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대표
이연주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 공인노무사
입력 : 2023. 03. 07(화) 19:20

이연주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 공인노무사
[특별기고] 수학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가가 없다. 학원의 공식적인 여름·겨울 방학이 5일씩 있는데 그것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휴가가 없다고 한다. 방학은 원장 선생님 혼자 결정해서 학원 강사들에게 통보하는 방법으로 정해진다.
B씨가 일하는 곳은 거의 초과근로가 없는 곳이다. 하지만 한번씩 주말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있는데, 그 때에는 초과근로 수당을 주는 게 아니라 휴가로 대신해 주고 있다. 아예 무급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돈으로 주면 간단할 것을 휴가로 사용하게 되니 그것도 번거롭다.
C씨는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특정 세금 신고기한에 일이 엄청 몰리지만, 평소에는 한가한 편이다. 그동안 야근을 하면 초과 수당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신고 기한 전후로 단축 근무를 시행하면서 초과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다.
휴가, 휴일근로수당, 근로시간과 같이 중요한 근로조건이 개별 노동자 당사자도 모르게 변경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
A씨는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의 대체’, B씨는 제57조에 따른 ‘보상휴가제’, C씨는 근로기준법 제51조에 따른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관련된 일부 사항에 있어서 개별 노동자가 아니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 또는 동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사업장 밖 간주시간근로제, 운수업 등 특수업종에 있어 연장근로 및 휴게시간 특례에 관한 사항, 퇴직급여 제도 설정 또는 변경 등에 있어서 근로자 대표의 역할이 요구된다.
근로기준법은 과반수 노조가 있을 경우 그 노조가 근로자 대표가 되며, 만약 과반수 노조가 없다면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근로자 대표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과반수 노조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가입 및 대표자 선출이 이뤄진다. 해당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의견에 따라 서면 합의 및 동의를 표시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4.2%다. 그 중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2%, 100인 미만 사업장은 1.6%에 그친다.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는 2000만명 정도가 되는데, 그 중 3/4 이상인 1500만명이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대기업 노동자 중심이며, 전체 노동자로 보면 사실상 노동조합이 전무한 수치다. 이렇게 노동조합이 없는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과반수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를 뽑아, 노동조건에 대해 사업주와 서면 합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의 선임 방법이나 절차에 대해서 별다른 규정이 없는 상태다.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들이 스스로 정하는 바에 따라서 결정할 수 있다.
행정해석은 대표자 선출 취지를 설명하고 사용자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거수, 기립, 투표, 회람용지 서명 등 특별한 제한없이 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적당한 직급의 노동자를 대표로 정해놓고, 이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도록 용지를 회람하는 형식으로 근로자 대표를 선출한다. 노동자들이 근로자 대표가 가지는 역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집단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 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자대표로 선출된 자 또한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업주의 지시로 대표로 선출되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용의 용지에 서명을 하는 식이다. 차근차근 내용을 모두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A씨처럼 나중에 연차휴가를 사용하거나, B씨처럼 초과근로를 하고 수당을 지급받아야 할 때, C씨처럼 탄력적근로시간제로 야근이 발생해도 초과 수당을 받을 수 업을 때, 또는 선택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 발생한다.
노동자 개인들은 그때서야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본인들이 선출한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서면합의를 했고, 되돌리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선정 과정 또한 문제이지만, 근로자 대표의 임기 또한 별도로 정해진 바가 없다. 한번 정해진 근로자 대표는 요건만 충족하면 계속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로자대표의 선정과정, 임기, 서면 합의 방법 등에 대해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주 52시간제 개편을 앞두로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와 권한, 책무 등을 정비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법 개정이 단순히 근로시간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강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B씨가 일하는 곳은 거의 초과근로가 없는 곳이다. 하지만 한번씩 주말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있는데, 그 때에는 초과근로 수당을 주는 게 아니라 휴가로 대신해 주고 있다. 아예 무급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돈으로 주면 간단할 것을 휴가로 사용하게 되니 그것도 번거롭다.
C씨는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특정 세금 신고기한에 일이 엄청 몰리지만, 평소에는 한가한 편이다. 그동안 야근을 하면 초과 수당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신고 기한 전후로 단축 근무를 시행하면서 초과 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다.
휴가, 휴일근로수당, 근로시간과 같이 중요한 근로조건이 개별 노동자 당사자도 모르게 변경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
A씨는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의 대체’, B씨는 제57조에 따른 ‘보상휴가제’, C씨는 근로기준법 제51조에 따른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관련된 일부 사항에 있어서 개별 노동자가 아니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 또는 동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 사업장 밖 간주시간근로제, 운수업 등 특수업종에 있어 연장근로 및 휴게시간 특례에 관한 사항, 퇴직급여 제도 설정 또는 변경 등에 있어서 근로자 대표의 역할이 요구된다.
근로기준법은 과반수 노조가 있을 경우 그 노조가 근로자 대표가 되며, 만약 과반수 노조가 없다면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근로자 대표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과반수 노조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가입 및 대표자 선출이 이뤄진다. 해당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의견에 따라 서면 합의 및 동의를 표시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4.2%다. 그 중 30인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2%, 100인 미만 사업장은 1.6%에 그친다.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는 2000만명 정도가 되는데, 그 중 3/4 이상인 1500만명이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대기업 노동자 중심이며, 전체 노동자로 보면 사실상 노동조합이 전무한 수치다. 이렇게 노동조합이 없는 대부분 사업장에서는 과반수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를 뽑아, 노동조건에 대해 사업주와 서면 합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의 선임 방법이나 절차에 대해서 별다른 규정이 없는 상태다.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들이 스스로 정하는 바에 따라서 결정할 수 있다.
행정해석은 대표자 선출 취지를 설명하고 사용자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거수, 기립, 투표, 회람용지 서명 등 특별한 제한없이 할 수 있다고 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업주가 적당한 직급의 노동자를 대표로 정해놓고, 이에 동의하는 서명을 하도록 용지를 회람하는 형식으로 근로자 대표를 선출한다. 노동자들이 근로자 대표가 가지는 역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집단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 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자대표로 선출된 자 또한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업주의 지시로 대표로 선출되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용의 용지에 서명을 하는 식이다. 차근차근 내용을 모두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A씨처럼 나중에 연차휴가를 사용하거나, B씨처럼 초과근로를 하고 수당을 지급받아야 할 때, C씨처럼 탄력적근로시간제로 야근이 발생해도 초과 수당을 받을 수 업을 때, 또는 선택근로시간제를 도입할 때 발생한다.
노동자 개인들은 그때서야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본인들이 선출한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서면합의를 했고, 되돌리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선정 과정 또한 문제이지만, 근로자 대표의 임기 또한 별도로 정해진 바가 없다. 한번 정해진 근로자 대표는 요건만 충족하면 계속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로자대표의 선정과정, 임기, 서면 합의 방법 등에 대해 법제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주 52시간제 개편을 앞두로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와 권한, 책무 등을 정비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법 개정이 단순히 근로시간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강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광남일보@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