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사 위기 임업인의 눈물을 닦아줘야
박철형 임업인
입력 : 2026. 06. 09(화)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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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형 임업인
우리 국토의 허파이자 민생의 근간인 산을 지키는 이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소외돼 있다. 바로 전국 2위의 임업 규모를 자랑하는 전남의 임업인들이다.

임업인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고충은 농업이나 어업 등 타 1차 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제도적 지원과 그로 인한 소득 불안정이다.

지난 2022년 도입된 ‘임업·산림 공익직불제’는 오랜 기간 소외 받던 임업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현장의 실상은 상실감과 박탈감뿐이다. 농업 직불제에 비해 경영체 등록 기준 시점이 지나치게 까다롭게 묶여 있어, 수많은 영세 임가들이 시작부터 배제당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비록 최근 들어 농업 소농직불금과의 선택적 규제 완화 등 일부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고는 하나, 임업인이 체감하는 문턱은 여전히 높다. 산림이 제공하는 탄소 흡수, 산소 배출, 토사 유실 방지 등 천문학적인 공익적 가치에 비해 임업 직불금 예산 규모와 지급 단가는 농업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어 자본을 회수하기까지 최소 30년에서 50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는 임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소득 공백을 메워줄 실효성 있는 소득 보전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임업인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대한민국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위치한 전남은 매년 반복되는 기습적인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로 인해 황칠나무, 버섯, 산나물 등 지역 특산 임산물의 작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은 임업인들을 고사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산림 당국이 제시하는 화학 약제 방제를 수용하면, 임업인들이 피땀 흘려 획득한 ‘친환경 임산물 인증’이 화학 성분 검출 우려로 취소되는 황당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방제를 하면 인증이 날아가고, 방제를 거부하면 평생 일군 산림이 죽어 나가는 이 기막힌 현실 앞에서 임업인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깊은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다.

노동 환경의 낙후성과 인력난 역시 한계점에 다다랐다. 경사가 가파르고 험난한 전남의 산지 특성상 대형 농기계의 진입이 불가능해 대부분의 작업이 인력에 의존한다. 그러나 지역 소멸과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은 전남 농촌에서 산노동을 감당할 내국인 인력은 사실상 전멸했다.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하며 외국인 근로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경영비 부담은 임업인의 목을 죄어오고, 험한 지형 탓에 미끄러짐이나 추락 등 대형 안전사고의 위험은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 보호라는 명목 하에 촘촘하게 얽혀 있는 규제망은 내 산에 진입로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게 가로막아 임업인들의 손발을 묶어두고 있다.

결국 임업을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으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우선 임업직불제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경영체 등록 시점 제한 등 불합리한 독소 조항을 철폐하고, 산림의 공익적 기여도를 정당하게 평가해 직불금 지급 단가를 농업 수준으로 대폭 현실화해야 한다. 소외된 임업인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산림 보존의 가장 확실한 유인책이다.

재선충병 방제와 친환경 인증 제도의 유연한 연계가 시급하다. 국가적 재난인 재선충 방제로 인해 임업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친환경 인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거나 예외 조항을 신설해야 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산림 재해 보험의 보상 범위와 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청년 임업인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정주 여건 개선과 산림 작업의 첨단 기계화 인프라 구축에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경사지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소형 임업 기계 개발과 드론을 활용한 병해충 방제 및 예찰 시스템 확충은 고령화된 임업 현장의 노동 강도를 줄이고 안전을 확보할 유일한 열쇠다.

산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산을 지키는 임업인이 행복해야 우리의 미래 환경도 보장받을 수 있다. 이제라도 임업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고 일방적인 규제 대신 상생의 손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박철형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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