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로운 신간안내]‘짓궂은 숭배자’로부터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까지
추모 작품집·독립장르 ‘편지화’·스케치집·그린책 등 다채
입력 : 2023. 09. 10(일) 13:29

▲미국의 상페(장 자끄 상뻬 지음·양영란 번역·미메시스 刊·2만5000원)=프랑스를 대표하는 삽화가로서 따뜻하면서도 위트 있는 그림과 글을 선보였던 장자크 상페 별세 1주기 추모 작품집. 상페가 미국을 여행하면서 그려 낸 작품과 그를 기리는 칼럼을 엮었다. 상페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칼럼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 상페의 오랜 친구이자 저널리스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는 상페를 ‘짓궂은 숭배자이자 기꺼이 놀랄 준비가 되어 있는 기록자’로 묘사하며, 그의 재즈를 향한 사랑은 물론 그가 삽화가로서 보낸 일상도 소개했다.
▲바다 건너 띄운 꿈, 그가 이룩한 또 하나의 예술 이중섭, 편지화(최열 지음·혜화1117 刊·2만4500원)=예술의 주변부로 여겨지던 이중섭 편지화. 2014년 이중섭에 관한 독보적인 ‘이중섭 평전’을 쓴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이중섭의 편지를 독립 장르로 주목했다. 그는 그동안 대개 서사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이중섭의 편지화를 새로운 장르로 인식, 그것의 예술적 의미와 가치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로써 이중섭의 예술 세계에서 후순위로 치부되던 그의 편지들은 ‘편지화’라는 독립된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면이 드러난다.
▲예민보스의 마음 재활훈련 섬세한 체조(요시타케 신스케 지음·서지은 번역·마르코폴로 刊·2만원)=20대의 요시타케 신스케는 틈만 나면 종이에 몰래 낙서를 하던 회사원이었다. 이 책은 2002년 열린 요시타케 신스케 전시회의 카탈로그였다. 그때 자비로 출판한 이 책의 진가를 사람들이 알아보게 되면서 그래픽 작가로서 발돋음하게 된다. 따라서 이 스케치집은 독자들의 요청으로 오리지널 작품집에 신작을 더해서 2016년에 재출간된 것이다. 요컨대 이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의 출발점이다. 저자의 작은 낙서가 당신의 삶을 더 높은 단계로 인도할 것이다.
▲숲스러운 사이(이지영 지음·가디언 刊·1만6000원)=저자가 지난 십수 년 동안 환상숲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만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촉촉하게 내린 봄비에 유채꽃의 노랑색이 햇살과 부딪히며 내는 ‘쨍’ 소리, “네 나이면 시집을 한 번 더 갔겠다”며 70대 노인의 나약함을 일으키는 96세 할머니의 호탕한 목소리, 여덟 살 아이의 작고 오동통한 손에서 전해지는 몽글몽글함 등 정말이지 이 책 안에는 맑고 깨끗하고 자연을 닮은 이야기들이 싱그럽게 펼쳐진다. 경계와 긴장의 연속인 일상 속에 훅 들어온 맑은 공기 같은 이야기들이 펼처진다.
▲커피의 위로(정인한 지음·포르체 刊·1만7000원)=글 쓰는 바리스타인 저자가 세상 사람들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글이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올리는 저자는 카페를 운영하며 만난 수많은 이들과 마주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공간에는 그 장소에 오래 머무른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 단골손님들의 사진이 하나둘 붙고, 그들이 기부한 책이 빈 책꽂이에 놓인다. 카페에 수없이 오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어쩐지 따뜻하다. 저자의 마음에 깊숙이 남은 손님들의 이야기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델핀 페레 글그림·백수린 번역·창비 刊·2만원)=2022 프랑스 아동문학상 ‘마녀상’ 수상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을 소설가 백수린의 아름답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선보인다. 글과 그림, 문자와 소리, 일상과 상상의 관계를 탐험하며 이야기를 짓는 그림책작가 델핀 페레의 작품이다. 광활한 자연을 담은 수채화, 자유로운 흑백 드로잉, 나직이 이어지는 모자간 대화 들로 평화로운 여름휴가를 모자이크처럼 그린다. 생기로 가득한 자연 속에서 고요하고 충만한 시간을 보내며 천천한 속도로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