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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의 ‘백악관 회고록’과 위기의 한반도
박찬용 전남대학교 외래교수·정치학 박사

2020. 07.06. 18:47:47

[광남시론]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이 지난달 출판되면서 일파만파 외교적 파장을 미치고 있다. 볼턴은 미국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 출신이며 법무부 차관과 UN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다. 미국 네오콘의 이데올로기를 실현하는데 모든 것을 걸어온 볼턴은 유태인이며 북한에 대해 보수 강경파로 통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볼턴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직에서 해고당한 것은 이란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와 이견 때문이었다. 이 회고록은 북한의 핵과 관련된 이슈를 3개의 제목으로 집중적으로 다루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결정 과정과 네오콘의 긴박한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백악관에서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1급 비밀에 해당할 만한 내용이 상당수 있으며 진위를 떠나 내용 자체가 트럼프를 비난하고 보복하려는 의도가 있고 북핵이라는 긴급한 현안이 있어 우리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에 치열한 수 싸움과 한·미·일 간에 수많은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이 최우선 과제 였으나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하나의 쇼로 생각할 뿐 북한의 비핵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김정은이 제안한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방식의 북한 비핵화 방안이 합의될 가능성이 높았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대북제재 부분해제를 골자로 한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승인한 협상안을 막바지까지 필사적으로 막아낸 인물이 존 볼턴이다. 하노이회담 이틀전 트럼프는 협상안을 빅딜(big deal) 이나 스몰딜(small deal) 그리고 회담장 나가기(walk away) 세가지 중의 하나로 결론을 내렸다.

빅딜은 김정은이 완전한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 없으니 불가능한 것이고, 스몰딜은 대북 제재만 약화시키고 미국에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마침내 트럼프는 회담장 나가기를 선택한다. 이때 예상 밖의 결렬을 선택한 것은 당시 하원 청문회장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작정이던 마이클 코언의 증언이 불러일으킬 파장을 완화시켜 여론의 시선을 분산 시키려 했기 때문 이었다.

남북의 평화를 싫어하는 일본의 아베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처음부터 제재 해제는 안되며 대북 군사적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노이회담 전날 아베는 트럼프에게 전화하여 김정은의 ‘와일드 카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하며 완전한 핵폐기를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볼턴은 한국의 문 대통령을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역사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볼턴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협정을 무너뜨리려는 한국의 계획적인 도발이라는 일본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일본 우익들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할 때 측근들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로 50억 달러를 벌 수 있게 되었다며 한국에 10억 달러 수준을 50억 달러로 올리라고 요구해왔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상태지만 북의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결국 받아낼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필자의 견해로, 볼턴의 회고록이 지난 6월말 북한의 군사행동 보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북한에서 볼턴은 미친 전쟁광이다. 볼턴이 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라고 부른 것은 차라리 명예로운 호칭이다.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은 절대적인 한반도 평화주의자라는 사실이 세계적으로 증명 된 것이다. 지난 6월 24일 북한의 노동신문에는 대남비난이 사라지고 군사행동 보류와 장미꽃 사진이 게재 된 것은 이 때문 일 것 이다.

트럼프는 현재, 코로나19 대처실패로 인한 대규모 인명손실에 인종차별로 인한 대규모 시위사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경제위기까지 가중되며 자신의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따라서 트럼프는 북핵위기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오는 11월 안에 북한과 빅딜이나 스몰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때마침 우리의 통일부장관 등 대북라인도 바뀌고 한미워킹그룹을 뛰어넘으며 북한과 대화 하겠다는 제안을 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된 것 같다. 11월 선거의 반전을 위해 쇼맨쉽이 강한 트럼프가 3차 북미정상회담을 오케이 할 수 있다고 본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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