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풍덩’…아이들과 휴가 보내는 법
아동문학 잇따라 출간 천진난만한 ‘동심’ 자극
김옥애 작가 위시로 다양한 동화와 동시 선봬
의병·인공지능로봇·자연과 생명 소중함 다뤄
입력 : 2020. 07. 22(수)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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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관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 속 광주전남 작가들의 작품집이 꾸준하게 독자들을 찾아오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언택트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각종 동영상으로 문화생활이 옮겨가는 등 패턴이 크게 변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이지만 혼자 고립돼 책을 읽는 것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나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에 부합되는 일면이 있다. 본격 휴가철을 맞은 가운데 여행을 가기가 찜찜하다면 집에 머무르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아이들과 함께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최근 유난히 많은 아동문학가들의 신간이 쏟아졌다. 각자 취향에 따라 책에 대한 반응은 갈리겠지만 모처럼 책읽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터다. 광주전남을 연고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아동문학 신간들을 중심으로 정리, 소개한다.

‘진짜 형이 나타났다!’
먼저 아동문학계 비중있는 작가로 평가받는 전남 강진 출생 김옥애씨의 장편동화가 눈길을 끈다. 작가는 청개구리 문고 35번째권으로 ‘추성관에서’를 내놓았다.

이 장편은 제6회 송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을만큼 작품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 동화는 임진왜란 당시 전남 지역 의병들의 집결지였던 담양 창평 추성관을 배경으로 백성들 스스로 전쟁을 준비하고, 나아가 의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의병의 이야기를 영웅의 관점이 아닌, 민중의 관점에서 전개하고 있다. 당시 의병에 가담한, 이름없는 민초들의 솔직하고 생동감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대의와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끝없이 갈등하는 가운데 시대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간 의병들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재구성,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작가는 흔히 임진왜란 하면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쉽게 떠올리지만 역사의 고비마다 두드러져 보이는 뛰어난 영웅들의 업적이야말로 그 이면에 가려진 이름없는 민초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동화를 집필했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의병들의 삶이 하나의 전설처럼 느껴졌다. 오직 나라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일어나 목숨을 던진 것이다. 그런 의병들의 거룩한 마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면서 “너무도 개인주의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나라를 위해 헌신하며 싸웠던 조선시대 의병들의 생각에 공감하고 체험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꽃길’
또 전남 곡성 출생 정복현씨의 즐거운 동화여행 112번째권으로 ‘진짜 형이 나타났다!’(가문비 어린이 刊)가 출간됐다. 이 동화는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들면서 수많은 인공지능로봇의 도움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작가가 인공지능로봇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그때를 예상하며 집필했다.

성숙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보보. 비록 로봇이지만 친구들과 잘 지낼 뿐 아니라 보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형이지만 강현이의 모함으로 폐기되는 처지가 되고 만다는 스토리다. 그동안 가족으로 지냈는데, 물건이니 버려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보보가 폐기될 때 ‘그 안에 있던 이성과 감성도 죽게 될까’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한다.

보보는 헤어지는 게 슬퍼 우는 보리에게 말한다. 보리의 기억 속에 있을 테니 자신은 아주 가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로봇을 만든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생명을 다하는 순간에 함께 했던 사람이 겪어야 하는 감정의 혼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는 여지를 남긴다. 기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혹은 가족을 버리는 일과 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 동화는 인간과 로봇이 어떻게 공존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보보 말대로 ‘기계는 사라져도 감정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꽃들이 하는 말’
이어 한빛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글쓰기에 집중해온 전남 담양 출생 김정원 시인이 첫 동시집을 펴냈다. 푸른 사상 동시선 58번째권으로 나온 ‘꽃길’이 그것으로, 2016년 ‘어린이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5년여만에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시인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생활의 지혜를 노래하고 있다. 촉촉한 흙살과 코스모스, 제비꽃, 백일홍, 달팽이, 잠자리 등 생동감이 넘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살구 꽃잎 곱게 깔린 꽃길을 걸어 볼 것을 권한다.

표제작인 동시 ‘꽃길’에서 ‘간밤에 샛바람이 불고 비가 왔어요/산이 세수하고 마을로 성큼 다가온 이른 아침/아기 살갗 같은 살구 꽃잎이 수북이 쌓인 길을/나는 깨금발로 조심조심 걸었어요’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시편에서 천진난만한 동심을 감성짙은 서정으로 길어 올리고 있다.

작가는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즐거운 나라였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자연과 삶을 꾸밈없이 베껴 쓴 동시를 묶었다. 이 동시집을 어린이처럼 어른들도 읽는다면 나무한테 조금은 덜 미안할 것 같다. 동시를 읽고, 쓰며, 그 뜻을 눈 감고 생각하면 어린이가 되고 정신이 맑아진다”며 “동시가 우리한테 사는 재미와 슬기를 준다. 사물을 어린이의 눈으로 보고 어린이 목소리로 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광주전남을 연고로 활동 중인 작가들이 최근 아동문학 신간을 냈다. 본격 휴가철을 맞은 가운데 코로나19로 여행을 가기가 찝찝하다면 집에 머무르며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아이들과 함께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이외에 전남 화순 출생 아동문학가 민금순씨가 세번째 동시집을 펴냈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시를 표방하는 ‘꽃들이 하는 말’(아동문예 刊)이 그것으로,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 속 어린이들이 풋풋한 감성을 유지하며 희망찬 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상상의 나라로 안내한다. ‘나에게도 말을 걸어 줘!’를 비롯해 ‘풀밭 초대장’, ‘별들의 놀이터’, ‘겨우 그걸로?’ 등 5부로 구성, 60여편이 실렸다.

동시 ‘놀이터’를 통해 ‘투둑 투둑 빗소리에/나무도 반가워/팔랑팔랑 손짓해요//초록초록/싱그러움 더해져/반딱이는 잎사귀에//빗방울이 놀러 와/또르르 또르르/미끄럼 타지요’라고 읊는다.

아동문학가 정혜진씨는 “꽃과 자연, 계절, 친구 등으로부터 얻어낸 말을 재미있고 아름답게 노래한 작품들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나 자신을 스스로 아끼고 자랑스러워 하기를 바란다”며 “모든 독자들에게 꽃이 핀 정원의 행복한 그림이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스스로 어린이의 꽃과 자연의 꽃을 가꾸고 피우는 정원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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