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자치구 ‘점심시간 휴무제’ 계도 첫날
"직장인은 어떡하라고"…주민들 곳곳서 당황
각 행정복지센터, 7월 본격 시행 앞두고 홍보·안내
증명서 발급 일부 민원인 ‘안내 문구’에 발 돌리기도
입력 : 2021. 05. 03(월)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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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3일 오후 12시 광주 남구 봉선2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

평소 점심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민원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곳은 정오가 되자 내부 조명을 끄면서 점심시간 휴무를 알렸다.

광주구청장협의회와 광주 공무원노조가 일선 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평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민원 업무를 중단키로 협의하면서다.

양 측은 무인민원발급기 설치 등을 위해 오는 7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본격 시행하고, 이날부터 오는 6월까지는 주민들에게 점심시간 휴무제를 적극 홍보·안내키로 했다.

이날 각 자치구 행정복지센터 출입문과 민원실 내부에서는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을 알리는 각종 배너와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공직자들은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행정복지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민원인의 발길은 여전했다.

봉선2동 민원실에는 소등한 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민원인들이 들어왔고, 담당 직원에게 증명서 발행 여부를 문의했다.

문 앞에서 대기하던 직원은 평소처럼 민원인에게 신속하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인감증명서 발급 등 민원을 처리했다.

업무를 마친 민원인들에게는 “점심시간 휴무제로 인해 앞으로는 점심시간에 오시지 말고 다른 시간에 방문해 주세요”라는 말이 뒤따랐다.

점심 휴무제를 안내받은 민원인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최모씨(40·여)는 “점심시간 휴무제에 대해 처음 알았다. 홍보 기간이라 망정이지 헛걸음을 할 뻔했다”며 “점심시간을 쪼개서 복지센터에 어렵게 방문했는데 직장인들은 7월부터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황모씨(54·여)도 “직원들이 점심에 민원을 보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시행 이후 점심시간이 지나면 민원이 몰려 오후 1시도 기피할 것 같다”며 “은행처럼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하는 등 점심 휴무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구 주민 양모씨(29)는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행정 서류를 뗄 수 있는데 굳이 직원들의 기본 휴식시간마저 침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직원들의 복지가 향상되면 대민 행정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다른 일선 행정복지센터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각 동별로 점심시간 방문 민원인 수는 차이가 있었지만, 제도 시행을 안내받은 주민들은 ‘점심시간에도 고생하십니다’는 말을 남기기도 ‘실질적인 시행은 언제부터 되는 거냐’는 등 시행 여부를 되묻기도 했다.

일부 민원인들은 민원실 입구에 붙은 안내 현수막을 보고 곧장 되돌아가거나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주변을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이날부터 점심시간 휴무제 7월 시행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수긍·반발하는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꾸준한 홍보를 통해 점차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성국 기자 stare8194@gwangnam.co.kr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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