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 시대 '새로운 기억전달자'를 만나다
ACC, '미디어라는…' 16일부터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5관
총 8팀 10좀 선봬…기억·문화 기록·보존 문제 예술로 탐구
총 8팀 10좀 선봬…기억·문화 기록·보존 문제 예술로 탐구
입력 : 2026. 05. 15(금)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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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미디어가 주도하는 새로운 기억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 ‘기억 전달자: 미디어라는 이름의 기계들’을 16일부터 7월 19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5관에서 선보인다.

‘기억 전달자: 미디어라는 이름의 기계들’전 ‘함께 감각하며 한발 내딛기’ 섹션에서 접할 수 있는 ACC 사운드 랩의 ‘옾2026’.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김상욱)은 미디어가 주도하는 새로운 기억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 ‘기억 전달자: 미디어라는 이름의 기계들’을 16일부터 7월 19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5관에서 선보인다.
동명의 SF 소설이자 영화 ‘기억 전달자’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전시는 이 시대 중요한 기억 전달자로 자리매김한 미디어가 우리의 기억과 문화적 유산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전시에서는 총 8팀의 작가가 10종의 매체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첫 번째 공간인 ‘함께 감각하며 한발 내딛기’에서는 미디어를 새로운 행위자로 바라본다. 작품은 현실과 가상,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면서 관람객이 이같은 환경을 체험하도록 한다.
눈에 띄는 작품은 ACC 사운드 랩의 ‘옾 2026’이다. 관람객이 직접 풍선에 메달린 스피커의 위치를 움직이면 소리의 중심과 공간의 질서가 달라진다. 단순한 음향 체험처럼 보이지만, 누가 공간을 점유하고 통제하는가에 따라 바뀌는 환경에 주목하게 한다.
피지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권아람 작가의 ‘시네도키’ 역시 인상적이다. 라이다 센서(LiDAR)로 촬영한 전시장 이미지를 투사한 그물망 스크린을 실제 공간 안에 배치했다. 관람객은 전시장을 걷고 있지만 동시에, 과거에 촬영한 동굴 영상 등 기계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공간 속을 통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익숙한 장소가 낯선 감각으로 변형되면서 인간의 시각이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만든다.
양숙현 작가의 ‘대기 속, 반려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신호를 시각화한다. 데이터 신호를 수집하는 장치를 기술적 반려자로 제시하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미디어 환경을 드러낸다. 공기처럼 존재하지만 감지되지 않는 신호들은 현대인의 일상 자체가 이미 거대한 미디어 네트워크 안에 놓여 있음을 환기시킨다.
이어 두 번째 공간 ‘주시하여 반갑게 맞이하기’는 보다 직접적으로 디지털 기록과 보존 문제를 다룬다. 영원할 것 같은 디지털 데이터 역시 끊임없이 노화하고 사라진다는 점에 주목, 우리의 기억과 유산을 지혜롭게 보존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네덜란드 작가 로사 멩크만의 ‘PAL의 몰락’과 ‘파일 포맷의 용어’는 아날로그 TV 방송 신호인 PAL 방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상을 통해 데이터 포맷의 ‘구식화’를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첨단 기술이었던 매체가 어느 순간 쓸모를 잃고 폐기되는 과정은 디지털 시대 기록의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권아람 작가의 ‘시네도키’.

양숙현 작가의 ‘대기 속, 반려자들’.

‘기억 전달자: 미디어라는 이름의 기계들’전 ‘주시하여 반갑게 맞이하기’ 섹션 전경.
코리 아크앤젤의 프로젝트는 2002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작가 미셸 마제루스의 노트북 속 작업 파일을 소프트웨어 복원 기술로 되살린다. ‘마제루스 G3 플레이하기’는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기술이 기억과 유산을 어떻게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지를 보여준다.
엑소네모의 ‘기억에 대하여’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와 인간의 기억을 대조하며 미디어 환경 속 인간의 역할을 되묻고, 상희의 ‘미노타우루스의 수장고’는 관람객이 수장고 속 미디어아트가 돼 탈출을 시도하는 게임 형식으로 구성돼 미디어아트의 보존 문제를 보다 직관적으로 느끼게끔한다.
전시는 미디어를 통해 전승되는 문화유산의 보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전시를 관통하는 미디어의 유한성은 디지털이 무한 복제와 영구 저장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술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사라지고 단절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전시를 기획한 김혜연 연구관은 “소설 속 기억전달자는 기억을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주는 존재였다면, 오늘날에는 미디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시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기억과 문화유산을 어떻게 잘 전승할 수 있을지 고민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김상욱 전당장은 “언젠가는 노화하고 손실되는 미디어의 유한한 속성을 둘러보며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할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전승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사진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