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전시 해설 맡은 도슨트들이 꼽은 작품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도슨트 추천 10선
작가·작품·핵심테마·메시지 등 깊은 이해 바탕 선별
팡록 술랍 작품 등 선정…유익한 전시나들이에 도움
작가·작품·핵심테마·메시지 등 깊은 이해 바탕 선별
팡록 술랍 작품 등 선정…유익한 전시나들이에 도움
입력 : 2023. 05. 29(월) 12:38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라는 타이틀로 지난 4월7일 개막해 순항 중인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현장에서 전시 설명을 담당하고 있는 도슨트들은 어떤 작품을 추천할까.
도슨트들은 관람객과의 최접점에서 전시작품 해설을 맡다보니 기본적인 공부가 돼 있는데다 그 작품의 핵심 테마나 메시지, 작업방범, 경향 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추천하는 작품을 활용해 관람하면 실제 유익한 전시나들이를 만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전시현장에서 밀도높은 헤설을 하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슨트 20여 명이 추천한 팡록 술랍의 ‘광주 꽃 피우다’ 등 작품 10선을 소개한다.
△불레베즈웨 시와니 작 ‘바침’·‘영혼 강림’(제1전시실)
제1전시실 전체가 거대한 자연과 생태의 현장이 되는 이면에는 불레베즈웨 시와니가 기여한 바 크다. 조상들의 의례, 기독교와 아프리카 정신성의 관계를 주제로 작업해 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불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 ‘바침’과 물, 동굴, 평야, 산, 숲에 깃든 영들을 상상하는 ‘영혼 강림’ 영상 설치가 펼쳐진다.
△팡록 술랍 작 ‘광주 꽃 피우다’(제2전시실)
팡록 술랍(Pangrok Sulap)은 한국 목판화운동과 민주주의 역사의 연관성을 탐구했다. 그들은 광주 출신의 목판화 작가들과 5·18 민주화운동을 기록하고 기념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작품들을 살펴봤다. 이 작품은 5·18과 연관된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이 일련의 판화들은 팡록 술랍이 광주에서 답사를 진행하는 중에 접하게 된 아카이브 이미지들과 광주시민들의 삶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했다.
△엄정순 작 ‘코 없는 코끼리’(제2전시실)
작가는 약 600여 년 전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가 전라도 끝 장도로 유배되는 수난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그 경로 선상의 도시에 사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관객들이 조형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청각과 촉각, 후각으로 느낀 코끼리를 표현한 조형물을 재해석, 철 파이프 골조 위에 수천 장의 철판 조각으로 조립한 뒤, 130개의 섬유 조각으로 외피를 감쌌다.
△압둘라예 코나테 작 ‘붉은 물방울’(제3전시실)
압둘라예 코나테(Abdoulaye Konate)의 작업은 전쟁, 권력 투쟁, 종교, 세계화, 환경 변화, 보건 위기 등이 사회와 개인에 영향을 미친 방식을 다룬다. 그의 색채는 상징적이다. 생명과 피의 색깔인 빨강은 권력, 그리고 부족의 희생과 예언력을 상징한다. 반면 검정은 비옥함과 새로운 가능성을 나타낸다. 서아프리카 망데 민족의 고대 수렵복을 참조하며, 사헬 일대에서 벌어진 테러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베티 머플러 작 ‘나라를 치유하다’(제3전시실)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중앙 사막 지역에 위치한 이완차아트센터 소속으로, 존경받는 원로 여성이자 작가다. 회화부터 드로잉, 판화, 전통 ‘찬피(잔디)’ 직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고 있다. 그는 ‘나라를 치유하다’ 등의 작품을 통해 1950년대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에서 반복적으로 자행된 영국의 핵실험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피찬차차라 영토와 사람들을 치유한다.
△장지아 작 ‘아름다운 도구들 3(브레이킹휠)’(제4전시실)
장지아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몸을 통해 다루는 작가로, 이를 줄곧 퍼포먼스, 영상, 설치, 사진을 통해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노동 기구이자 고문도구였던 바퀴로 구성된 설치 작업 ‘아름다운 도구들 3(브레이킹휠)’과 청사진 신작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인간의 노동을 보조했던 바퀴는 중세시대에 ‘브레이킹 휠’이라는 고문에 사용되는 도구로 등장했는데, 작가는 효율과 가학이라는 양 극단의 요소를 설치를 통해 접목한다.
<@7>△과달루페 마라비야 작 ‘질병 투척기’(제4전시실)
과달루페 마라비야(Guadalupe Maravilla)는 중앙아메리카의 역사와 개인적 신화, 협업 기반의 행위를 아우르는 마라비야의 조각, 드로잉, 퍼포먼스를 통해 이주의 역사를 추적한다. 마라비야의 조각들은 중앙아메리카 곳곳에서 수집한 해부학 모형, 그리고 소라껍질과 징 같은 악기를 포함한다. 작가가 ‘치유 기계’라 부르는 이 ‘질병 투척기’는 치료 효과가 있는 진동음을 생성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회복의 상징이 된다.
<@8>△압바스 아크하반 작 ‘루프’(제5전시실)
압바스 아크하반(Abbas Akhavan)의 이 작품은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특수효과를 위해 종종 사용되는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해서 광주의 자갈과 돌을 사용해 인공 폭포를 조성한다. 이 프로젝트는 아크하반의 작업을 관통하는 ‘재현’의 개념을 재해석하는 설치 작품으로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실재와 가상 사이 모호한 경계를 포착한다.
<@9>△로버트 자우 런휘 작 ‘강을 기억하고자 함’(제5전시실)
4채널 영상과 사운드, 일련의 오브제로 구성된 로버트 자우 런휘(Robert Zhao Renhui)의 이 설치 작업은 20세기 초에 콘크리트 배수관으로 바뀐 고대 싱가포르의 이름 없는 강의 지류가 품은 삶과 역사를 다룬다. 영상에는 지난 30년간 배수관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출현하기 시작한 강 주변의 야생동물들을 촬영한 영상과 강의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는 텍스트가 등장한다.
<@10>△에밀리아 스카눌리터 작 ‘아이쿠알리아’
에밀리아 스카눌리터(Emilija skarnulyte)의 프로젝트는 세계 곳곳에서 촬영한 영상을 활용하며 선주민 신화, 냉전시대의 군사 및 산업의 역사, 최첨단 과학 실험 등 다양한 주제를 콜라주한 영상으로 탐구한다. 이 작품은 수년간 수집한 아마존 우림을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물에 대한 영상을 결합한 설치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인 키메라와 같은 형상은 때로는 아마존 주변의 여러 강들을 항해하며 지역 특유의 분홍돌고래와 조우한다.
도슨트들은 관람객과의 최접점에서 전시작품 해설을 맡다보니 기본적인 공부가 돼 있는데다 그 작품의 핵심 테마나 메시지, 작업방범, 경향 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추천하는 작품을 활용해 관람하면 실제 유익한 전시나들이를 만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전시현장에서 밀도높은 헤설을 하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슨트 20여 명이 추천한 팡록 술랍의 ‘광주 꽃 피우다’ 등 작품 10선을 소개한다.

엄정순 작 ‘코 없는 코끼리’
제1전시실 전체가 거대한 자연과 생태의 현장이 되는 이면에는 불레베즈웨 시와니가 기여한 바 크다. 조상들의 의례, 기독교와 아프리카 정신성의 관계를 주제로 작업해 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불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 ‘바침’과 물, 동굴, 평야, 산, 숲에 깃든 영들을 상상하는 ‘영혼 강림’ 영상 설치가 펼쳐진다.

장지아 작 ‘아름다운 도구들 3(브레이킹휠)
팡록 술랍(Pangrok Sulap)은 한국 목판화운동과 민주주의 역사의 연관성을 탐구했다. 그들은 광주 출신의 목판화 작가들과 5·18 민주화운동을 기록하고 기념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작품들을 살펴봤다. 이 작품은 5·18과 연관된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이 일련의 판화들은 팡록 술랍이 광주에서 답사를 진행하는 중에 접하게 된 아카이브 이미지들과 광주시민들의 삶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했다.

압바스 아크하반 작 ‘루프’
작가는 약 600여 년 전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가 전라도 끝 장도로 유배되는 수난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그 경로 선상의 도시에 사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관객들이 조형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청각과 촉각, 후각으로 느낀 코끼리를 표현한 조형물을 재해석, 철 파이프 골조 위에 수천 장의 철판 조각으로 조립한 뒤, 130개의 섬유 조각으로 외피를 감쌌다.

팡록 술랍 작 ‘광주 꽃 피우다’
압둘라예 코나테(Abdoulaye Konate)의 작업은 전쟁, 권력 투쟁, 종교, 세계화, 환경 변화, 보건 위기 등이 사회와 개인에 영향을 미친 방식을 다룬다. 그의 색채는 상징적이다. 생명과 피의 색깔인 빨강은 권력, 그리고 부족의 희생과 예언력을 상징한다. 반면 검정은 비옥함과 새로운 가능성을 나타낸다. 서아프리카 망데 민족의 고대 수렵복을 참조하며, 사헬 일대에서 벌어진 테러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압둘라예 코나테 작 ‘붉은 물방울’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중앙 사막 지역에 위치한 이완차아트센터 소속으로, 존경받는 원로 여성이자 작가다. 회화부터 드로잉, 판화, 전통 ‘찬피(잔디)’ 직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고 있다. 그는 ‘나라를 치유하다’ 등의 작품을 통해 1950년대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에서 반복적으로 자행된 영국의 핵실험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피찬차차라 영토와 사람들을 치유한다.

베티 머플러 작 ‘나라를 치유하다’
장지아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것을 몸을 통해 다루는 작가로, 이를 줄곧 퍼포먼스, 영상, 설치, 사진을 통해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노동 기구이자 고문도구였던 바퀴로 구성된 설치 작업 ‘아름다운 도구들 3(브레이킹휠)’과 청사진 신작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인간의 노동을 보조했던 바퀴는 중세시대에 ‘브레이킹 휠’이라는 고문에 사용되는 도구로 등장했는데, 작가는 효율과 가학이라는 양 극단의 요소를 설치를 통해 접목한다.
<@7>△과달루페 마라비야 작 ‘질병 투척기’(제4전시실)
과달루페 마라비야(Guadalupe Maravilla)는 중앙아메리카의 역사와 개인적 신화, 협업 기반의 행위를 아우르는 마라비야의 조각, 드로잉, 퍼포먼스를 통해 이주의 역사를 추적한다. 마라비야의 조각들은 중앙아메리카 곳곳에서 수집한 해부학 모형, 그리고 소라껍질과 징 같은 악기를 포함한다. 작가가 ‘치유 기계’라 부르는 이 ‘질병 투척기’는 치료 효과가 있는 진동음을 생성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회복의 상징이 된다.
<@8>△압바스 아크하반 작 ‘루프’(제5전시실)
압바스 아크하반(Abbas Akhavan)의 이 작품은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특수효과를 위해 종종 사용되는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해서 광주의 자갈과 돌을 사용해 인공 폭포를 조성한다. 이 프로젝트는 아크하반의 작업을 관통하는 ‘재현’의 개념을 재해석하는 설치 작품으로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실재와 가상 사이 모호한 경계를 포착한다.
<@9>△로버트 자우 런휘 작 ‘강을 기억하고자 함’(제5전시실)
4채널 영상과 사운드, 일련의 오브제로 구성된 로버트 자우 런휘(Robert Zhao Renhui)의 이 설치 작업은 20세기 초에 콘크리트 배수관으로 바뀐 고대 싱가포르의 이름 없는 강의 지류가 품은 삶과 역사를 다룬다. 영상에는 지난 30년간 배수관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출현하기 시작한 강 주변의 야생동물들을 촬영한 영상과 강의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는 텍스트가 등장한다.
<@10>△에밀리아 스카눌리터 작 ‘아이쿠알리아’
에밀리아 스카눌리터(Emilija skarnulyte)의 프로젝트는 세계 곳곳에서 촬영한 영상을 활용하며 선주민 신화, 냉전시대의 군사 및 산업의 역사, 최첨단 과학 실험 등 다양한 주제를 콜라주한 영상으로 탐구한다. 이 작품은 수년간 수집한 아마존 우림을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물에 대한 영상을 결합한 설치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인 키메라와 같은 형상은 때로는 아마존 주변의 여러 강들을 항해하며 지역 특유의 분홍돌고래와 조우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