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면 부드럽고, 부드러우면 빠르다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입력 : 2025. 07. 03(목) 17:57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문화산책]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F1: 더 무비’에는 굉음이 폭발하는 가운데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F1 카레이싱은 70여 이상 레이스 하는 고속 경기로,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속도 속에서도 순간의 선택과 정밀함이 승부를 가른다. 우승의 관건은 속도뿐만이 아니다. 타이어 교체와 같은 피트 스톱(경기 중 타이어 교체나 차량 점검을 위해 잠시 정지하는 것)은 단 0.5초의 차이로 승패를 뒤바꿀 만큼 치열한 ‘또 하나의 레이스’다.
영화 속에서 이제 막 입문한 젊은 여성 엔지니어가 팀과 함께 타이어를 교체하는 긴장 속에서 ‘느리면 부드럽고, 부드러우면 빠르다’고 중얼거린다. 이 문장은 역설적이지만, F1 경주의 본질을 말한 것이다. 속도를 다투는 경기일수록 부드러움과 정밀함이야말로 최고의 속도를 이끌어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신참부터 노련한 엔지니어들까지, 이들의 호흡은 찰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예술적 팀워크로 완성된다.
F1 카레이싱은 단지 카레이서만의 경기만이 아니다. 차량, 테크닉, 슈퍼바이저, 감독, 그리고 엔지니어 등 수십여 명이 하나로 맞물려 움직이는 집단적 스포츠 예술이다. 그 중 한 조각이라도 삐끗하면, 승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이 치열하고 완벽한 조화의 철학은 우리 지역 문화예술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서두르지 말고 정밀하게, 서로의 호흡에 귀 기울이며 나아가야 한다. 예술도 결국은 팀워크의 완성이고, 치밀한 협업과 긴밀한 소통에서야 비로소 진짜 속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K-컬처 주역들과 함께’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 간담회를 열었다. 영화, 오페라, 뮤지컬, 드라마, 발레 분야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낸 예술가 다섯명이 초청되었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통령은 진지하게 경청하며 끊임없이 메모를 남겼다. 초청된 예술가 수나 분야의 대표성 면에서는 많이 아쉬움이 있었지만, 제법 준비한 예술가들의 질문과 정책 방안에 대한 대답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문화예술에 대한 국정 철학과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껏 어떤 행정가나 정치 리더에게서도 들을 수 없었던 예술의 본질과 구조에 대한 명료한 인식이 담겨 있었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문화예술은 개인의 취미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공공자산이다. 우리는 예술을 즐길 땐 공공재처럼 누리지만, 정작 생산은 예술가의 몫으로만 떠넘기고 있다. 우리 사회는 문화예술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예술가 또한 탁상공론하는 정부가 해주길 기다리지 마라. 다양한 층위의 예술 분야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라. 끝장날 때까지 집단 토론을 해서 우선순위와 정책 방향을 정해 직접 정부에 요구하라. 예산이 현장에 닿으면, 그 효율성과 창조력은 누구보다 예술가들이 잘 증명할 것이다’
예술가 주도의 정책 설계, 즉 예술 현장에서 출발하는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해답은 언제나 현장 그리고 창작의 자리에 있으며 문화예술 리더십의 핵심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흐름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 분권과 지방자치 강화를 국정의 주요 방향으로 삼으며 전국 최초로 ‘호남의 마음을 듣는다’ 오픈 라운드 테이블 토론을 개최했었다. 우리 지역사회가 그 방송을 지켜보면서 리더들의 준비되지 못한 답변에 답답해했었다. 문화예술계 또한 이 지점으로부터 새로운 지역 예술의 판도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이 소외나 열악함의 상징이 아니라, K-컬처를 이끄는 주체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서울 중심의 문화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의 재설계, 그 중심에 지역 예술가들 스스로가 있어야 한다. 우리 지역만의 색깔과 이야기를 담은 문화예술 정책을 심도 깊고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 지역 예술가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고자 하는 연대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미 K-컬처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기초예술의 힘이며,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 강화, 그리고 기본소득 제도의 지역적 특성 반영이 함께 이뤄진다면 문화의 다양성은 전국 각지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청년 예술가의 유출을 막고, 정착을 권장하는 실질적 토대가 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서 있다. 그 중심엔 바로, 현장과 지역을 지키는 예술가들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영화 속에서 이제 막 입문한 젊은 여성 엔지니어가 팀과 함께 타이어를 교체하는 긴장 속에서 ‘느리면 부드럽고, 부드러우면 빠르다’고 중얼거린다. 이 문장은 역설적이지만, F1 경주의 본질을 말한 것이다. 속도를 다투는 경기일수록 부드러움과 정밀함이야말로 최고의 속도를 이끌어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신참부터 노련한 엔지니어들까지, 이들의 호흡은 찰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예술적 팀워크로 완성된다.
F1 카레이싱은 단지 카레이서만의 경기만이 아니다. 차량, 테크닉, 슈퍼바이저, 감독, 그리고 엔지니어 등 수십여 명이 하나로 맞물려 움직이는 집단적 스포츠 예술이다. 그 중 한 조각이라도 삐끗하면, 승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이 치열하고 완벽한 조화의 철학은 우리 지역 문화예술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서두르지 말고 정밀하게, 서로의 호흡에 귀 기울이며 나아가야 한다. 예술도 결국은 팀워크의 완성이고, 치밀한 협업과 긴밀한 소통에서야 비로소 진짜 속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K-컬처 주역들과 함께’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 간담회를 열었다. 영화, 오페라, 뮤지컬, 드라마, 발레 분야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낸 예술가 다섯명이 초청되었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통령은 진지하게 경청하며 끊임없이 메모를 남겼다. 초청된 예술가 수나 분야의 대표성 면에서는 많이 아쉬움이 있었지만, 제법 준비한 예술가들의 질문과 정책 방안에 대한 대답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문화예술에 대한 국정 철학과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껏 어떤 행정가나 정치 리더에게서도 들을 수 없었던 예술의 본질과 구조에 대한 명료한 인식이 담겨 있었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문화예술은 개인의 취미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공공자산이다. 우리는 예술을 즐길 땐 공공재처럼 누리지만, 정작 생산은 예술가의 몫으로만 떠넘기고 있다. 우리 사회는 문화예술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예술가 또한 탁상공론하는 정부가 해주길 기다리지 마라. 다양한 층위의 예술 분야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라. 끝장날 때까지 집단 토론을 해서 우선순위와 정책 방향을 정해 직접 정부에 요구하라. 예산이 현장에 닿으면, 그 효율성과 창조력은 누구보다 예술가들이 잘 증명할 것이다’
예술가 주도의 정책 설계, 즉 예술 현장에서 출발하는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해답은 언제나 현장 그리고 창작의 자리에 있으며 문화예술 리더십의 핵심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흐름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할 순간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역 분권과 지방자치 강화를 국정의 주요 방향으로 삼으며 전국 최초로 ‘호남의 마음을 듣는다’ 오픈 라운드 테이블 토론을 개최했었다. 우리 지역사회가 그 방송을 지켜보면서 리더들의 준비되지 못한 답변에 답답해했었다. 문화예술계 또한 이 지점으로부터 새로운 지역 예술의 판도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이 소외나 열악함의 상징이 아니라, K-컬처를 이끄는 주체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다. 서울 중심의 문화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에 맞는 문화예술의 재설계, 그 중심에 지역 예술가들 스스로가 있어야 한다. 우리 지역만의 색깔과 이야기를 담은 문화예술 정책을 심도 깊고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우리 지역 예술가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고자 하는 연대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미 K-컬처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기초예술의 힘이며,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 강화, 그리고 기본소득 제도의 지역적 특성 반영이 함께 이뤄진다면 문화의 다양성은 전국 각지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청년 예술가의 유출을 막고, 정착을 권장하는 실질적 토대가 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서 있다. 그 중심엔 바로, 현장과 지역을 지키는 예술가들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