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상공개’ 실효성·형평성 논란 재점화
1월부터 ‘머그샷 공개법’ 시행…법 기준 추상적
공공이익·알 권리 충족 vs 헌법상 기본권 침해
입력 : 2024. 11. 11(월) 18:31
최근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제도 시행 후에도 공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신상정보 공개의 원래 취지인 국민의 알 권리,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인 일명 머그샷 공개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지난 2010년부터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시행됐지만 강력범죄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범죄를 예방해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수사기관은 중대 범죄자의 경우 동의 없이 얼굴을 촬영해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촬영된 얼굴을 공개하게 된다.

지난 1월 법 시행 이후부터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은 총 4차례다.

지난 4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김레아(26)를 시작으로, 6월 서울 강남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박학선(65), 아파트 흡연장에서 70대 이웃 주민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최성우(28), 최근 순천에서 묻지마 살인 혐의를 받는 박대성(30)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제도가 정비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상공개를 결정하는 기준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신상정보 공개를 위해서는 ‘범행 수단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증거 존재 여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 공개할 공공의 이익’ 등의 기준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이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신상 공개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강원 화천 북한강변에서 시신 일부가 발견된 사건으로 구속된 A씨의 경우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A씨가 이의를 제기해 신상 공개가 보류된 상황이다.

피의자의 지나친 신상공개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까지 달성되는 공익이 기본권의 침해 정도를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2021년 헌법재판연구원이 펴낸 연구 보고서인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관한 헌법적 연구’에서도 신상공개가 특정강력범죄 및 성범죄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고 낙인찍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신상공개제도에 대해 ‘국민의 호기심일 뿐이다’라는 의견과, ‘인면수심의 범죄자들은 알려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내부에서도 갈린다”며 “수사기관마다 심의위원회 구성도 다르고 판단의 근거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점차 구체적인 운영 방향과 방침을 확립해나가면서 일관성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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