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온천건물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 새겨야
■독일 소도시 재생에서 배운다
밧 조덴시, 미술관·박물관·도서관 등 컬처센터
맨델스존·바그너 등 자취…훈데르트바서 건축
방직공장 철거 교훈 새겨야…韓 유학파 전시도
입력 : 2024. 09. 09(월) 18:44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소도시 밧 조덴은 온천 도시로 명성을 떨쳤으나 현재는 명성이 사라진 가운데 옛 온천건축물을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등의 문화시설로 탈바꿈해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사진은 옛 온천 건물 전경.
 온천도시로 한때 명성을 날렸던 독일 소도시의 문화재생을 통한 탈바꿈이 주목된다.

 공원과 함께 공존하는 흰색 건축물이 이유없이 당기는 밧 조덴은 생경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온천 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곳으로 제왕은 물론이고 대문호와 음악가가 거쳐가는 등 독일의 대표적 휴양도시였다.

이 소도시 한 온천 건물과 인근 도심 건축물들은 역사적 스토리를 안고 있지 않은 건축물이 없다. 우연히 한 건축물에 들러 아시아계 화가의 전시를 접한 것이 이 건축물의 사연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

 2층에 자리한 갤러리에서는 때마침 중국 출생 쉬안 웨이의 세번째 개인전이 지난달 하순 건물 내 암 타우누스 시립미술관(갤러리)에서 열렸는데 이국의 땅에서 접하는 한국 유학 이력이 있는 화가의 작품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전시 주인공인 쉬안 웨이는 북경연합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 6년여 머물며 중앙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나왔고, 개인전을 한차례 열었기 때문에 한국말 역시 능숙했다. 이번 전시는 독일 에쉬본 거주 10여년째를 맞아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쉬안 웨이의 작품은 표현주의 성향의 유화작품 근작 40여점을 출품해 선보였다.

멘델스존이 머물렀던 건물
작품 앞에 선 쉬안 웨이
바그너가 머물렀던 곳


 전시 현장에서 만난 작가는 한국말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신세계’를 주제로 자연 환경 사람 동식물이 지구의 태동 때부터 서로 공존하며 생명의식을 공유하는 등 상보적 자리를 점유, 현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탐색한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유화 물감 특유의 질감들이 화면을 지배한다. 천연색의 칼라 같은 색감들은 푸른 계통과 붉은 계통 등이 주된 정조를 이루지만 차분하게 스며든다. 칼라끼리 서로 부조화되거나 색감이 너무 강렬해 오히려 피로감을 안겨주는 작품들도 많은 요즘 화단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화사하지만 차분한 정서를 이룬다. 이번 독일전을 포함해 중국과 한국에서 한 차례씩 전시를 열게 된 셈이다.

 쉬안 웨이의 전시가 성황리 열린 시립미술관은 온천장 건물을 재생해 미술관 외에 박물관 및 도서관 등이 입주, 개관돼 운영 중이다.

 미술관이 자리한 밧 조덴은 온천도시 외에도 함부르크 출생 작곡가이자 지휘자 및 피아니스트 펠릭스 맨델스존과 프랑크푸르트 출생 정신과 의사이자 아동문학가 하인리히 호프만, 러시아 출생의 작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라이프치히 출생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 등이 휴가를 와 머물렀던 건축물이 자리, 유서깊은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개성이 넘치는 훈데르트트바서의 건축물
쉬안 웨이 개인전 전시 전경
또 오스트리아 빈 소재 슈피텔라우 소각장 등을 설계해 유명세를 탄, 직선을 배격하는 등 비정형의 건축물 대가이자 화가인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자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크든, 작든 집중된다. 도시가 갖는 고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문화도시이자 예향이라는 광주가 임동 근대산업유산인 방직공장 철거를 진행 중인 만큼 반면교사 삼아야 할 조건이다. 역사와 전통을 파괴하는 도시에서 예술이 빛나보이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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