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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못한 삶의 근원 탐색하며 상처들 응시
이창수 시인 12년 만에 제3시집 ‘횡천’ 펴내
행과 행 맞물리는 시적 구조 탄탄한 힘 이뤄

2022. 06.30. 18:42:22

전남 보성 출생 이창수 시인이 2010년 제2시집 ‘귓속에서 운다’를 펴낸 뒤 12년 만에 세번째 시집 ‘횡천’(橫川)을 문학세계사에서 최근 펴냈다. 두번째 시집을 낸 후 제3시집 출간이 늦어진데는 고향 보성으로 내려와 인문학학교 ㈔시가흐르는행복학교 이사장과 보성예총 초대 회장, 인문학 학교 남구대학 개설 등 인문학 발전을 위해 힘을 쏟느라 시편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광주시 남구 홍보팀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분주하지만 생활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문득 시가 있는 곳을 외면하지 않고 시 집필에 집중해 왔던 듯하다.

12년의 시간은 그저 다양한 삶의 족적만 남은 것은 아니다. 그 삶들을 다독이느라 얼룩들이 물살처럼 조각됐을 마음들을 한땀한땀 다독여 시의 영역 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런데 시적 영토가 있다면 확실히 넓어졌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것은 아마 세상에의 관조가 한층 더 깊어진데서 비롯된 것으로 읽힌다. 이번 시집 ‘횡천’을 관통하는 시적 정조는 행과 행 사이 빈틈없이 짱짱한 결을 이루는 비결이 되고 있다. 행과 행이 다소 긴장감을 상실한 채 헐거워져 전개되던 시풍들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행과 행을 맞물리는 시적 구조가 탄탄한 힘을 이루고 있다.

시집 제목이 ‘횡천’인데 명칭이 낯설어 동료 문인이나 일부 독자들은 ‘황천’으로 잘못 발음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모양이다. 횡천은 하동에 소재한 강으로 왜 옆으로 흘러간다고 했을까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시 속 횡천은 단순한 천(川)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느새 오십 넘은 그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나, 무수한 강을 건너가야 할 숙명에 선 삶이 신자유주의 시대 극악한 자본주의를 어떻게 건너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시인은 ‘구불구불 길도 직선으로 바뀌고/논도 밭도 바둑판 되었다네/사람들은 직선을 숭배했다네/그러든 말든 횡천은 옆으로만 흘렀다네’(‘횡천’ 일부)라거나 ‘오랫동안 노인의 어린 딸 찾아 헤맸다/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썼지만/마지막 문장 다 마치지 못하고/타지를 떠돌았다//강물 위 벚꽃이 떠다녔다/강물 위 벚꽃으로 떠돌았다’(‘복내’ 일부)고 노래한다.

횡천과 복내 시편에서 현실적 삶의 고단한 현실을 반추한다. 특히 ‘복내’에서 ‘마지막 문장’ 다 마치지 못한 것의 의미는 시적 자아가 관망하는 주관적 삶의 미완을 상징하지만, 역설적으로 해원에 가닿지 못한 삶의 근원에 대해 자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떠다녔다’거나 ‘떠돌았다’는 서술어를 통해 정주하지 못한 채 이주하는 삶에의 초연함을 드러낸다.

이창수 시인
그의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편에는 갈수록 해체되는 가족은 물론, 공동체에 관한 심성을 가감없이 표출한다. 지난한 삶 속에서 시적 자아를 지탱하기 위해 애를 썼던, 고투했던 부모의 삶을 상기시킨다.

‘어머니는 콩 흙으로 덮어주고 물 주었다/바람과 흙과 물/밭고랑에 엎드려 주문 외우면/마른 땅에서 초록 잎이 올라와/등록금이 되고 청바지로 바뀌었다’(‘콩’ 일부)거나 ‘해방/후 아버지의 형님이 좌익이 되었다. 할아버지도 다 큰 자/식 어찌할 수 없을 때 아버지의 형님은 산으로 갔다고 했/다. 먹구름 속으로 달이 들어가 마당이 아주 캄캄해졌을/때 뒷산에서 개가 울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혈육의/울음소리 같았다’(‘가족’ 일부)고 읉는다.

또 시인은 봄의 시작이 아버지의 일자리 찾기로부터 다가옴을 인식한다. ‘겨울부터 아버지는 노인 일자리 찾아 면사무소 드나드는데/면직원은 봄까지 기다리라 한다/…중략…/아버지는 봄이 오면 일터에 나가려고/읍내 한의원에서 무릎 치료 받는다’(‘봄봄’ 일부)거나 ‘싸늘한 늦가을 햇살에 산초 말라가는 동안/어머니의 우울은 깊어가고 아버지는 말이 없어졌다. 어머/니가 나를 찾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산초 말라가는 계절’ 일부)고 했다.

이 시편들에서 부모의 삶에 대한 단상을 차분한 어조로 풀어낸다. 두 살 위 고향 친구 경수(‘보성강’)까지 호출한다.

‘항아리’나 ‘지리산1’ 같은 삶의 근원에 대해 탐색하는 시편 및 ‘양림동’을 비롯해 ‘상무지구’와 같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 대한 시편들도 실렸다.

류근 시인은 표사를 통해 “이 시인에게서는 생래적 복서의 기질이 느껴진다. 인파이트와 아웃복싱에 두루 능한 전투력을 가졌다. 기술만 능한 것이 아니라 강력한 주먹과 맷집까지 보유했다. 잔주먹질 하지 않는다. 진지하고 진실하다. 본능적으로 감동과 서정의 스텝을 유지한다. 시인이 귀한 시대에 그는 귀향과 이향, 생활과 상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도발하고 성찰하면서 삶의 상처들을 응시한다”고 평했다.

이번 시집은 ‘봄의 동력’을 비롯해 ‘보성강’, ‘도를 아십니까?’, ‘땅벌’ 등 제4부로 구성, 55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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