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고 단단하며 내공있는 작가되고 싶죠"
[남도예술인]서양화가 유순
산업디자인 전공 뒤 정통 미술 공부 회화 입문
수채 작업 집중 광양서 1호 갤러리 개관 운영
디자인틱·자연적인 것 조화 추구 작업에 집중
산업디자인 전공 뒤 정통 미술 공부 회화 입문
수채 작업 집중 광양서 1호 갤러리 개관 운영
디자인틱·자연적인 것 조화 추구 작업에 집중
입력 : 2023. 03. 23(목) 17:54

‘여인’

‘살아있다는 것’
화단에서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고 화가로 활동하기는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아예 나중에 학부과정부터 다시 미술학과에 편입, 공부를 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미술공부를 해나갔다. 창작을 하면서 지역의 미술문화 진작을 위해 누가 시킨 것 아니지만 갤러리까지 개관, 열정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다 인구 15만의 광양시에서 1호 갤러리 ‘미담’을 2015년 개관해 운영 중이다. 전남 순천 출생 서양화가 유순씨(본명 김유순)의 이야기다. 유순은 그의 활동명이다. 그가 본명과 활동명을 분리한데는 창작인과 갤러리 대표자의 두 역할을 내실있게 소화하기 위한 취지다. 광주가 아닌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주미술협회에 적을 두고 활동을 펼치고 있기도 한다.
그는 뒤늦게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최근 그는 광양에서 광주를 오가며 조선대 일반대학원 미술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뒤늦게 자신의 꿈을 찾아 한발 한발 떼고 있는 그를 최근 하정웅미술관에서 만나 창작인과 갤러리 대표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유 작가는 먼저 디자인을 전공한 뒤 미술을 하다보니 이로운 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미술학부 출신이 아니면 정통으로 수용하지 않는 미술계 풍토가 있지만 그가 미술 공부를 한데는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미술에 재능이 있었지만 옆집 언니로 인해 부모님이 미술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등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되면서 그의 미술에의 꿈은 그만큼 뒤로 유보된 셈이다. 사실 옆집 언니가 홍익대 미대를 나왔기에 주변의 기대가 있는데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다보니 창작도, 작업도 의지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장 미술학원부터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spring of home’

‘봄을 느끼는 호랑이’
그는 디자인을 전공, 그 경험을 충분히 그림에 활용하고 있는 듯 보였다.
“디자인 전공자로 디자인틱한 것을 그림으로 내놓아도 화단에서 인정받기 어려웠죠. 제가 느끼기에 가장 쉬운 수채화로 그림을 그리게 됐습니다. 창작활동을 집에서 혼자 하게 됐는데 좋은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우선 다른 사람의 영향을 안받고 자율적으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었고, 그림이 도식화돼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등 틀에 맞추는 그림이 아니라 저만의 그림과 색깔, 스타일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정통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미술계의 시각을 불식시키면서 화가로서 자리를 잡은 작가는 2004년 현재는 없어진 광양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금호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을 열면서 프로 작가로 데뷔한다.
그의 작품은 건축을 해서인지 너무 깔끔한 그림이 나오기 일쑤였다. 계획적인 그림, 설계도 같은 그림이 나온 것이다. 물맛이나 자유로운 상상력, 번짐 효과나 자연스런 기법, 우연의 효과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설명이다. 가령 물맛으로 수채화를 그린 분들이 자신의 그림에 대해 조금 복잡하고 어지러운 느낌을 가져간 듯하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만의 그림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그가 애지중지 다뤄온 수채화는 시기마다 결을 달리한다. 처음에는 약간 디자인의 영향으로 그림의 내용을 도형적이나 도식적으로 표현된 도안같은 그림을 선보였고, 이어 중반기 때는 물 느낌을 주기 위해 풍경 등 작업에 몰입했다. 현재는 디자인틱한 것과 자연적인 것을 조화시키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의 작품은 디자인의 재료나 기법을 사용하다 보니 그림 자체가 회화 느낌보다는 이야기(스토리)가 있는 그림으로 표현된다. 어떤 이는 오히려 복잡해 보인다는 반응이지만 비움보다는 채워져 있는듯한 화폭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 그의 수채화에서는 수채 물감이 단순하게 그림의 재료일 뿐이었다는 말 또한 잊지 않았다. 그는 수채화로 창작할 때는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표현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저 멀리 그곳’

유순 작가
갤러리 대표로서의 삶이 궁금했다. 그는 광양시의 미술 인식에 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광양이 공업 도시 성격이 강하다 보니 사람들이 생계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해 시민들에 미술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광양시 1호 갤러리 문을 열게 됐다는 것이다.
“미술인에 대한 선입견이 싫었죠. 미술이 시각적인 것이어서 열악했지만 한 귀퉁이에 빈티지스럽게 직접 손수 갤러리를 열어 전시를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저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이네’하며 이미지 향상도 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광양에서의 화가로서의 삶이 광주와는 달리 경쟁 보다는 여유롭게 활동하는 분들이 다수로, 지역민들이 바라보는 미술인들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조금 그런 편견을 없애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예술인들의 고뇌보다는 여유롭고 한가로운 부류의 사람들로 보는 시각이 강한데다 미술인이 주는 영향 역시 미미하다는 견해다.
그런 가운데 틈틈이 부산 등의 아트페어에 출품, 참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중성이나 작품성을 망라해 현대인의 시선에서 뒤쳐진 것은 아닌지 나가봐야 알 것 같아서다.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로 평가받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단단한 작가’와 ‘내공있는 작가’라는 답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보기좋은 작가나 흔한 작가보다는 제가 작업한 작품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작가, 그리고 단단한 작가를 희망하죠. 이를테면 점 하나 찍었을 뿐인데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 있는 것처럼 내공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