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 국회 통과 ‘카운트다운’
민주 "尹 대통령 거부하면 다른 입법 도전"
국힘 "의무매입 못 받는다" 기존입장 고수
농민단체 "누더기법 불필요" 여야정 비판
입력 : 2023. 03. 22(수) 17:47
더불어민주당 양곡관리법 개정안 설명자료
쌀값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시장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2일 국회에서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가결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새로운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적으로 3분의 2 동의를 받아야 해서, 현실적으로 재의요구 방식은 쉽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다른 안전장치를 만드는 입법에 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규정한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가 해당 법률안을 재의에 부치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해당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민주당은 엄격한 의결 요건 때문에 재의 절차를 거쳐 통과하기가 쉽지 않기에 새로운 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농해수위가 같이 준비한 쌀값 폭락 대책은 다른 것도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대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정훈 의원은 “양곡관리법이 가장 합리적인 법인데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쌀에 대한 종합적인 대안들을 다시 낼 것”이라며 “식량자급률 법제화, 쌀 재배면적 관리 의무화 등으로 원래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했음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농민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로 보이지 않겠느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하루 사이에 정부가 전향적인 노력을 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23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애초 농해수위에서 본회의에 직회부한 안보다는 다소 후퇴한 안이다.

애초 농해수위 안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을 경우, 쌀값 하락률이 5%를 넘을 경우 초과생산량 전량을 매입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은 2차례에 걸쳐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 차례도 안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의장 중재안은 초과생산량 6%(1차) 또는 9%(2차), 쌀값 하락률 10%(1차) 또는 15%(2차)를 제시했다.

민주당이 수정해 23일 상정하는 안은 초과생산량이 3~5%에 달하는 경우, 쌀값 하락률이 5~8%에 달하는 경우 정부가 시기를 선택해 초과생산량 전량을 매입하도록 했다.

또 벼 재배면적이 증가할 경우 시장 격리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두었고, 벼 재배면적이 증가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매입물량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양곡관리법에 관해 의장께서는 양당이 좀 더 의견을 좁혀 합의 처리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민주당은 기존 약속에 따라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해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희는 다시 합의할 여지가 있는지 챙겨보겠다”면서도 “다만 의무 매입이 있는 한 저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 변함 없다는 정도의 입장 개진이 있었다”며 밝혔다.

기존 입장에 변동이 없다는 얘기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개정안 처리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그 이유로 △쌀 공급과잉 구조가 더욱 심화 및 쌀값의 지속적 하락 △미래 농업에 투자해야 할 막대한 재원(매년 1조 원 이상)의 소요 △식량안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음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 등을 들었다.

일부 농민단체는 정부와 여야가 양곡관리법을 누더기 만들고 있다며 이날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두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8개 농민단체 연합인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하원오, 이하 농민의길)’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치 운운하며 퇴행적 수정안 종용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누더기 법안 처리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의무조항 있는 한 합의 없다는 국민의힘 △거부권 운운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했다.

농민의길은 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대통령까지 모두 농민의 삶은 안중에 없다”며 “누더기 양곡관리법은 필요 없다. 우리 농민에겐 정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누더기 법안이 아닌, 농민의 삶을 지켜줄 진짜 양곡관리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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