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으로 문화예술 발전 기여 ‘현산’ 떠나다
김두원 신경외과의원 원장 별세 뒤늦게 알려져
미술관 개관·문화상 제정 운영…에뽀끄 후원 등
입력 : 2021. 02. 01(월) 18:51
현산 김두원 의학박사
지난해까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본 의료인이었지만 ‘현산문화상’을 제정해 열악했던 광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최장수 미술그룹의 후원자로도 통한다. 젊은 문화예술인들은 대개 알지 못하나 예술계 중견이나 원로들 중 알만한 사람은 그를 다 아는 사실이다.

전남 해남 출생 현산 김두원 의학박사(玄山 金枓元·신경외과의원 원장)에 관한 이야기다. 현산은 광주를 연고로 태동한 미술그룹 (사)에뽀끄(Epoque)회와도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사)에뽀끄회는 지역미술에 대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오리진(1958년 결성) 및 부산 미술동인 ‘혁’(爀·1963년 결성)과 함께 전국 최장수 미술그룹으로 꼽힌다. 1964년 출범 때부터 현재까지 미술계 중추를 이루는 상당수 인사들이 에뽀끄회 소속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비미술인으로 기억돼야 할 인물이 있는데 재정적 후원은 물론이고, 단체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유무형적으로 뒷받침한 최석현 성형외과 원장과 현산 김두원 의학박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오랜 세월 역사가 더해지면서 산파 역할을 했던 분들이 하나 둘 쓰러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중 한 명이었던 현산 김두원 박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향년 87세의 일기로,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김 박사는 생전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보면서 에뽀끄회를 틈틈이 뒷받침하는 등 미술을 망라한 광주문화예술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김 박사는 1961년 전남대 의과대학을 졸업, 한국한센복지협회 부회장 및 광주지부장을 역임해 나병퇴치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2013년 용봉인 영예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광주시의사회장과 대한신경외과학회장, 대한의사협회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그는 생전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 자신의 이름을 딴 신경외과의원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86세 노구에도 12월까지 직접 환자 진료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막내아들인 김병남씨가 의원을 물려받아 김신경외과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그의 호 현산은 경철 전 정광고등학교 교장이 지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현산이라는 호는 나중에 문화예술계에 큰 관심을 갖고 후원을 아끼지 않을 무렵 그가 운영했던 미술관이나 문화상 등에 애용했다.

그는 현산문화재단을 설립해 미술상과 문학상을 제정, 운영했다. 역대 미술상은 광주·전남 추상미술 1세대 작가인 고 양수아(1920∼1972)·광주·전남 추상미술 2세대 작가인 고 최종섭(1938~1992), 김종일 전 전남대 교수, 원로 우제길 화가 등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수상했다. 문학상은 김준태 시인 등이 수상했다. 또 에뽀끄회에 공간을 제공해 현산미술관을 개관, 지역 작가들에게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여기다 매거진 ‘현산문화’도 펴냈다. 척박한 여건 속에서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예술인들에게 창작의욕을 북돋워 지역예술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탠 셈이다. 미술계의 김종일 전 전남대 교수 및 우제길 원로화가 등 그를 기억하는 예술계 원로들은 현산을 회고했다. 현산이 떠났지만 광주문화예술에 끼친 족적이 작지 않은 만큼 그를 기억하는 자리가 추후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피력했다.

현산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종일 전 전남대 교수는 현산과 최종섭 화가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그 어려웠던 시대에 ‘메세나 운동’을 실천했다. 현산은 최종섭 화가와 같은 로터리 활동을 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돼 ‘에뽀끄’ 창립 전후 우리들을 많이 도와주셨다. 당시 에뽀끄를 키워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주현대미술을 있게 하신 분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산은 광주시 북구 생룡동 생룡마을 선영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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