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년이여 뻥쟁이가 되라
문상필 대한장애인사격연맹 회장
입력 : 2023. 09. 07(목) 09:21
문상필 대한장애인사격연맹 회장
문화는 상상력의 세계다. 문화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다. 광주가 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선 것도 소외라는 한이 가져다준 문화적 역량이 커서다. 문화적 역량이란 잠재적 에너지가 많다는 의미다. 잠재적인 힘은 도전하는 힘과 통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청년의 힘이 넘치는 것도 그 표현과 맥을 잇는다.

스페인의 성을 방문했을 때 어이없었다.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는다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방문한 현장은 발자국 하나가 핵심이었다. 왕족과 평민의 사랑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어찌 보면 뻥이 만든 스토리텔링이다.

스페인 성의 이야기와 비교 하자면 우리에게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말바우시장이 유래한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은 스토리다. 활과 말의 경주를 소재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가 구전으로 들어 온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할머니 무릎에서 듣던 이야기 보따리를 현실로 가져오는 것이다. 현실의 상상으로 엮어지면서 무한한 세계를 펼칠 때 상상력을 발휘한 문학이 되고 예술이 되고 문화 창작소의 용광로가 되는 것이다.

문화중심도시라는 말을 쓰면서도 문화적 갈증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이 에너지를 잠들게 하고 관심을 멈추게 하는 것일까?

첫째 박물관으로 넣는 문화여서는 안 된다. 지금껏 과거형 문화를 문화사업의 모먼트로 세웠다. 물론 보존도 중요하다. 보존을 창조의 힘과 연결시켜 미래를 말하는 문화를 가꿀 필요가 있다. 멈추는 과거가 아니라 문화를 미래로 이끄는 기관차에 태워야 한다. 과거의 문화적 자산을 넘어 미래의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청년들에게 꿈을 갖고 만들도록 한다. 청년들이 문화예술 창작소를 차릴 수 있도록 경제적 제도적 지원으로 엮어갈 때다.

지금은 너무 복잡하다. 그냥 조건 없이 놀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내미는 조건이 아니라 그 청년들의 표현과 문법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청년은 실패가 자산이어야 한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실패를 추궁하지 않고 인정해야 한다. 실패를 통해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공기금이 아니라 실패기금을 만드는 것이다.

세째, 뻥의 삼박자를 갖추도록 한다. 뻥은 실패를 존중해야 한다. 뻥은 상상력 그 자체다. 뻥은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예컨대 음식을 만들 때 베이킹소다를 써서 잘 부풀리게 하는 이유처럼 문화가 잘 익고 맛을 고르게 번지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한다. 문화적 상상력이야말로 문화를 잘 익게 하는 베이킹소다다.

문화적 뻥은 그냥 상상력이 아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희망의 다리다. 뻥은 거짓말이 아니다. 희망의 상상력을 부풀려 미래의 희망을 익게 만든다는 말이다. 선한 거짓말로 연애감정을 만들고 선한 상상력으로 불가능한 세계를 쫓아가는 것이다. 문화는 희망과 가능성의 산파가 되는 것이다. 그 문화가 미래의 위로가 되고 현재의 신념이 되는 것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개인적인 감성은 너무너무 날카롭다. 여유를 빼앗아 가는 세상살이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치유의 힘은 문화예술을 통한 에너지가 만든다.

급속도로 세상이 달라졌다. 공동체적 지향의 가치를 추구하는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다. 체제와 이념을 중심으로 연대로 가치를 만드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라는 공감을 통해 개인이 위로받는 시대가 아니다.

어떤 짐도 혼자 짊어져야 하고, 혼자 맞서야 한다. 어떤 무게라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시대다. 혼족시대다. 개별만 이야기하는 불편한 시대다.

혼자 고립되고 혼자 수렁에 빠져서 무너진 채 헤매야 한다. 이 우울의 늪을 탈출하게 만드는 한 축이 되도록 뻥쟁이 청년을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기고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