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물폭탄’에 곳곳 침수…태풍 북상 ‘비상’
광주·전남 최대 600㎜ 비…10명 사망·1명 실종·3714명
주택 2200여채·농경지 6900㏊ 침수…10일까지 최대300㎜
입력 : 2020. 08. 09(일) 18:56
9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이소들은 주변 축사에서 사육하는 소들로 전날 폭우와 하천범람에 물에 떠다니다가 지붕 위로 피신, 이후 물이 빠지면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연합뉴스
광주·전남에 사흘간 최대 600㎜가 넘는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면서 10명이 사망하고 3174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재난 피해가 속출했다.

벼와 밭작물 등 농경지 6800여㏊가 침수되고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재난 피해규모가 커져가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제5호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오는 11일까지 최대 3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적인 침수·강풍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집중호우에 10명 사망·1명 실종

지난 7일 오후에는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이 빗물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져 내리면서 주택 5채가 부서져 5명이 숨졌다.

8일에는 담양군 무정면에서 8살 남자 어린이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숨졌으며 화순군 한천면에서도 농수로를 정비하러 나간 60대 남성이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에선 30대 남성이 배수 작업 중 변을 당했다. 9일 오전에는 곡성군 고달면 하천에서 실종됐던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광주·전남에서는 지난 사흘간 집중 호우로 10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326채의 주택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전남에서는 구례 1182채, 담양 231채, 곡성 121채, 함평 108채, 장성 105채 등 총 1898동의 주택이 물에 잠겼으며 3174명의 수해 이재민도 만들었다.



△농경지 6900여㏊ 매몰·침수

이번 집중호우로 광주 286개소·전남 114개소 등 400여 개의 주요 도로가 반복적인 침수 피해를 입었다. 전남도는 유실됐던 도로 81개소 중 62개소에 대한 응급 복구를 완료했다.

광주 전남대 인근과 신안교, 광산구 선운지구 등에서는 비를 피하지 못한 300대의 차량이 침수됐으며, 지하철 1호선의 평동역 1층 대합실이 침수됐다가 현재는 배수가 완료된 상태다.

광주에서는 광산구 소촌제의 제방이 붕괴돼 농경지 13.5㏊가, 전남에서는 벼 6202㏊(함평 1297㏊·나주 1344㏊·담양 1000㏊·영광 908㏊ 등), 밭작물 211㏊, 과수 93㏊ 등 총 6823㏊가 매몰 또는 침수됐다.

전남 11개 시군에 분포한 126개 농가의 축사시설이 물에 잠겨 닭·오리·한우 등 21만7000마리의 가축이 폐사했고, 곡성 5개소 등 양식장 8개소에선 뱀장어·철갑상어 등 생물 432만4000마리가 유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광주에서는 담장 2곳과 석축옹벽 23곳이 파손되고, 정전 4건, 단수 1건, 가로수 넘어짐 12건, 광주테크노파크 침수 등 공공시설 299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태풍 ‘장미’ 북상…직접 영향권

광주·전남의 침수 피해 복구가 끝나기도 전인 10일 제5호 태풍 ‘장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되는 데다 최근 계속된 비로 지반이 약해져 있는 추가적인 재난 피해되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 장미가 10일 오전 6~9시 사이부터 11일 오전까지 광주·전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대부분의 지역에 100~2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태풍 이동 경로에 가장 가까운 지리산 부근에는 최대 300㎜ 이상의 많은 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동부권과 지리산 부근에는 72~108㎞/h(20~30㎧), 전남 서부내륙에는 54~72㎞/h(15~20㎧)의 강풍이 동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0일 아침을 기준으로 거문도와 장흥, 완도, 강진, 여수, 고흥, 남해서부앞바다에, 같은날 오전을 기점으로 광주와 화순, 나주, 영암, 순천, 광양, 보성, 구례, 곡성, 담양 등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에 태풍 예비특보를 발효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

광주·전남 지자체들은 공공시설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사유입과 광주천 범람으로 운행이 중단됐던 광주선, 전라선 익산~여수엑스포역 구간 KTX·일반 열차 운행이 이날 오전 재개돼 광주역이 제 기능을 찾아가고 있으며, 송정~순천, 순천~목포, 순천~장성 간 등 경전선 3개 구간은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

장대비로 12편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던 광주공항도 김포·제주·양양(출발 25편·도착 26편)을 오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재운항하고 있으나 제5호 태풍 ‘장미’의 북상으로 10일 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9일 호우피해 점검을 위해 광주와 전남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지난 7~8일 내린 집중호우로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은 광주와 나주·구례·곡성·담양·장성·영광·화순 등 전남 7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건의했다.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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