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AI페퍼스의 돌풍을 기대하며
교육체육부 임영진 기자
입력 : 2021. 10. 26(화) 18:08
[취재수첩] “신생팀 맞아?”, “최약체가 아닌데?”

한국프로배구 V리그 최초의 호남 구단이자 7번째 여자프로배구단인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경기를 직관한 이들의 반응이다. 배구팬들을 포함해 많은 전문가도 AI페퍼스에 깜짝 놀라는 이유는 막내답지 않은 강렬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배구는 조직력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야구나 축구의 경우 뛰어난 기량을 갖춘 에이스 한 명의 활약으로 경기에서 이길 수 있지만, 배구는 혼자 힘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많은 연습과 경험에서 나오는 약속된 플레이가 있어야 A퀵, B퀵, 시간차, 이동, 오픈과 백어택 등 다양한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AI페퍼스는 V리그 개막 전부터 ‘꼴찌 자리는 맡아놓은 당상이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선수층이 너무 빈약했다.

6개 구단별 특별지명(9인 보호선수 제외)으로 이현 등 5명을 품에 안았으나 이들 모두 주전이 아닌 백업 혹은 웜업존에 있던 선수들이었다. 더욱이 부상 등으로 당분간 재활에 집중해야 했다.

여기에 창단 시기도 좋지 않았다. 1순위로 대구여고 세터 박사랑 등 7명을 지명했으나 2011년 IBK기업은행이 창단할 때보다 선수들이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 국가 대표의 핵심인 김희진(IBK기업은행)과 박정아(한국도로공사)를 영입했다. 또 은퇴를 선언했던 이효희, 박경낭 등 실력을 갖춘 베테랑을 데려오며 창단 첫해부터 4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에 배구팬들은 이주아(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등으로 ‘센터풍년’이었던 2018년이 AI페퍼스의 창단 적기였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각종 우려와 악재에 굴하지 않고 구슬땀 흘린 AI페퍼스는 V리그에서 화끈한 공격력과 치밀한 팀워크를 선보이며 광주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승패가 뻔한 경기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끈기와 집중력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등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AI페퍼스가 앞으로 훈련과 경기를 통해 실력을 쌓는다면 목표로 내세운 첫 승리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정상을 목표로 차근차근 궤도에 오르고 있는 AI페퍼스가 돌풍을 일으켜 광주시민들이 ‘백구의 축제’를 만끽할 수 있길 기원한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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