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역
특집
인물
오피니언
사설
데스크칼럼
취재수첩
광남시론

밤보치오니(쓸데 없이 큰 아기)를 아시나요
김상훈 뉴미디어문화본부장

2023. 11.19. 18:08:36

[김상훈의 세상읽기] #1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70대 중반의 어머니가 자신의 집에 얹혀 사는 40대 아들 2명을 쫓아내 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했다는 내용의 이색 판결이 나왔다.

직업이 있는 40세, 42세인 아들 2명이 생활비를 전혀 보태지 않고 집안일도 하지 않자 모친이 수 차례 달래고 설득했지만 ‘쇠귀에 경읽기’가 되자 참다못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부모가 자식을 부양할 의무가 있어 두 아들이 거주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허용됐지만 40세가 넘어선 이후에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해 퇴거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결국 아들들은 오는 12월 18일까지 어머니의 집에서 나가게 됐다는 사연이었다.

지난 2020년에도 부모가 제기한 퇴거 소송에서 패소한 35세 파트타임 뮤지션이 약 2만 유로(2862만원)수준인 본인 수입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나갈 수 없다고 항소했지만 기각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대법원은 “청년이 된 자식들이 부모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사람들, 특히 직업이 있으면서도 편의를 위해 독립하지 않는 청년들을 ‘쓸데없이 큰 아기’라는 의미의 ‘밤보치오니’라고 불린다.

이 말은 지난 2007년 한 정치인이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을 조롱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심각한 청년 실업률 등으로 성인이 되고도 독립하지 않는 청년 비율이 70%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2.

문제는 이런 현상이 청년 취업난과 좋은 일자리 부족으로 나라마다 이들을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먼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부메랑 키드(boomerang kids)라고 부른다. 이는 직장을 갖지 못한 채 여기저기 떠돌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얹혀사는 젊은이들을 말하는 데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고 집값이 오르면서 등장했다고 한다.

일본의 ‘패러사이트 싱글족(기생독신)’이라는 신조어도 마찬가지다.1990년대 말 등장한 이 말은 결혼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 사는 젊은 층을 부정적으로 기생충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패러사이트 싱글족이 지난해 약 1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 역시 원인은 경제력에 있다고 한다. 가족을 부양할 수입이 되지 않다 보니 결혼을 포기한 채 부모의 경제력의 의존해 살아가는 것이다. 통상 캥거루족이 부모로부터 물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집에 얹혀 사는 , 즉 나약하고 무능한 이미지라면 이 말은 자신의 독신 생활을 부모의 집에 얹혀살면서 누리는 이기적인 사람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또 영국에서는 부모의 퇴직 연금을 갉아먹고 사는 아이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의 줄임말인 키퍼스(kippers)라는 신조어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독립할 나이에 여전히 부모에게 얹혀 사는 젊은이들을 탕기(tanguy)라고 부른다. 이 말은 어떻게든 자식을 떼어내려는 부모에게 달라붙어 사는 아들을 다룬 프랑스 코미디 영화 제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 젊은층 사이에 ‘전업자녀’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전업자녀는 전업주부(專業主婦)에서 따온 말로, 도시에서 구직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들을 말한다.



#3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Return+Kangaroo의 줄인 말인 리터루(Returoo)족이 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결혼을 위해 독립했던 자녀가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맞벌이 하는 젊은 부부들이 폭등하는 집값과 자녀양육을 감당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러 본가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2030, 아니 40대까지도 밥벌이 하면서 자기 집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산다는 게 어렵다는 서글픈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경기침체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있어 이들의 초라한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들은 이제 더 이상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이같은 암울한 현실을 타파하고 극복할 수 있게 정부차원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건강/의료

비엔날레

기사 목록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