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한약의 시작
박태희 광주시 한의사회(미소필 한의원)
입력 : 2020. 07. 08(수) 19:23
[아침세평] 한의원 하면 크게 침치료와 한약 치료를 떠올리게 된다. 그 중 침치료는 1987년에 건강보험(당시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기 시작해 한의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2019년에는 추나치료까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어 한의원의 대부분의 치료가 건강보험의 범주안에 들어왔다. 그러나 한의학 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약(첩약) 치료는 아직까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여 비용을 지불하기 힘든 사람들은 접근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구안와사(특정한 이유없이 입과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마비가 되는 질환)나 뇌혈관질환의 후유증(뇌출혈, 뇌경색을 포함한 중풍 증상), 생리통 등은 침치료와 함께 한약 치료를 동시에 했을 경우 회복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지는 질환들이다. 그러나 이런 질병을 갖고있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일분에 25만원정도 하는 한약의 가격은 치료의 장벽이 되곤 했다. 입원환자의 식사까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이 질병을 치료하기위한 투약이 보험적용 되지 않는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에 구멍이 생겨있는 것과 같았다.

한약은 신약이 아니다. 수천년간 동물이 아닌 인간에 대한 직접투여 임상 데이터가 쌓여있는 근거중심의학의 산물이다. 효과와 안정성이 그 어느 약물보다 확실한 검증이 되어있는 것이다. 한약의 전문가들이 사용했을 때는 치료효과도 높을 뿐 아니라 부작용 또한 여느 화학약품보다도 적고, 부작용이 생긴다 하더라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조절이 가능한 부작용들이다.

이러한 한약이 드디어 빠르면 올해 10월 부터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의 후유증, 생리통(향후 알레르기 비염, 무릎관절염 추가검토) 이 세가지 질환을 우선으로 3년간 “첩약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2012년에 처음 논의가 시작되어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일단 차근차근 급여화가 되어 국민들의 부담을 많이 줄여줄 것이다. 2012년보다 재정규모도 줄었고, 국민의 요구도가 높은 10여개의 질환에서 적용 질환의 수도 많이 줄었으며, 투약일수도 10일로 줄어들었지만 시범사업은 말그대로 본사업의 실효성과 보완점 등을 찾기 위해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국민의 이용도와 효용성에따라 향후 혜택받는 비용과 대상 질환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사업의 기간은 2023년까지 3년 3개월이다.

반값 한약은 한마디로 한의원 문턱을 낮추는 제도이다. 경제적어려움으로 한의약치료를 망설인 환자들이 10월부터는 마음편하게 한약을 복용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환자수는 2019년 기준 1500만명이 훌쩍 넘는다. 국내 인구의 약 29%가 반값 한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약이 건강보험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약물의 질관리를 책임진다는 의미이며, 국민은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된 한약을 진료비 걱정없이 복용할 수 있고, 첩약조제내역이 공개되어 자신이 복용하는 한약에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받을 수도 있다.

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설치하고 한의사가 전화진료후 무료로 한약을 보내주는 의료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전화상담을 통해 2400여명이 무료 한약을 복용했다. 중국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한약은 경증의 코로나 확진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고 치료기간도 상당히 줄였다. 국내에서는 국가적 차원으로 이를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많은 한의사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일조를 해오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춰진 시스템인 대만민국의 건강보험이 더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이러한 건강보장의 구멍을 막는 작업이 하나 둘씩 이뤄져서 전국민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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