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 공간 ‘파출소’ 예술공간 탈바꿈했어요
산수싸리, 비어있던 월산파출소
젊은 예술가 창작공간 운영 주목
전민준·정덕용·정한결 작가 입주
오늘 정식 오픈…문화향유 ‘최선’
입력 : 2023. 06. 01(목) 18:24
레지던스 공간으로 변신한 월산파출소 내부 모습
한때 시민들의 치안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민원, 더 나아가 사랑방 역할을 도맡아왔던 동네 파출소가 아트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거기다 밤이면 밤마다 주취자들로 골머리를 앓았던 파출소가 인구 감소와 치안시스템의 현대화 등에 따라 일부 기능이 축소되면서 파출소의 기능을 모색해 왔다. 그 기능의 하나가 파출소의 예술공간 활용이다.

병원이나 한옥 등 빈 건물을 활용하거나 매입, 혹은 임대를 통해 아트공간화하는 경우는 흔해졌지만 파출소 공간은 여전히 생소하다. 파출소가 예술공간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게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군포시의 ‘파출소가 돌아왔다’ 사업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당시 이 사업을 통해 군포 각지의 파출소 6곳을 시민 예술활동의 근거지, 마을 탐사대 주축 공간, 레지던시 활동처로 특화 조성한다고 밝힌 뒤 파출소의 무한변신이라는 점 때문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의 한 파출소가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탈바꿈돼 운영되고 있어 주목된다. 더욱이 이 공간은 한동안 신안동 등에 있던 몇몇 파출소와 함께 건물에 대한 생활 쓰레기 투척을 포함해 관리부재로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이번 창작공간을 계기로 유휴 파출소의 활용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조심스런 기대가 일고 있다.

대안복합문화공간 산수싸리(대표 김민지)는 재개발 바람이 부는 지역에 10여 년 넘게 비어있다가 사유지 건물이 된 남구 월산동 1-1번지 소재 옛 월산파출소를 임대한 뒤 청년작가들 대상의 파출소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거쳐 마무리한 ‘산수싸리 아티스트 레지던시 파출소 레지던스’의 작가공모를 실시해 3명을 선발, 지난 5월부터 작가들이 입주해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일 정식 오픈식을 갖는다고 1일 밝혔다.

대안복합문화공간 산수싸리(대표 김민지)는 남구 월산동 1-1번지 소재 옛 월산파출소를 임대한 뒤 청년작가들 대상의 레지던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사진은 레지던스 공간으로 변신한 월산파출소 전경
작가 공모 후 오리엔테이션 진행(시계방향으로 김민지 대표, 김형욱 테크니컬 자문위원, 김한라 담당실무자, 전민준·정덕용 ·정한결 작가) 장면.
월산파출소 일대는 집창촌이 밀집해 있었던데다 고령자들이 다수 주거하고 있는 공간으로, 문화소외 지역이었으나 이곳에 레지던시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다소 활력을 불어넣는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산수싸리에 따르면 월산파출소가 2010년께 파출소 기능을 잃은 것으로 알고 있고, 2022년까지 딱히 다른 기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비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산수싸리가 임대를 통해 올 3월부터 4월까지 시설정비 등 작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물로 리모델링을 거쳐 레지던시가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현재 총 3층 규모의 건물로 총 60여 평에 달한다. 1층에는 사무실과 행사를 망라해 워크숍이 가능한 공유공간으로 꾸몄고, 레지던시 공간은 2, 3층에 배치했다. 2층에는 2개의 레지던시 공간이, 3층에는 1개의 레지던시 공간이 각각 구비됐다.

공간 구축을 마무리한 파출소 레지던스에는 전민준(조각), 정덕용(설치), 정한결(사진)씨 등이 입주해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이 공간에 오는 9월까지 머물며 활동을 펼치게 된다.

레지던스 공간으로 변신한 월산파출소 내부 모습
김민지 대안복합문화공간 산수싸리 대표
김민지 대표는 파출소 레지던스 개관을 앞두고 “월산동은 역사가 있는 곳으로 최근 재개발 중이고 성매매 업소가 있었다. 파출소는 집창촌 건물이 허물어진 자리에 소재하고 있고 문화적으로 소외지역으로 보면 된다”며 “입주작가들이 모두 시각예술 작가들이니까 여러모로 스토리가 있다는 판단에서 선정하게 됐다. 모두 사회적 이슈를 소화할 수 있는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산수싸리는 파출소 레지던스가 문화적 공간의 자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큐레이션(curation)을 하고 연구하면서 특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동시에, 작으나마 지역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입주작가들에 대한 오픈스튜디오는 8월에, 결과전시는 9월에 각각 진행할 방침이다.

파출소 레지던스 개관식은 2일 오후 8시에 열린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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