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도 없는데 과거를 잊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일제에 의해 가족을 잃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울분을 쏟아 냈다.

29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전날 오후 광주 동구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고발대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대회는 강제동원 피해 유족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일본의 역사 왜곡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유가족들은 이날 강제동원 피해를 증언하고,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 등에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박진주(75)씨는 “일제에 끌려갔다 돌아온 아버지가 눈만 감아도 시체가 보이고, 자신의 몸을 감싸는 트라우마를 겪다 고통 속에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박씨는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에 휘말렸다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온 피해자 박신우씨의 아들이다.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은 광복이후에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지금까지 미궁에 빠져 있는 대표적 사건 중 하나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 1945년 8월22일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에서 출발해 부산을 향하던 귀국선 우키시마호가 8월24일 교토부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의문의 폭발에 의해 배가 침몰하면서 조선인 수천여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배에는 강제 동원된 노무자 등 7000~1만여명 이상이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정확한 승선 인원조차 밝히지 않고, 승선자 3700여명 중 한국인 524명, 승조원 2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뒤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해 버렸다.

특히 침몰한 배를 인양해 폭발 원인을 조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1950년 3월에서야 1차 인양 작업에 나서고 최종적으로는 사건 발생 9년이 지난 1954년에서야 인양하는 등 인도적으로도 사망한 이들에 대해 있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또 전쟁에 패한 직후 일본 해군이 마련한 수송선에 오르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보급을 끊을 것처럼 서둘러 조선인들에게 승선을 강요하고, 폭발 전 승선자들을 놔둔 채 선장과 승조원들만 작은 배에 옮겨 탄 일 등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다.

박씨는 “일본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가족들은 일본 제품도 쓰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을 개처럼 끌어다 고통을 겪게 했으면 당연히 사죄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정리하자고 하는데 가해자가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를 어떻게 잊을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이어 1941년 일본 해군 군무원으로 붙들려 갔다 1943년 5월 남태평양 팔라우섬에서 사망한 서조왕금씨 아들 서태석씨를 비롯해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와 이별한 한문수씨, 일본 탄광에 끌려갔다가 숨진 천병오씨 조카 천양기씨, 제주도에 있는 일본군 해안 진지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숨진 박검술씨 손자 박철희씨 등이 각자의 사연을 전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광복 후 80여년이 다 돼 가지만 그날의 아픔을 겪은 피해자들은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그 상처는 유족들에게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날 피해자들이 겪었던 역사적 진실을 미래 세대에 올바르게 전승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 자리가 시민들로 하여금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