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동복댐 15m 증고 추진…주민 수용성·예산 ‘산 넘어 산’
[호남 반도체 팹 핵심은 ‘인수전지(人水電地)’ ] <1>물
반도체 용수 하루 30만t 확보 구상…일정 확정안돼
사업비·토지보상·도수관로 설치 등 예산 확보가 관건
13개 마을 수몰민 발생…환경·식수원 안전대책 등 과제
입력 : 2026. 07. 28(화)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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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6월30일 전남 화순군 동복댐을 찾아 용수 공급을 위한 동복댐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후에너지환경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요건은 안정적인 전력과 산업용수, 인력과 산업단지 부지 확보다. 이른바 ‘인·수·전·지’(人水電地, 인력·용수·전력·부지)의 기본 인프라가 제때 구축돼야 정부가 제시한 2030년부터 2931년 사이 본격 가동이 가능하다. 이에 본보는 호남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분야별 인프라 준비상황 등을 살펴본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산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화순 동복댐의 높이를 15m가량 올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 댐을 활용해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추가 수몰과 환경 훼손, 생활용수 안전성, 수천억원대 사업비와 주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27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하루 65만t의 용수를 동복댐과 주암댐, 장흥댐, 보성강댐, 나주댐 등에서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 구상은 동복댐에서 하루 30만t, 주암댐과 장흥댐에서 15만t, 보성강댐과 나주댐에서 각각 10만t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광주제1하수처리장의 하수 재이용수도 역삼투막으로 처리해 반도체 일반 공정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공급량의 절반에 가까운 하루 30만t을 동복댐에서 확보한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여유량 8만8000t 가운데 5만t을 활용하고, 댐 높이를 약 15m 올려 하루 25만t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생활용수 공급에는 차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댐 증고는 새로운 댐을 건설하지 않고 기존 시설의 저장 능력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사업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소유인 동복댐을 국가 소유 다목적댐으로 전환해 사업에 속도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가 소유로 전환하면 당초 10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 기간을 4년 안팎으로 줄여 반도체 생산시설 가동 시점에 용수 공급을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댐 증고 방식과 사업비, 도수관로 설치, 구체적인 공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재원 마련도 관건이다. 현재 거론되는 동복댐 증고 비용은 건설비와 토지 보상비 등을 포함해 4600억원 안팎이며, 반도체 산단까지 물을 보내기 위한 도수관로 건설에는 별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토지 보상 등 복잡한 절차도 거쳐야 한다.

동복댐이 장기간 안정적인 용수 공급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댐을 높이면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늘어나지만 유역에 내리는 비와 댐으로 유입되는 물 자체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복댐은 2022∼2023년 극심한 가뭄 당시 저수율이 8.28%까지 떨어져 광주와 화순 주민들이 제한급수 위기에 놓인 바 있다. 기후변화로 극한 가뭄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화순 적벽
증고에 따른 수몰과 환경 영향도 풀어야 할 문제다. 저수구역이 확대되면 화순 이서면과 백아면, 담양 가사문학면 일부 마을과 농경지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몰 범위에 따라 화순지역 13개 마을 주민 1000여명이 생활 터전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정확한 영향 규모는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동복댐 건설과 확장 과정에서 이미 마을과 농경지, 화순적벽 일부가 물에 잠긴 만큼 지역에서는 추가 희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증고로 인한 화순적벽 경관 훼손과 생태계 변화, 상수원보호구역 확대에 따른 재산권 제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순군의회는 지난 20일 건의문을 채택하고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과 지역 발전에는 공감하지만 산업용수 확보를 위해 화순군민의 희생이 전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군의회는 정부와 특별시에 증고 규모와 예상 만수위, 저수구역 변화, 수몰 가능 지역 등을 공개하고 화순군과 주민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류지역 침수 위험을 포함한 재난안전대책과 대체수원 검토, 주민지원사업, 지역발전사업, 정당한 보상 등 구체적인 상생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동복댐이 광주지역 하루 수돗물 생산량의 약 60%를 담당하는 핵심 식수원이라며 증고와 국가 소유 전환 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반도체 공정용수는 하수 재이용 비율을 높여 최대한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화순군 역시 동복댐의 소유와 운영 주체를 정하는 것보다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와 기본타당성 조사를 거쳐 용수 공급 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동복댐 증고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적기 용수 공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급량과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뿐만 아니라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역 주민의 동의를 끌어낼 상생 방안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석 화순군 상하수도소장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인 만큼 화순군도 환영하는 입장이고, 산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동복댐 증고의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복댐은 1971년부터 1985년까지 세 차례 증고되는 과정에서 15개 마을 주민 6000여명이 삶의 터전을 떠나는 등 지역의 희생이 컸고, 주민들의 피로감도 상당히 누적돼 있다”며 “이번 증고로 상류지역 주민이 다시 이주하거나 토지와 문화유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피해 주민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과 충분한 보상, 화순지역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시도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의 혜택은 넓게 돌아가는 반면 피해는 일부 지역 주민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화순군도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협조할 수 있도록 정부와 특별시가 주민을 설득할 구체적인 대책과 지역 발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광주특별시 관계자는 “정부가 관계 부처 협의, 용역 등을 통해 3개월 이내에 최종안을 내놓으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몰 지역 확대 문제의 경우 타당성 조사를 통해 실제 피해 규모, 환경상 영향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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