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강추위가 시작되면서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혈액 보유량이 적정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년 이 맘때를 기점으로 보유량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4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광주·전남지역 혈액 보유량은 6.4일분이다.

혈액형별 보유량은 O형 6.9일분, A형 5.7일분, B형 6.5일분, AB형 7.0일분으로 모두 적정수치를 웃돌고 있다.

보건복지부 ‘혈액 수급 위기 대응 매뉴얼’상 적정혈액보유량은 하루평균 5.0일분 이상이다.

혈액보유량이 5일분 미만일 경우 ‘관심’, 3일분 미만은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일 경우 ‘심각’ 단계로 분류된다.

현재 혈액 보유량이 기준치보다 높은 이유는 수능시험이 끝난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문화상품권, 기프트 카드 증정 등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헌혈자를 수를 대거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최근 4년간 겨울철 혈액 보유량 추이를 보면 12월을 기점으로 혈액 부족 현상이 격화되고 있다.

실제 광주·전남 연도별 일일 혈액 보유량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1월 3.2일분·2월 2.8일분, 2020년 1월 4.8일분·2월 3.6일분 등 매년 이맘때를 기점으로 혈액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1월 5.1일분·2월 5.4일분으로 적정수치를 기록했지만, 올해의 경우 1월 7.0일분이었던 혈액이 2월 3.3일분까지 급감했다.

이처럼 매년 겨울철마다 혈액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데는 주요 헌혈 고객층인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 내 헌혈자들 가운데 중·고·대학생의 비율은 47%로,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이 동절기 방학에 돌입하면서 학생들의 단체헌혈이 급감, 이는 혈액 보유량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추운 날씨로 인해 야외활동이 줄어들어 개인헌혈이 감소하는 증상도 동절기의 고질적 부족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또 감기나 독감과 같은 질병으로 인한 헌혈 부적격자들이 늘어난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더욱이 최근에는 지역 내 코로나가 재확산되기 시작하면서 혈액 부족 현상을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실제 코로나 기간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년 중 3개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정 수치인 5일분을 밑돌았다.

여기에 올해 2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혈액 보유량이 경계 단계에 근접한 수치인 2.0일분까지 하락하며 큰 위기를 겪었다.

이처럼 날씨,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또 다시 혈액 급감이 예견되면서 혈액원 측은 헌혈자를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광주시·전남도와 협조해 혈액수습 관련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내년도 헌혈자 유치 프로모션에 다양한 이벤트 진행을 검토 중이다.

광주전남혈액원 관계자는 “현재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어 헌혈만이 수혈이 필요한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며 “동절기에는 학교들의 방학 돌입과 시민들의 외부 활동 감소로 인해 매년 혈액이 부족하기 때문에, 건강상태도 점검하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는 의미 있는 헌혈에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