무 작은 곳에 살고 있었다. 관리비를 포함한 월세 55만원을 매달 지출하며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면 동시에 뺄 물건을 고민해야 하는 그런 집에 친구는 홀로 살고 있다.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반지하주택에서 세 모녀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같은해 동작구 반지하주택에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한 명도 폭우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정부는 2023년 공공임대주택 정책예산을 전년 대비 5조7729억원을 삭감했다. 그리고 분양주택 등에 대한 지원 예산은 1조1138억원 가량 증액했고, 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의 규모가 됐다. 주거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주거정책의 기조를 소유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타격을 정면으로 받은 세대는 2030 청년층이다. 2021년 한 해 청년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적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주거 형태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만 20~34세 청년 가구 중 임차 가구는 77.4%, 자가는 17.2%다. 일반 가구의 경우 임차는 38.1%, 자가가 58.0%로 집을 소유한 비중이 더 높았다. 청년 임차 가구의 주거 형태를 보면 월세가 64.9%, 전세는 35.1%였다. 청년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월 임차료(RIR)는 17.7%를 기록했고, 수도권 거주 청년 가구의 경우 19.8%에 달했다. 매달 소득 중 5분의 1을 주거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어렵게 방을 얻은 청년들의 주거 형태는 어떨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Ⅱ(2022년 12월)에서 전체 청년(19~34세) 중 17%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환경에 거주하고 있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1인 가구 최저 주거기준 14㎡(4.2평)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평균 주거기준이 돼버렸다. 최저임금이 청년의 임금인 것처럼 청년의 집 또한 최저 주거기준에 맞춰 결정된다. 최저 기준은 평균이 됐지만, 좁은 크기만큼 집세는 저렴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관악구의 경우 2022년 체결된 계약 중 16.52㎡(약 4평) 이하 집은 5178건이다. 그러나 평균 보증금(월세·준월세 기준)은 1045만원, 월 40만원이다. 전세 평균은 1억1220만원이다.
한국 사회는 월세살이, 1인 가구를 내 집 마련을 위한 이행시간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25~29세 청년 중 9.2%, 30~34세 청년들의 12.4%는 5년 이상 원룸에 거주한다. 5년 전인 2010년 25~29세, 30~34세 청년들의 5년 이상 거주 기간은 4%, 8.4%였다.
현실은 이러한데, 정부의 주거정책 방향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는 유독 청년세대가 겪는 불평등 문제들을 ‘이행기’라는 프레임 안에 위치시킨다. 앞서 1인 가구, 월세살이 등과 같은 열악한 주거의 형태들은 이제 더 이상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수단계가 아니다. 평균이다. 앞으로 이들이 열악한 주거와 더 나아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는 전제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우선 최저 주거면적 기준을 넓혀야 한다. 국내 최저 주거 기준은 지난 2011년 이후 12년째 변동이 없다. 한국의 최저 주거 면적 기준은 해외 주요국보다 뒤처진 수준이다. 일본의 25㎡(7.5평), 싱가포르의 23㎡(6.9평)보다 작다. 영국의 38㎡(11평)와는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토지주택연구원이 제시한 1인 가구를 위한 임대 아파트 적정 규모 32.6㎡(9.8평)에도 미달한다. 지난 10년간 1인당 주거 면적이 늘어난 추세를 고려해 최저 주거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국내 주택법에는 최저 주거기준을 위반한 불량주택을 제재할 수 있는 처벌조항이 없다. 반면 해외 주요국들은 다르다. 영국은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주택에 임대 제한이나 강제 철거를 명령하고, 미국은 정기적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한다.
최저 주거기준 확대만으로는 갈 길이 멀다.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미숙련 노동자에 해당하는 청년층은 평균임금이 낮다. 막대한 주거비를 해결하지 못하면 취약한 주거 형태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월세 지원 제도와 임대주택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글을 완성하면서 허탈감이 밀려온다.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설명해야 하는 사회가 씁쓸하다. 어떤 이들에게는 재산 혹은 투기의 대상이다. 그러나 일터에서 돌아와 일상을 회복하고 생존이 아닌 생활을 영유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집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나 다름없다.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 주거다. 집에 대한 인식, 주거정책과 법과 제도 모두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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