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뷰]기립박수와 환호…인간애 씨앗을 믿는 시간
‘전쟁 후에 AFTER WAR’ 유럽초연 및 순회공연을 마치고
입력 : 2023. 03. 16(목) 18:12

이동일 공동연출·극작, 연극학 박사
‘전쟁 후에 AFTER WAR’는 2019년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국제 공동 창제작 형식으로 기획하여 3년여에 걸쳐 워크숍(2019)-시범공연(2020)-본공연(2022)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 작품이다. 최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의 콘텐츠 유통 추진에 따라 유럽 초연 및 순회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불가피하게 연기되었던 ‘전쟁 후에(After War)’ 공연은 올해 2월 21일 덴마크 북유럽연극연구소-오딘극단 레드룸 극장에서 유럽초연을 자축하며 막이 올랐다. 입장권이 조기 매진된 탓에 기자단을 위한 연습 공연까지 일반관객들에게 관람을 허용할 만큼 주목을 끌었다. 공연장은 오랫동안 오딘극단의 주요관객이었던 연극계, 문화계, 언론계, 정치계 주요 인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오딘극단의 창시자이자 세계 3대 연출가의 한 명으로 존경받는 유제니오 바르바는 연극의 제의성을 중요시하여 관람 후 박수와 환호의 자제를 정중히 요청해 왔다. 그래서 오딘극단의 공연은 연출가가 제한적 인원의 관객들을 모시고 제의적으로 입장하여 착석시키고 침묵 속에서 퇴장하는 전통을 지난 57년간 고수해왔다. 그러나 ‘전쟁 후에’는 막이 내리자마자 의외의 기립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관객석 뒷자리에서 프롤로그 포엠을 낭송하던 본인은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황스럽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특히 5년 전부터 이 작품의 예술고문으로 참여한 이밴, 카이, 로베르타, 도날드 등 오딘의 대표 배우들과 다양한 직업과 국적의 관객들의 진심을 담은 감상평들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5·18 민주화운동과 베트남전쟁에서 시작된 스토리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겪고 있는 각 나라 그리고 각자의 전쟁과 항쟁의 이야기들과 깊은 울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전쟁 같았던 지난 5년간의 지난했던 여정이 가슴 벅찬 보람으로 바뀌는 연극만이 줄 수 있는 가슴 벅찬 마법이 선물처럼 우리들에게 찾아왔다.
2월 24일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의 스튜디오 미팅 포인트 공연장에서 유럽순회공연이 이어졌다. 이번 공연의 특징인 소리풍경과 무선 마이크 등의 정교한 음향 디자인을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은 부족했지만 스태프와 배우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공연장과 가까웠던 코펜하겐에서 온 예술인들이 의외로 많았고 그들과 다양한 관점의 관극평들을 나누고 베를린으로 향했다.
2월 26일 독일 베를린의 유서깊은 예술의 거리인 크로이츠버그의 씨어터 포럼 공연장에서 다시 만석 관객을 맞았다. 세계 연극의 중심지인 만큼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예술인들이 공연장을 찾아 주었다. 씨어터 포럼 극장주 아네모네 여사는 이곳이 나치 점령시절 독일군들의 파티 장소이자 게쉬타포의 비밀 장소였다고 했다. 그리고 백남준과 요셉보이스 등 플럭서스 멤버들이 자주 이용했던 극장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전쟁의 상처를 아우르며 시대를 앞서갔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거쳐 간 무대에 우리 작품이 공연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서로 옷깃을 다시 여미었다. 막이 내리고 관객들의 묵직한 기립박수 속에 조용히 시작된 ‘오월의 노래’를 관객들과 같이 부르고 서로 오랫동안 안아주며 무언의 위로를 나누었다. 많은 관객들이 로비에 남아서 ‘날 것처럼’ 우리에게 남아있는 공연의 깊은 여운을 호흡하고 공감했다. 특히 우리 공연을 초대하겠다고 한 그리스 연출가와 배우들, 독일 연극인들의 섬세하고 따뜻했던 감상평들이 마음속에 남는다.
2월28일 폴란드 골레니우의 브라마 극장에서 이번 유럽투어의 마지막 공연이 올라갔다. 브라마 극장은 오딘극단과 유사한 예술철학으로 시민공동체에 뿌리를 내리고 전 세계에서 온 젊은 예술인들이 적극 참여하여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이는 명망 있는 극장이었다. 필자의 제안으로 브라마 극장장인 제니 크리시와 청소년단원들이 함께 한 간담회가 인상적이었다. 간담회에서는 한국전쟁과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과의 정전상황에 관한 것부터 작품에 등장한 한국전통 무용과 음악, 한류 등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난민인 마리아 니코베치아와 나눈 공연의 중심에 흐르는 ‘생명의 강과 나무’ 등에 나타난 동서양의 종교와 치유에 관한 관점과 의미에 관한 토론은 매우 진지했고 가슴 아팠다. 막이 내리자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져 배우들이 무대로 다시 나왔고, 필자와 공동연출인 소스도 배우들과 손을 잡고 함께 한 관객들과 정령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우리와 유사한 억압의 역사를 지닌 폴란드인 특유의 공감의 정서가 느껴지는 감동적인 마지막 공연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극이 진행되면서 씨앗무덤에서 나와 다시 씨앗무덤에 나란히 눕게 되는 인형들을 보며 무대에서 시작된 빈 의자의 지평선이 다른 세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에 누워있는 억울한 죽음들을 상상했다. 세계의 전쟁과 항쟁의 역사 속에서 희생된 원혼들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들을 맞을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 프로로그에서 원혼들의 이야기들은 독특한 시어와 운율로 나를 전쟁과 항쟁을 거쳐 혼돈과 치유의 공간으로 이끌어 내고 있었다. 무대 중앙의 씨앗무덤 주변에서 단아하고 유려한 곡선으로 춤추며 탈을 쓴 화려한 의상의 혼들을 이끄는 정령의 이끌림으로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춤은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감동을 주었다. 이어서 탈을 씨앗무덤위에 가지런히 놓은 주인공이 낯선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를 낯선 언어로 나지막히 그리고 힘차게 같이 부를 때 갑자기 슬픔과 고통은 나의 것이 되었다. 두 명의 음악가들이 연주한 독특한 음악과 소리들은 극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종이옷을 몸에 둘둘 만채 등장하여 시체들 사이를 몸으로 구르며 생명의 강을 만들고 위로의 춤을 추었던 정령의 춤과 연기는 압권이었다. 마치 인류의 전쟁과 항쟁의 역사 이야기는 길고 무거운 두루마기 천에 쓰여져 하늘에서 온 원혼들도 볼 수 있도록 한 것 같았다.”(다나 피스커 샌드그림)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이 나의 이야기였다. 민족과 언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첫 장면부터 나를 완전히 몰입시킨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덴마크령 그린랜드 원주민인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이 공연 내내 가슴 속에 져며왔다. 우리는 불행히도 오랫동안 억압받고 순치되고 있었지만 항쟁의 역사가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늘 이 순간부터 나는 우리 부족을 위해 항쟁의 역사를 써나갈 것이다.”(아룽하 베스티랜드)
“정령의 춤과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안무가인 제가 보기에 그녀는 한 순간도 동작의 리듬과 흐름을 놓치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독창적인 동작들과 연기가 조화롭게 펼쳐친 역동적인 그녀의 현존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배우들의 피지컬 스코어도 연기의 독특한 감정선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서 감동적이었습니다.”(마리 브롤린)
“병사를 연기한 배우의 독특한 감성연기에 반했어요. 나는 내가 극의 주인공인 병사인 그와 한 몸이 되어 고통과 슬픔을 공감하고 있었어요. 그와 일체가 되어 아픔을 나눌 때 비로소 나는 완전히 깨어있는 인간이 된 느낌이었어요”(제니퍼 아펠)
“동서양의 전쟁과 항쟁의 서사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깊이와 감동으로 나에게 다가온 걸작이다. 특히 묵직한 서사를 떠받치는 피나 바우쉬의 Tanz theater를 연상하게 하는 안무와 인간의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는 생소한 악기들의 향연은 단아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캐롤리네 라슨)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내 가족과 친구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서 많이 울었다. 그러나 슬픔과 아픔을 넘어설 수 있는 인간애의 씨앗을 보았다. 끝없이 이어져 누워있는 시체들이 일어나서 노래하며 대지의 어머니의 품에 안기어 위로받고 다른 세상으로 평화롭게 떠나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난민연극인으로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갖게 해 주어서 고맙다.”(마리아 니코베치아)
“한국의 전통춤과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오딘극단 고유의 피지컬 스코어의 몸짓과 소리를 조화롭게 어우른 점이 감명 깊었다. 생명나무와 성황당 나무등의 동서양의 신화적 종교적 상징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과 베트남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전쟁과 항쟁의 서사들이 시공을 초월해서 다양한 빛과 소리 그리고 이야기로 극화되고 공감되어서 좋았다. 특히 커튼콜에 무반주로 ‘오월의 노래’가 배우와 관객들의 마음을 담은 하모니로 울려 퍼질 때 전율을 느꼈다. 단지 때론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역동적이서 매우 한국적이었던 극의 톤을 조금 더 단아하고 묵직하게 낮추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강수기)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우리는 역병을 앓았고 국제공동창제작이라는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통과의례를 겪었다. 전쟁은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상처는 치유되고 고통은 줄어들겠지만 전쟁의 슬픔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나눈 인간의 선함과 인간애의 씨앗을 믿는다. 이 험난했던 여정을 함께 한 창작진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관계자 모두에게 마음모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불가피하게 연기되었던 ‘전쟁 후에(After War)’ 공연은 올해 2월 21일 덴마크 북유럽연극연구소-오딘극단 레드룸 극장에서 유럽초연을 자축하며 막이 올랐다. 입장권이 조기 매진된 탓에 기자단을 위한 연습 공연까지 일반관객들에게 관람을 허용할 만큼 주목을 끌었다. 공연장은 오랫동안 오딘극단의 주요관객이었던 연극계, 문화계, 언론계, 정치계 주요 인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오딘극단의 창시자이자 세계 3대 연출가의 한 명으로 존경받는 유제니오 바르바는 연극의 제의성을 중요시하여 관람 후 박수와 환호의 자제를 정중히 요청해 왔다. 그래서 오딘극단의 공연은 연출가가 제한적 인원의 관객들을 모시고 제의적으로 입장하여 착석시키고 침묵 속에서 퇴장하는 전통을 지난 57년간 고수해왔다. 그러나 ‘전쟁 후에’는 막이 내리자마자 의외의 기립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관객석 뒷자리에서 프롤로그 포엠을 낭송하던 본인은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황스럽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특히 5년 전부터 이 작품의 예술고문으로 참여한 이밴, 카이, 로베르타, 도날드 등 오딘의 대표 배우들과 다양한 직업과 국적의 관객들의 진심을 담은 감상평들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5·18 민주화운동과 베트남전쟁에서 시작된 스토리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겪고 있는 각 나라 그리고 각자의 전쟁과 항쟁의 이야기들과 깊은 울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전쟁 같았던 지난 5년간의 지난했던 여정이 가슴 벅찬 보람으로 바뀌는 연극만이 줄 수 있는 가슴 벅찬 마법이 선물처럼 우리들에게 찾아왔다.
2월 24일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의 스튜디오 미팅 포인트 공연장에서 유럽순회공연이 이어졌다. 이번 공연의 특징인 소리풍경과 무선 마이크 등의 정교한 음향 디자인을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시간은 부족했지만 스태프와 배우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공연장과 가까웠던 코펜하겐에서 온 예술인들이 의외로 많았고 그들과 다양한 관점의 관극평들을 나누고 베를린으로 향했다.
2월 26일 독일 베를린의 유서깊은 예술의 거리인 크로이츠버그의 씨어터 포럼 공연장에서 다시 만석 관객을 맞았다. 세계 연극의 중심지인 만큼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예술인들이 공연장을 찾아 주었다. 씨어터 포럼 극장주 아네모네 여사는 이곳이 나치 점령시절 독일군들의 파티 장소이자 게쉬타포의 비밀 장소였다고 했다. 그리고 백남준과 요셉보이스 등 플럭서스 멤버들이 자주 이용했던 극장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전쟁의 상처를 아우르며 시대를 앞서갔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거쳐 간 무대에 우리 작품이 공연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서로 옷깃을 다시 여미었다. 막이 내리고 관객들의 묵직한 기립박수 속에 조용히 시작된 ‘오월의 노래’를 관객들과 같이 부르고 서로 오랫동안 안아주며 무언의 위로를 나누었다. 많은 관객들이 로비에 남아서 ‘날 것처럼’ 우리에게 남아있는 공연의 깊은 여운을 호흡하고 공감했다. 특히 우리 공연을 초대하겠다고 한 그리스 연출가와 배우들, 독일 연극인들의 섬세하고 따뜻했던 감상평들이 마음속에 남는다.
2월28일 폴란드 골레니우의 브라마 극장에서 이번 유럽투어의 마지막 공연이 올라갔다. 브라마 극장은 오딘극단과 유사한 예술철학으로 시민공동체에 뿌리를 내리고 전 세계에서 온 젊은 예술인들이 적극 참여하여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이는 명망 있는 극장이었다. 필자의 제안으로 브라마 극장장인 제니 크리시와 청소년단원들이 함께 한 간담회가 인상적이었다. 간담회에서는 한국전쟁과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과의 정전상황에 관한 것부터 작품에 등장한 한국전통 무용과 음악, 한류 등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난민인 마리아 니코베치아와 나눈 공연의 중심에 흐르는 ‘생명의 강과 나무’ 등에 나타난 동서양의 종교와 치유에 관한 관점과 의미에 관한 토론은 매우 진지했고 가슴 아팠다. 막이 내리자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져 배우들이 무대로 다시 나왔고, 필자와 공동연출인 소스도 배우들과 손을 잡고 함께 한 관객들과 정령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우리와 유사한 억압의 역사를 지닌 폴란드인 특유의 공감의 정서가 느껴지는 감동적인 마지막 공연이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국제 공동 창제작 형식으로 기획한 ‘전쟁 후에 AFTER WAR’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콘텐츠 유통에 따라 최근 유럽 초연 및 순회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사진은 유럽에서의 무대 모습.

‘전쟁 후에’ 공연 모습.
“극이 진행되면서 씨앗무덤에서 나와 다시 씨앗무덤에 나란히 눕게 되는 인형들을 보며 무대에서 시작된 빈 의자의 지평선이 다른 세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에 누워있는 억울한 죽음들을 상상했다. 세계의 전쟁과 항쟁의 역사 속에서 희생된 원혼들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나는 아직 그들을 맞을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 프로로그에서 원혼들의 이야기들은 독특한 시어와 운율로 나를 전쟁과 항쟁을 거쳐 혼돈과 치유의 공간으로 이끌어 내고 있었다. 무대 중앙의 씨앗무덤 주변에서 단아하고 유려한 곡선으로 춤추며 탈을 쓴 화려한 의상의 혼들을 이끄는 정령의 이끌림으로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춤은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감동을 주었다. 이어서 탈을 씨앗무덤위에 가지런히 놓은 주인공이 낯선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를 낯선 언어로 나지막히 그리고 힘차게 같이 부를 때 갑자기 슬픔과 고통은 나의 것이 되었다. 두 명의 음악가들이 연주한 독특한 음악과 소리들은 극도로 아름다웠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종이옷을 몸에 둘둘 만채 등장하여 시체들 사이를 몸으로 구르며 생명의 강을 만들고 위로의 춤을 추었던 정령의 춤과 연기는 압권이었다. 마치 인류의 전쟁과 항쟁의 역사 이야기는 길고 무거운 두루마기 천에 쓰여져 하늘에서 온 원혼들도 볼 수 있도록 한 것 같았다.”(다나 피스커 샌드그림)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이 나의 이야기였다. 민족과 언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첫 장면부터 나를 완전히 몰입시킨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덴마크령 그린랜드 원주민인 내가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이 공연 내내 가슴 속에 져며왔다. 우리는 불행히도 오랫동안 억압받고 순치되고 있었지만 항쟁의 역사가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늘 이 순간부터 나는 우리 부족을 위해 항쟁의 역사를 써나갈 것이다.”(아룽하 베스티랜드)
“정령의 춤과 연기가 압권이었습니다. 안무가인 제가 보기에 그녀는 한 순간도 동작의 리듬과 흐름을 놓치지 않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독창적인 동작들과 연기가 조화롭게 펼쳐친 역동적인 그녀의 현존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배우들의 피지컬 스코어도 연기의 독특한 감정선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서 감동적이었습니다.”(마리 브롤린)
“병사를 연기한 배우의 독특한 감성연기에 반했어요. 나는 내가 극의 주인공인 병사인 그와 한 몸이 되어 고통과 슬픔을 공감하고 있었어요. 그와 일체가 되어 아픔을 나눌 때 비로소 나는 완전히 깨어있는 인간이 된 느낌이었어요”(제니퍼 아펠)
“동서양의 전쟁과 항쟁의 서사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깊이와 감동으로 나에게 다가온 걸작이다. 특히 묵직한 서사를 떠받치는 피나 바우쉬의 Tanz theater를 연상하게 하는 안무와 인간의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는 생소한 악기들의 향연은 단아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캐롤리네 라슨)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내 가족과 친구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서 많이 울었다. 그러나 슬픔과 아픔을 넘어설 수 있는 인간애의 씨앗을 보았다. 끝없이 이어져 누워있는 시체들이 일어나서 노래하며 대지의 어머니의 품에 안기어 위로받고 다른 세상으로 평화롭게 떠나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난민연극인으로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갖게 해 주어서 고맙다.”(마리아 니코베치아)
“한국의 전통춤과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오딘극단 고유의 피지컬 스코어의 몸짓과 소리를 조화롭게 어우른 점이 감명 깊었다. 생명나무와 성황당 나무등의 동서양의 신화적 종교적 상징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과 베트남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전쟁과 항쟁의 서사들이 시공을 초월해서 다양한 빛과 소리 그리고 이야기로 극화되고 공감되어서 좋았다. 특히 커튼콜에 무반주로 ‘오월의 노래’가 배우와 관객들의 마음을 담은 하모니로 울려 퍼질 때 전율을 느꼈다. 단지 때론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역동적이서 매우 한국적이었던 극의 톤을 조금 더 단아하고 묵직하게 낮추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강수기)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우리는 역병을 앓았고 국제공동창제작이라는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통과의례를 겪었다. 전쟁은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상처는 치유되고 고통은 줄어들겠지만 전쟁의 슬픔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나눈 인간의 선함과 인간애의 씨앗을 믿는다. 이 험난했던 여정을 함께 한 창작진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관계자 모두에게 마음모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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