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예술작품 지향 ‘문화·힐링 공간’ 지속될까
■폴리Ⅱ ‘광주천 독서실’ 가보니…
광주비엔날레, 집중 호우 따라 폴리 5곳 보수 공사 진행
페인트 탈색·거미줄·쓰레기 등 여전 점검 후 개선 기대
입력 : 2020. 09. 17(목) 18:49
보수공사에 들어간 광주천 독서실 야경.
광주폴리Ⅱ의 작품 중 하나로 조성된 ‘광주천 독서실’이 조성 7년여가 지나면서 노후화되는 등 관리가 시급해지고 있다.

이처럼 광주 시내 곳곳에 놓인 폴리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 크고 작은 흠결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8월 초부터 집중호우와 폭우까지 더해져 긴급 정비와 보수가 필요해지고 있다.

17일 (재)광주비엔날레에 따르면 ‘광주사랑방’과 ‘유네스코 화장실’, ‘광주천 독서실’, ‘잠망경과 정자’, ‘99칸’ 등 5곳의 폴리를 대상으로 지난 9일 공사에 착수, 오는 10월6일까지 장마철 우천에 따른 전반적 점검과 물때 제거, 콘크리트 균열 보완 등 제 기능 유지를 위한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담배 꽁초가 버려져 있는 모습
이중 ‘광주천 독서실’은 광주폴리Ⅱ(총감독 니콜라우스 히르쉬·Nikolaus Hirsch)의 작품 중 하나로, 한국의 전통 정자에서 영감을 얻어 가나출신 영국건축가 데이비드 아자예(David Adjaye)와 미국의 소설가 타이에 셀라시(Taiye Selasi)가 2013년 11월 완성한 작품이다. 대다수 책들을 일기(日氣) 등에 따른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에 모형으로 제작, 비치해 왔으나 관리가 부실했다.

책꽂이에 비치된 책들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젊은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지 아다치에의 작품에서부터 프랑스 에밀 졸라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인권 주제의 도서들이 비치된 작은 인권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빼서 볼 수는 없으며, 도서가 비치되지 않는 책꽂이는 비어 있는 상태다.

가운데 계단 통로로 심하게 검정색 도색이 벗겨져 있다.
이 일대를 찾는 시민들은 흑색 건축물, 그리고 책이 비치돼 있는 등 독특한 콘셉트가 반영돼 있는데다 탁 트인 두물머리인 이곳 풍경으로 인해 문화적 감수성을 일깨우면서 힐링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9월 전후 여러 차례 찾은 광주천 독서실은 예술 작품인지, 방치된 건축물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광주천변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광주천 독서실을 관통한 계단을 지나 천변으로 오가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자주 노출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부재가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초 집중 호우와 수마가 할퀴고 간 뒤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목격한 것들이어서 교각이나 천변의 여러 시설과는 또 다르게 예술작품인 만큼 더더욱 관리의 손길이 필요해 보였다.

천정과 계단을 위시로 한 바닥면, 측면, 책꽂이 벽면 등 곳곳에 외피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페인트 도색이 벗겨진데다 거미줄까지 쳐지는 등 관리 부재를 드러내왔다
뿐만 아니라 책꽂이 마다 거미줄이 가득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안내 이정표는 풀숲에 놓여져 있어 야간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이 건축물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폴리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것 자체가 막혀있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실내 공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날씨까지 선선해지면서 이 일대에는 운동 겸 산책을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시민들로부터 ‘광주천 독서실’에 대한 이미지 추락은 불보듯 뻔해 보였다.

이곳에서는 2015년 9월에는 예술과 책을 통한 체험프로그램 ‘광주천 독서실 운영파트너 프로그램-예술&책놀이 마켓’을 실시하는 등 간헐적으로 프로그램이 시도돼 왔으며, 실제 독서실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2016년에는 모형 책만 비치된 한계 타계를 목적으로 책 40권을 비치한 실험에 나섰으나 우천에 모두 젖어 좌초됐었다. 그리고 2019년 6월 중순에는 독서실 안 추가 책 설치 등 독서실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벽면 페인트가 벗겨져 보기 흉한 모습.
광주천 독서실은 조금 더 시민친화형 폴리로 안착하기 위한 실험들이 진행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8월 집중호우와 폭우에 따라 페인트 탈색 및 목재 상태, 물때 제거 등 긴급 점검에 나선 만큼 점검이 완료된 이후 조금 더 시민친화형 폴리로 안착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광주비엔날레 폴리 관계자는 “장마 수해로 인해 이번에 피해를 입은 지 여부를 파악하고 보수를 진행하기 위한 취지다. 오랜 시간이 경과해 페인트가 탈색됐다거나 장마철 목재 상황 점검과 물때 제거, 콘크리트 균열 등 컨디션 유지 차원의 보수공사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광주천 독서실’을 비롯해 점검 대상의 폴리들이 당초 취지처럼 지식과 휴식 및 문화공간 등의 역할로 다시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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