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과 다양성의 공존, 또 다른 도시재생의 시작
김준영 광주시 신활력 추진본부장
입력 : 2023. 03. 19(일) 23:19
[기고]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다양한 모습으로 흥망성쇠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도시재생의 핵심 명제로, 가장 중요한 방향은 정주하는 도시민에게 편의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생기 넘치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력을 갖추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시의 행정동별로 인구감소 및 산업 쇠퇴, 노후 건축물 증가 등 국토부 기준에 따라 쇠퇴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 행정동의 약 70%인 66개 동이 쇠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우리 도시 곳곳에는 도시재생을 위한 처방이 필요한 곳이 많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과 수단을 가지고 있는 공공영역(Public Sector)의 역할만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더구나 중앙부처의 도시재생사업 선정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공공 주도의 도시재생사업 추진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그동안의 도시재생사업은 공공이 쇠퇴지역에 마중물 사업으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후 민간 자본에 의해 도시재생이 지속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는데, 이러한 방식은 공공의 시각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다 보니 마중물사업 후 민간사업자의 참여 여부가 불확실했고 민간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시재생사업은 동력을 잃게 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제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방식을 넘어 초기 단계부터 공공과 민간부문(Private Sector)이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의 창의적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도쿄는 ‘백척(百尺) 규제’라는 고도 제한에 묶여 2000년대 초반까지도 오래된 저층 건물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도시재생특별촉진법 입안을 통해 건축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파격적 정책을 추진한 결과 현재는 100m 이상 고층 건물만 500개 이상 생기면서 도시경관은 개선됐고, 건축물이 밀집되면서 생긴 유휴 공간에 공원과 공공 기반 시설이 들어서면서 도시는 활력을 되찾았다. 프랑스의 라데팡스도 이와 유사하다. 파리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달하자 정부는 파리 인근의 라데팡스에 높이 제한 규제를 풀고 민간 자본을 유치했다. 그 결과, 아마존 등 5백여 기업이 입주했고 근로자만 18만 명에 달하는 등 라데팡스는 유럽 최대의 비즈니스파크로 거듭났다.

국토부는 작년, 새정부 도시재생추진방안을 발표하며 도시재생사업 추진 시 구상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형 리츠 사업을 확대하여 민간의 사업참여 여건을 개선하였고, 올해 초에는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통해 용적률, 건폐율, 용도지역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고밀 융복합, 직주근접의 공간전략을 마련하였다. 서울시도 다양한 스카이라인과 도시경관 확보를 위해 건축물 ‘35층 이하’ 높이 기준을 삭제하였고, 머지않아 서울 곳곳에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가 유려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이라는 개념까지 도입하면서 기존의 용도지역제를 전면 개편하여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공통점은 민간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활용하여 도시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광주시는 층수 제한 폐지, 주택건설사업 통합심의 활성화, 지구단위계획구역 용적률 차등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도시경관 및 건축물 디자인 향상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건축규제를 유연하게 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민간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민간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 설계를 유도하여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이미지와 품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수한 건축물이 도시 활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스페인 소도시 빌바오의 경우 불황으로 쇠락한 도시를 재생하기 위해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고, 이를 보기 위해 매년 1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도시는 활력을 되찾았다. 이를 계기로 도시의 세계적 건축물이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내는 의미인 ‘빌바오 효과’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했다.

쇠퇴한 지역에 민·관이 협력하여 사업을 계획하고 유연한 규제 하에 독창적인 디자인의 건축물이 구축된다면 도시는 ‘단조로움’에서 ‘다채로움’으로 개선될 것이고 나아가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축물 고밀화로 생긴 유휴부지를 공원, 주차장 등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함으로써 도시는 생기를 되찾고 편의성을 높여 갈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의 참여를 통해 다양성과 자율성이 공존하는 또 다른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으로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광주의 ‘빌바오 효과’가 기대된다.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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