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광주의 랜드마크가 되려면
이경선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팀장
입력 : 2022. 12. 08(목)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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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선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팀장
[문화산책] 전남·일신방직 부지 일대 개발과 대규모 복합쇼핑몰 건설 사업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광주시는 ‘복합쇼핑몰 신활력행정협의체’ 회의를 개최해 현대백화점그룹이 제출한 ‘더 현대 광주 복합쇼핑몰 사업계획서’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1930년대의 건물부터 약 90년의 광주 역사와 흔적이 남아있는 상징적 공간이 방치되지 않고 보존과 활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경쟁력 있는 지역문화콘텐츠로 변모한다면 대환영이다. 광주라는 도시가 근현대사의 질곡마다 중심을 자처해오며 투신하고 염원했던 것들은 결국 미래지향적인 역사관에서 비롯됐기에, 그 시간을 함께 관통해온 이곳이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오래된 미래’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상상을 하니 내심 설레기도 한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을까.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현대백화점이 제안한 계획의 골자는 압도적 규모를 자랑하는 라이프 스타일 랜드마크로서 국내 최대 규모의 명품관과 MZ전문관, 미식문화공간, 디지털웰니스 전문관 건립으로 국내 최고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꿀잼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근데 어째 기억에 남는 건 ‘최대’, ‘최고’, 그리고 여기에 요즘 유행하는 것들은 죄다 끌어다 놓은 듯한 모양새 뿐, 이 공간의 정체성 또는 매력성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위 핫플레이스라 불리며 잠시 반짝했다 퇴색해버린 전례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이 사업이 향후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최소 2027년에야 준공이 될 것인데, 지금 핫한 콘텐츠가 그때도 유효할까? 어쩌면 MZ세대, 꿀잼도시란 말도 때 지난 유행어로 전락할지 모른다. 큰 그림 없이 트렌드만을 좇는 것은 공공성 뿐 아니라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위험하며,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밑그림을 그리는 지금 단계에서부터 장소에 대한 이해와 사업의 비전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신중하게 선행됐으면 한다.

어쨌거나 MZ와 꿀잼도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광주시에서도 청년 유출과 유입에 대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겠다. 하지만 청년들이 광주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단순히 놀거리가 부족해서라는 판단은 너무 편협하다. 지금까지 청년정책들은 대부분 일자리·취업 정책에만 쏠려 있었고, 청년은 취업률을 올리는 대상으로, 따라서 취업을 못하는 것은 마치 사회의 낙오자인양 치부됐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이들을 MZ세대라 부르며, 좋게 말해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정책욕구를 가진 계층’으로 규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도시의 형태로 꿀잼, 펀(Fun)한 도시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 여기저기 막 갖다 붙인다. 과연 청년세대에 대한 인정과 존중인지, 정치적 이용인지 헷갈린다.

정말 지속가능한 청년 유입이 목적이라면, 청년세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특히 광주라는 도시에 사는 청년들의 니즈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삶이 어느 한 부분으로 이뤄지지 않듯이 청년세대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은 놓치고 있는 듯하다. 취업과 결혼, 출산, 주거, 교통, 환경, 문화 등 생활인프라와 사회안전망이 구축된다면 찾고 싶은 도시이자 살고 싶은 도시로 청년은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다. 한 번 더 강조하건대, 청년세대를 디지털콘텐츠에 익숙하고, SNS를 다루는 데 능한 세대로서 콘텐츠의 흥행몰이를 위한 수단이자 대상쯤으로 여긴다면 빠르게 변하는 유행만큼 그들에 대한 기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이 계획들이 실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전일방 부지 개발에 시민들이 눈과 귀가 쏠리는 것은 지역의 자산으로서 지니는 가치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분명 사업자와 광주시 간의 지난한 협상 과정이 있을 것이며 상업성과 공공성 간의 괴리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 광주의 랜드마크라 불릴(지도 모르는) 상징적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광주시에서는 공공성 확보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향후 있을 시민의견 수렴과정이 요식행위로 치러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름있는 몇몇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시민의 의견이라 할 수는 없다. 숙의 과정이 시민들에게 충실히 공개되어 다양한 시민 의견 수렴과 반영이 내실있게 이뤄지고, 나아가 시민과 함께 만든 공간으로서 누구보다 광주 시민들이 애정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광남일보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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