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프로배구단 김형실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AI페퍼스는 29일 “김형실 감독이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면서 “내부적으로 고민한 결과 김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에서 후임 감독을 찾고 있다”면서 “이전까지는 이경수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백전노장’ 김형실 감독은 지난해 한국프로배구 V리그 최초의 호남 구단이자 7번째 여자프로배구단인 AI페퍼스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1982년부터 1984년 LA올림픽까지 한국여자대표팀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1997~1998년, 2005년에는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36년 만에 4강 신화를 작성했다.

대표팀 감독 이전에는 KT&G(현 KGC인삼공사)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활동했다. KT&G 감독시절 V-리그 원년(2005시즌) 우승을 이끌었고, 2006년에는 대한배구협회 전무이사, 2015~2017년에는 KOVO 경기운영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AI페퍼스에서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선수단의 평균연령은 21세가 되지 않고, 평균신장도 178㎝에 그쳤다. 신인드래프트를 거쳐서야 16명의 선수단을 완성할 정도로 연습량과 연습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AI페퍼스는 신생팀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수년간 실력을 쌓은 기성팀과 견줘도 밀리지 않은 모습을 뽐냈다.

그 결과 2021-2022 V리그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창단 첫 승(세트스코어 3-1)을 따냈다. 이후 1월 18일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안방 첫 승(세트스코어 3-0)을 신고했다. 2월 11일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선 불리함을 뚫고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1로 눌렀다.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감독

올 시즌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자 선수 보강에 열을 올렸다. 세터 이고은(3년·9억 9000만원)과 미국 국가대표 니아 리드, 194.5㎝ 역대 최장신 신인 염어르헝을 영입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22-2023 V리그를 치르기도 전에 주전 미들블로커 하혜진이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염어르헝도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여기에 이한비(오른쪽 손목), 구솔(허리), 박은서(오른쪽 발목) 등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그 결과 AI페퍼스는 개막 10연패를 맞았다.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획득한 승점은 단 1점뿐이었다. 연패가 계속되자 김형실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김형실 감독은 “사실 1라운드를 전패로 마칠 때부터 사임을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지난 27일 IBK기업은행전 패배(세트스코어 1-3)로 개막 10연패를 당하게 되자 마음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시즌 17연패를 당했던 창단 첫해와는 엄연히 다르다”면서 “올 시즌에도 지금 같은 경기력이 반복되면 팀과 선수들에게 큰 상처만 남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모두 내 탓이다”고 덧붙였다.

감독직을 내려놓았지만 AI페퍼스와는 완전히 이별은 아니다. AI페퍼스 구단주인 장메튜 대표이사가 ‘완전히 떠나지 말고 팀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김 감독 역시 ‘배구 발전을 기꺼이 돕겠다’고 화답했다.

김형실 감독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면서 “AI페퍼스는 더 강해질 수 있는 팀이다. 팬들에게 사랑받는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