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랜선 졸업식’
화면으로 ‘석별의 정’…꽃다발·외식 사라져
학부모·후배들 영상 축하…학교 측, 원격수업 감안 USB 등 선물
학부모·후배들 영상 축하…학교 측, 원격수업 감안 USB 등 선물
입력 : 2021. 01. 13(수) 18:35

13일 광주 선창초교 6학년들이 ‘랜선 졸업식’을 끝으로 졸업장을 수여 받았다.

지난 12일 광주 북구 일곡동 서일초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졸업장과 상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졸업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졸업생을 제외한 학부모 등은 참석이 제한됐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운 학교생활을 버텼던 학생들은 정든 모교를 떠나는 마지막 날조차 ‘랜선 졸업식’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우선시 한 졸업식은 학생 품마다 가득해야 했을 꽃다발과 학부모들의 응원도 종적을 감추게 만들었다.
13일 광주 광산구 선창초등학교에서는 사상 초유의 랜선 졸업식이 열렸다.
이곳 제16회 졸업생이 된 6학년생 190명은 정든 모교를 떠나야 하는 마지막 날까지도 마스크를 착용, 거리두리를 지키는 졸업식을 보내야 했다.
졸업식은 학생들의 접촉을 우려해 운동장이 아닌 교실에서 모니터를 활용해 진행됐다.
각반 학급 칠판에는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 ‘여기까지 달려온 네가 자랑스러워’ ‘초딩 탈출 넘버원’ ‘중학교 입벌려 우리 들어간다’ ‘우리는 초딩을 벗어 던지고 중딩으로 떠날 테야’ 등 각종 문구를 패러디한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졸업식 시작 전 한 반의 학생들은 학기 초 각자의 다짐과 목표 등 ‘1년 후 우리는’을 주제로 미래의 나에게 보냈던 편지를 꺼내 읽으며 그동안의 학교생활을 되돌아봤다.
교사는 학생들이 밀집하지 않도록 각각 밀봉해놨던 편지를 전해줬고, 학생들은 이루지 못한 목표는 중학교 때 다시 도전해보겠다며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성숙한 모습들을 보였다.
외부 인원 참석 최소화를 위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학부모들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온라인 방송을 너머로 이런 교실 내부의 모습과 자녀들이 졸업장을 수여 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교사들은 영상 송출을 위해 카메라를 이리저리 조절하다가도 학생들을 지도하는 등 마지막 날까지 쉴 틈없는 시간을 보냈다.
랜선 졸업식에서는 각 반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교장 선생님의 축하 말씀,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축하 영상 등이 재생됐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코로나19에, 원격수업에, 마스크 착용에 고생이 많았다”며 “항상 건강하고 중학교에 가서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아이들의 밝은 앞날을 기원했다.
학생들은 후배들이 미리 녹화해놨던 영상을 통해 졸업 축하 노래와 교가를 듣고, 봉사·선행·재능상 등 각종 상장을 수여 받는 등 조촐하지만 색다른 졸업식을 치렀다.
특히 학생들은 대형 졸업장 모양으로 복도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2m 간격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며 친구, 선생님과의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졸업생들이 중학교 입학 후에도 온라인 수업을 들을 가능성을 염두, 보조 배터리와 USB를 졸업 선물로 전달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나눈 제자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는 선생님들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전만중 선창초 교장은 “올해는 마스크 착용으로 더욱 힘들었을 학생들과 교사들, 원격수업으로 고생이 많았던 학부모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제자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는 부디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돼 보다 보람찬 학교생활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국 기자 stare8194@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