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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문화예술 지역이 답이다
이당금 극단 푸른연극마을 대표

2020. 06.25. 18:43:51

이당금 극단 푸른연극마을 대표

[문화산책]황량한 공사현장에 단 두채의 집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흙더미 위에서 서 있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빨간 스프레이로 X표시를 하고 철거예정이라고 담벼락마다 거칠게 갈겨놓았던 집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한 순간 동네가 사라지고 말았다. 재개발 공사로 아파트가 들어설 그곳은 낡은 집들이 마을을 이루던 곳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새우고 새벽공기 틈으로 밥 연기 피어내며 삶을 투쟁으로 살아오던 터전이었을. 공사 가림막으로 가리워져 있던 그곳을 8개월째 오고 가면서 삶의 터전이 부서지는 과정을 보았는데 기어코 동네의 흔적이 사막같은 풍광처럼 거칠었다. 대형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집의 흔적 끄트머리까지 괴물처럼 잘게잘게 부수고 있는 그 모습이 인터넷 게임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런데 무슨 연유로 수십미터 간격을 두고 그 황량한 곳에 집 두 채 만 덩그러니 남았을까? 포크레인 기술자의 퍼포먼스인가? 재개발로 떠날 수 밖에 없었을게 뻔한데 왜? 왜에? 포크레인 한방이면 폭삭 주저앉을 그 집이 여기가 어디였는지 기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다. 기억해, 우리가 있었다는 것을. 제 아무리 비싸고 고급 아파트일지라도! 바삭거리는 흙더미 위에 덩그러니 남은 두 채의 집은 마지막을 향해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 있어! 삶의 회한을 담은 우리의 터전이 비록 낡고 오래되었다 할지라도 이곳에서 그 오랜 시간을 견디며 살아왔었다고!

어쩌면 곧 잊혀질지도 몰라. 연극이라는 것도, 예술이라는 것도! 이러다가 잊혀지는게 아닐까 그게 무서운거야. 사람들이 연극을 보지 않아도, 공연장에 안가도, 예술 없어도 살 수 있으니 예술따위 잊어버리자고! 그냥 술이나 한잔 마시고 그런게 있었어?라고. 망각은 인간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으니! 평범했던 일상이 사라지는 것처럼 점점 잊어버리고 잊혀져가는게 무섭다고 했던 예술가의 목소리가 포크레인 굉음에 파묻힌다. 코로나19 전과 후의 삶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자.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던 시대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미처 대비하지 않았던, 미처 상상조차 못했던 것을 새로운 전환하고 있었다. 이제 곧. 금방일거야. 애써 외면했던 현실이 마치 연극무대처럼 왕왕거렸다. 많이 힘들죠? 6개월이 지났지만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공연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정도에 쓰러지면 진즉 쓰러졌죠. 해야죠. 해내야죠! 명랑하게 대꾸했지만 보이는 이 힘든 시절 정도는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길고 어두운 터널속에 갇혀버린 듯 미래는 불확실하다. 공연제한, 공연중지, 무관중 공연, 사회적 거리두기 공연, 온라인 공연등등은 지금 당장은 견디게 할 수 있지만 전환시대에 뉴노멀을 열어갈 예술의 위치는 어디일까? 연극인으로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에스트라공: 이젠 뭘 하지?/블라디미르: 글쎄.../에스트라공: 가자./블라디미르: 갈 순 없다.../에스트라공: 왜?/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중에서)

이번 주 춘천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소극장열전이 개막한다. 광주, 전주, 대구, 부산, 구미, 춘천 등 6개 지역 소극장은 지역연대, 배우연대, 작품연대, 극장연대를 기반으로 축제형 소극장 공연을 펼친다. 첫해 6개 지역으로 시작해서 9개 지역까지 연대했다가 다시 6개 단체로 줄어들긴 했지만 대소열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많게는 100여명의 배우들이 만나서 날밤을 새며 연극에 대한 이야기로 술꽃을 피웠다. 젊은 배우들은 견우와 직녀처럼 대소열에 참가하면서 또래의 지역 배우들과 연대를 모색하기도 했다. 단체 대표들은 이때다 하면서 지역에서 해소하지 못한 속사정을 토로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즐겁게 놀자로 시작한 대소열 축제가 힘든때도 있었지만, 한해도 거르지 않고 9년이라는 세월을 견뎌왔다. 민간단체끼리 연합하여 지속적인 축제를 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몇년간은 힘든 현실도 있었지만 다시 의기투합하여 2020 대소열이 펼쳐진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지속해야 할 힘이 생긴 것은 결국 지역의 힘이다.

촌놈들, 창단 30년쯤 되는 극단들과 20년쯤 되는 극단들이었기에 가능하다. 지역 연극 부흥을 위해 불도저같은 변방의 미친놈들이었기에 가능하다. 포스트 코로나 문화예술은 지역이 답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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