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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해온 시선과 흩어진 것들…기억과 존재로 복원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청년작가초대전
서양화가 김설아展 16일부터 회화·설치 40여 점
"현재까지 작업 총망라해 짚고 가는 첫번째 자리"

2022. 11.15. 21:39:35

1부 출품작 ‘아홉 개의 검은 구멍, 소문’(국립아시아문화전당 커미션)

2부 출품작 ‘사자의 은유’
그의 화폭에는 생명이 다한 재와 먼지, 깃털, 벌레, 미생물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것들과 소멸하는 것들이 얽혀있다. 무질서한듯 보이지만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규칙적 질서가 확보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작가가 타자에 대한 시선은 물론이고 과거의 시간과 역사로 확장돼 가는 가운데 작가가 천착하는 미약한 생명체들을 통해 동시대의 불안정에 대한 증언이자 사유라고 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그를 처음 대면한 게 2015년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신진작가 10명 중 1명으로 선정돼 발표되면서다. 그후 간담회 자리에서 처음 대면했는데 그의 이력을 듣고는 범상치 않겠다는 것을 직감했다. 인도로 유학을 다녀온 것도 그렇고 작품이 말하는 미학이 결코 단순하지 않아서였다. 예감이 적중한 셈이다.

그후 발표되던 작가의 작품들은 깊이가 깊은 대신, 너무 안일하게 작품 앞에서 섰다가는 그저 난해한 작품 한점 접했다는 소감 밖에 가져갈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1년 후 2016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그의 존재는 안착되기 시작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개관 30주년 ‘두 번째 봄’ 현대미술전(4.26∼7.10) 3부 ‘연대와 확장’ 출품작에 이르기까지 그는 일관되게 자신만의 독자적 화풍을 견인해오고 있다. 전남 여수 출생 서양화가 김설아씨 이야기다. 이런 김 작가가 창의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청년 작가 1명을 선정, 해당 작가를 집중 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청년작가초대전에 출품한다. 초대전은 ‘숱한 산들이 흩어질 때’라는 타이틀로 16일부터 2023년 3월12일까지 열린다. ‘아홉 개의 검은 구멍, 소문’과 ‘우리는 먼지 속을 기어갔다’, ‘기억의 막’, ‘눈물, 그 건조한 풍경’ 등 회화와 설치 40여 점이 관람객들을 만난다.

이번 전시는 여섯번째 개인전으로 타이틀인 ‘숱한 산들이 흩어질 때’는 코란에서 차용한 것으로, 예술가로서 바라봤던 시선과 무너지고 흩어진 것들을 망라해 어느 자리에서 서서 무엇을 바라보는가를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투영됐다.

3부 출품작 ‘진동하는 고요’
4부 출품작 ‘눈물, 그 건조한 풍경’
특히 이번 전시는 기록되지 못한 기억과 존재들의 흔적을 복원해오고 있는 작가가 상실의 경험이 공유되는 존재들을 자신의 기억에서 씨실과 날실로 직조하듯 복원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이같은 작품에 영향을 미친 첫 출발점은 그의 고향으로 인식된다. 그의 고향은 여수화학단지 인근 마을이어서 유년기부터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나오는 매연 등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기억들을 지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예술적 사유로 끌어들여 작품을 통해 꾸준하게 메시지를 던져왔다.

늘 작가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기록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개인과 연관된 특정한 장소에서의 경험을 호출, 그 기억을 어떠한 대상에 사상(寫像, mapping)해 은유하고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를 화폭에 소환, 복원하는 방식이다.

전시는 작가가 ‘시선이 어느 곳에 서서 무엇을 바라보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머물렀던 장소와 시기에 따라 ‘아홉 개의 검은 구멍’, ‘사자의 은유’, ‘진동하는 고요’, ‘눈물, 그 건조한 풍경’, ‘기억의 팔림프세스트’ 등 5부로 구성된다. 작가의 최근 작품부터 시작해 인도 유학 시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전개되는 이번 전시는 거대한 힘에 밀려 부유하는 작은 존재들이 사라진 공간에서의 기억을 소환하는 그만의 경험적 기반을 추적해 가는 여정이 될 전망이다.

먼저 1부 ‘아홉 개의 검은 구멍’ 시리즈에서는 각기 다른 구멍이 내재하고 있는 상흔을 관찰한 공간으로, 기능을 상실한 신체와 미미한 존재의 연계를 탐색하고 있으며, 2부 ‘사자의 은유’에서는 거대한 것에 쓸려간 자리에서 연약한 몸 위에 피어난 균사들을 관찰하는데 일본 쓰나미와 고향에서 휩쓸린 것들을 오버랩해 물의 도시에 퍼져있는 곰팡이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조망한다.

5부 출품작 ‘부유하는 몸’
김설아 작가
이어 3부 ‘진동하는 고요’에서는 땅 위에 침범하는 것들, 이를테면 무늬를 통해 그것을 관망하는데 내재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4부 ‘눈물, 그 건조한 풍경’에서는 몸으로 우는 존재 및 몸을 바꿔 되돌아오는 존재들에 대한 문제들을 탐구했다. 이중 3부 전시장에는 작가노트를 주제별로 정리해 소개하는 것이 아닌, 태어난 이후 무엇을 바라봤는가를 한편의 시로 창작한 작가의 글도 부착된다.

마지막인 5부 ‘기억의 팔림프세스트’에서는 인도에서 작업했고 연구하며 고민했던 것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미시적인 존재들에 대한 문제들을 조명한 그림이나 텍스트가 출품된다. 팔림프세스트(palimpsest)는 사본에 기록돼 있던 원 문자 등을 갈아내거나 씻어 지운 후에, 다른 내용을 그 위에 덮어 기록한 양피지(양이나 염소 가죽으로 만든 필기 용구) 사본을 말한다.

김설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작가가 되고자 해서 떠난 인도 유학 시절 텍스트와 그동안 주제별로 전시 등을 해왔지만 인도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총망라해 여는 첫번째 자리여서 의미가 깊다”면서 “주제별로 머물렀던 것에서 나아가 섹션별로 나눠 보여주는 전시로, 작업 여정을 종합적으로 짚고 간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시 전경
김설아 작가는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바로다 마하라자 사야지라오 예술대학 순수예술학부 석사과정을 졸업, 2013년 인도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5회의 개인전과 2011년부터 40여 회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인도와 일본 등지에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전시 개막식은 18일 오후 4시이며, 12월7일 오후 4시 작가와의 대화시간도 마련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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