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품에 깃든 선조들 성실함 느꼈으면…"
개관 5주년 맞은 비움박물관 이영화 관장
사비 털어 2016년 건립 현재 3만여점 소장 선봬
우리의 말씨·솜씨·마음씨 발현 희망…자개展도
사비 털어 2016년 건립 현재 3만여점 소장 선봬
우리의 말씨·솜씨·마음씨 발현 희망…자개展도
입력 : 2021. 01. 13(수) 18:58

광주 비움박물관이 2016년 문을 연 뒤 올해 개관 5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영화 관장이 ‘등잔 그리고 등불’전이 열리고 있는 1층 기획전시실에서 출품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시작될 즈음 사람들이 새로운 문물에 취해 우리 전통의 것을 마구 내다버리는 것을 봤죠. 다시 예전의 정겨운 민속품을 쓰는 시대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구요. 그래서 사라져가는 전통의 것들에 아쉬움을 느껴 수집에 나서게 됐습니다. 증조부가 쓰시던 사진과 유물을 수집한 것이 첫 계기가 됐어요. 민속품 수집을 하는 50여년 동안 제 생활보다는 민속품 수집에 전력을 다했다고 보면 될 겁니다.”
2016년 전통문화 계승을 모토로 문을 연 뒤 올해 개관 5주년을 맞은 광주시 동구 대의동 소재 비움박물관의 향운 이영화(74) 관장은 지난 12일 오후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평범한 주부에서 민속품 수집가로 변신한 이 관장은 하나, 둘 모으던 민속품이 어느 정도 쌓이자 가족들의 권유도 있고 해서 사비를 들여 신축 건물을 건립, 박물관을 열게 됐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그가 결혼 뒤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집 민속품은 자그마치 3만여점으로 정확히 수효를 따질 수 없을 정도다. 처음 박물관을 진행할 무렵 여러 지자체에서 제안이 왔지만 전북 순창 출신임에도 초등학교 이후인 1960년대부터 줄곧 광주에서 머물렀을 뿐만 아니라 광주가 자녀들의 고향인데다 5·18민중항쟁을 겪은 시민들이 쓰던 물건들이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결국 광주 대의동에 사비를 들여 박물관을 지어 현재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외관을 시멘트나 철근 콘크리트로 쌓아 올릴 수 있었지만 전통적 개념을 살리기 위해 나무 기둥을 세워 옛스러움을 더했고, 1층부터 5층까지 중정 개념을 도입해 답답함을 피했다. 1층 입구에는 거대한 항아리 형태의 똥장군까지 설치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관장은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민속품을 통해 그것에 깃든 얼을 습득하기를 바랐다.
“박물관은 처음에 거대한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5년이 지나고 보니까 저희 박물관에서 전시 민속품에 깃들어있는 선조들의 성실함을 느꼈으면 해요. 민속품을 통해 우리의 말씨와 솜씨, 그리고 마음씨 등 이 세 가지가 발현되기를 희망하죠. 더 나아가 문화적으로 남과 북의 평화 및 화해에까지 좋은 기운을 미쳤으면 합니다.”
또 이 관장은 민속품이 한낱 민속품이 아니라 어쩌면 5·18민중항쟁 영령들과 유가족, 부상자 등이 사용하던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어 편의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기 있는 민속품들이 고향 사람들이 쓰던 것들이니까 여기에서 광주정신이 싹 텄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2018년 트라우마센터와 협약도 맺었죠. 그 이후 5·18 관련 방문객들이 무료로 전시를 둘러보고, 차를 한잔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사립박물관이지만 온갖 민속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비치돼 우선 그 수효에 놀란다. 여기다 국공립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희귀 생활 용품들이 대다수다. 그야말로 사전적 ‘박물’(博物)의 의미를 십분 증명해보이고 있다. 특히 똥장군은 물론이고 2층의 장례문화 표상인 다채로운 꼭두들은 비움박물관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이 관장은 층별로 전시품에 대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5층에는 장독대를 조성해놓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등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잠시 힐링을 할 수 있다. 각층마다 민속품을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1층에서는 기획전시로 등잔과 등불이 선보이고 있고, 2층에는 장례물품을 포함해 부엌과 사랑방, 행랑채, 주부들의 물품들이, 3층에는 개방형 수장고로 남성들의 민속품이, 4층에는 주로 여성적인 물품들이 각각 전시 중이라는 설명이다. 전시장 곳곳에 비치된 이 관장의 관련 시(詩) 작품들도 민속품을 관람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실제 비움박물관은 빈 공간이 없다. 계단까지 민속품들로 채워 한눈 팔 일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 관장은 올해 봄에 자개전시를 열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획전시인 등잔과 등불전을 1층 전시실에서 열고 있는데 이 전시가 끝나면 올 3월 중순부터 ‘봄’을 타이틀로 해 자개전시를 통해 5주년을 나름대로 되새겨볼까 해요. 아마 나전칠기 100여점이 출품돼 관람객들을 만날 겁니다.”
2016년 전통문화 계승을 모토로 문을 연 뒤 올해 개관 5주년을 맞은 광주시 동구 대의동 소재 비움박물관의 향운 이영화(74) 관장은 지난 12일 오후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평범한 주부에서 민속품 수집가로 변신한 이 관장은 하나, 둘 모으던 민속품이 어느 정도 쌓이자 가족들의 권유도 있고 해서 사비를 들여 신축 건물을 건립, 박물관을 열게 됐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비움박물관 전경
외관을 시멘트나 철근 콘크리트로 쌓아 올릴 수 있었지만 전통적 개념을 살리기 위해 나무 기둥을 세워 옛스러움을 더했고, 1층부터 5층까지 중정 개념을 도입해 답답함을 피했다. 1층 입구에는 거대한 항아리 형태의 똥장군까지 설치해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전통 장례 물품(꼭두)
“박물관은 처음에 거대한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5년이 지나고 보니까 저희 박물관에서 전시 민속품에 깃들어있는 선조들의 성실함을 느꼈으면 해요. 민속품을 통해 우리의 말씨와 솜씨, 그리고 마음씨 등 이 세 가지가 발현되기를 희망하죠. 더 나아가 문화적으로 남과 북의 평화 및 화해에까지 좋은 기운을 미쳤으면 합니다.”
또 이 관장은 민속품이 한낱 민속품이 아니라 어쩌면 5·18민중항쟁 영령들과 유가족, 부상자 등이 사용하던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어 편의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기 있는 민속품들이 고향 사람들이 쓰던 것들이니까 여기에서 광주정신이 싹 텄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2018년 트라우마센터와 협약도 맺었죠. 그 이후 5·18 관련 방문객들이 무료로 전시를 둘러보고, 차를 한잔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사립박물관이지만 온갖 민속품들이 전시장 곳곳에 비치돼 우선 그 수효에 놀란다. 여기다 국공립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희귀 생활 용품들이 대다수다. 그야말로 사전적 ‘박물’(博物)의 의미를 십분 증명해보이고 있다. 특히 똥장군은 물론이고 2층의 장례문화 표상인 다채로운 꼭두들은 비움박물관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비움박물관 내부
마지막으로 이 관장은 올해 봄에 자개전시를 열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획전시인 등잔과 등불전을 1층 전시실에서 열고 있는데 이 전시가 끝나면 올 3월 중순부터 ‘봄’을 타이틀로 해 자개전시를 통해 5주년을 나름대로 되새겨볼까 해요. 아마 나전칠기 100여점이 출품돼 관람객들을 만날 겁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