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새판짜기’…질서 재편·혁신 기회로
피할 수 없는 장애물…변화 수용하고 기회 찾아야
원격 수업·재택 근무·화상회의 등 비대면 일상화
디지털 전환 ‘가속도’…협업·신사업 발굴 노력도
입력 : 2020. 09. 28(월) 18:51
전남 담양군 에코산단에 위치한 올밀크F&B는 최근 대형 온라인 유통채널에 잇따라 입점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올밀크F&B 직원들이 코로나 위기 극복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추석 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면에서 새로운 풍속도를 그리고 있다. 여러 친척이 한집에 모여 차례를 지내기보다는 직계 가족끼리 소박하게 모이거나, 아예 모이지 않고 전화와 화상으로만 덕담을 나누는 ‘랜선 귀향’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역시 이번 연휴 기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집에 머물러 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코로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전과 다른 세상으로 확 바꿔 놓았다. 대면접촉을 피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며 다양한 영역에 걸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국내 코로나 상황은 심각과 안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시적, 예외적으로 진행해 온 재택근무·사회적 거리 두기 등은 앞으로 상시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제는 없어질 때까지 참고 지낸다는 마음가짐 보다는 장기간 공존해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위드(With) 코로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핵심 키워드 분석을 통해 예상되는 우리 사회 변화의 모습을 짚어봤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간다는 ‘위드 코로나’. 그리고 그 시대 속 핵심 키워드인 ‘언택트(Untact·비대면)’는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주먹 인사로 악수를 대신하고, 외출 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으며 많은 사람들은 ‘사람들이 많은 곳은 위험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언택트’는 코로나 이전부터 있던 개념이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모든 변화의 축으로 급격히 자리 잡으며 가속화·고도화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사회에서도 ‘언택트’는 익숙한 변화 중 하나다. 재택근무, 원격근무·교육, 화상회의, 배달 사업 등 언택트 환경은 이미 일상화 됐다.

실제 광주시·전남도를 비롯한 지역 지자체는 코로나 장기화로 급변하는 사회적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언택트 행정’을 도입했다.

주요 간부진들이 옹기종기(?) 모여 진행하는 회의는 없어지고 화상 회의를 통해 주요 안건을 논의한다.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각종 캠페인과 행사도 유튜브 중계로 대체 되기도 했다.

지역 경제계에서 언택트는 ‘뉴노멀’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광주은행의 하반기 중점 추진전략은 ‘비대면 채널’ 강화다.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AI(인공지능) 기반 자동응답시스템을 도입했고, 기존 음성서비스에서는 지원하지 않았던 업무처리도 가능하게 했다.

유통환경은 오프라인에서 모바일·온라인이 중심이 되고 있다. 광주신세계·롯데백화점 광주점 등은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한 상품 추천,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 등 비대면 이용의 편의성을 강화해 모바일·온라인 등의 채널을 활성화 시켰다.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퇴근 시간을 다양화한 유연근무제와 집에서 회사 업무를 하는 재택근무제를 확대해 시행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00여 개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업무방식 변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원격근무를 시행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34.3%로 코로나 이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 원격근무를 시행한 기업은 대기업 9.7%, 중견기업 8.2%, 중소기업 6.7%에 그쳤지만 코로나 이후 원격근무 시행기업은 대기업 45.8%, 중견기업 30.6%, 중소기업 21.8%로 기업규모에 따라 최대 5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19가 바꾼 교육계 패러다임의 대표적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모든 학생이 교실을 벗어나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됐다.

위드 코로나에서는 이 같은 원격수업·재택근무가 정착되는 변화가 일어나게 되며, 이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 일상으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WC(With Corona·위드코로나)의 시대를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역 각계 전문가들 역시 ‘위드 코로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코로나 극복의 역량을 모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현조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면서 “지역 기업들이 화상회의·재택근무 등 비대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디지털 전환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인 최형천씨(경영학 박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불안한 접촉 대신 안전한 단절을 선택하는 ‘언콘택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언콘택트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 변화를 ‘모두를 위한 질서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종만 광주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지역 기업들이 마련한 포스트 코로나 전략은 위드 코로나 전략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기업들의 유연근무제 정착과 비대면 회의, 재택근무 상시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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