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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시론

코로나19와 아파트
조용준 조선대학교 명예교수

2020. 07.13. 18:44:26

[광남시론] 도시의 본질적 매력은 사람들이 고밀도로 모여 살면서 인간관계가 만들어 내는 여러 형태의 활력에 있다. 특히 다양한 만남과 교류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활력에 있다. 이를 통하여 수많은 정보가 모이고 가공되고 발신되며, 직업이 생기고, 부도 창출된다. 도시는 인구 규모가 커질 질수록 인간관계가 밀접해지고, 활동밀도가 높아지는데, 인구증가 현상은 산업혁명 이후에 본격화되었다. 18세기 후반에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도시에는 많은 농촌인구의 유입과 함께 공장들이 들어섰는데, 런던의 경우 1841년에 195만 명이던 인구는 1887년에는 42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공장에서 내뿜는 많은 연기나 배수, 지나친 밀집거주가 만든 열악한 주거환경, 주택에서 나오는 오수 등은 도시환경을 크게 악화시켰다. 거기에 급증한 유동성은 자동차의 도시지배를 만들면서 공기를 오염시켰다. 이는 생산력 저하와 함께 전염병 발생으로 이어져서 많은 사망자가 생겨났다. 당시 이를 규제하기 위해서 공중 위생법과 노동자 계급 숙사법이 제정되었고, 도로폭, 벽면선, 건축주변의 공터, 건물 높이 등의 규제법도 제정 되었다. 미국에서도 불량주택이 전염병의 원인이라고 여기고, 보건위생 측면에서 아파트 주거법이 제정되었다.오늘날의 건축법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공장주나 사회개혁가들도 이상도시를 제안하거나 만들기도 했다, 그후에 영국의 레찌웨스와 웰윈에는 에베네쩌 하워드의 ‘내일의 전원도시 이론’이 실현되는 도시가 만들어 졌다.

건축가 토니 가르니에의 공업도시 계획안과 건축가 르꼴브제의 인구 300만 명의 현대도시 구상도 있었다. 근대건축가 국제회의가 결성되고, 4차 회의인 아테네회의(1933년)에서 도시는 ‘태양, 녹음, 공간’을 갖추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도시를 용도별, 용적별로 분리하고, 이 사이를 자동차가 연결하는 분리와 개별성의 확산형의 근대 도시사조의 시작으로써, 짧은 기간에 세계도시를 지배했는데, 우리 도시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 사조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자가용에 의존한 확산형 도시는 인간관계 약화는 물론, 에너지 소비 증가를 초래하고, 범죄증가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컸다.

미국의 도시학자 제인 제콥스는 모더니즘 도시는 더이상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아름답게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거기에 혈연가족 붕괴와 함께 1인 가족이 보편화와 함께 나타난 절연생활이 만든 고독사 문제까지 제기되었는데, 많은 조사들은 초고령사회 최대 적은 인간관계 상실이 만든 고독감이며,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2045년에는 1인 가구가 36%가 되리라는 우리나라는 더욱더 그러하다. 실제로 근래 일본에서는 혼자 사는 하키코모리(운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빈곤 노인은 일본의 2배이다. 그만큼 운둔 생활이 많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OECD 등은 쾌적한 공동의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고, 환경 부하가 감소되는 캠팩트 시티를 권고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 19가 지구촌을 위기로 몰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문명 전체가 근본적으로 뒤바뀌면서 삶의 방식도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국경은 닫히고 폐쇄적 사회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도 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쓰고 서로떨어져서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스페인 독감 백신이 지구촌을 구한 것처럼, 코로나 19 백신이 개발되어 사람들이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쉽지 않다고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써 유대가 강화되어야만 도시행복이 이루어진다는 도시관이 무너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는 물론, 재택근무나 비대면활동 등은 점진적으로 증가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전혀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하니, 불확실한 도시미래가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 19 상황이 지속되면 변화의 시작은 ‘낮에는 직장이나 학교에 있고, 저녁에만 집에 있는 12시간 거주방식’의 아파트가 될 것이다. 특히 층간소음이나 배관소음, 주호공간의 경직성은 물론, 사회적 접촉공간의 소홀 문제가 가정 먼저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사실 이들 문제의 개선요구는 아파트가 등장한 50여 년 동안 계속 되어왔다. 그러나 층간소음이나 배관소음은 항상 거주자들에게만 생활방식을 바꾸라고 강요 해왔고, 거주자들도 그러려니 해왔다. 가족구성은 급격하게 변해 가고 있는데도, 방의 규모나 형태는 전혀 바꿀 수 없어서 흡사 신에 발을 맞추어 살라고만 해왔다. 학교 교실은 층간소음도 없고, 학생 수에 따라서 벽을 만들기도 하고 확장하기도 하는데, 아파트는 불가능하다. 학교는 기둥식 구조이지만, 아파트의 대부분은 벽식구조이기 때문이다. 벽식구조는 공사기간이 더 짧고 양산에도 도움이 된다. 거주자의 관점이 아니라는 말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라도 아래층 눈치를 보지 않고, 쾌적하고 당당한 주거생활이 되도록 함이 필요한데, 이 시작은 벽식구조에서 탈출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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