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훌륭한 작품에는 그에 맞는 공연장이 필요하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무대에 올리느냐에 따라 몰입도와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제11회 정기공연 오페라 ‘투란도트’를 관람하기 위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을 찾았다. 공연 시작 전부터 가득 찬 객석은 무대를 기대하는 열기로 뜨거웠다.

공연은 3막으로 구성됐고 약 2시간40분 동안 진행됐다. 인터미션 시간이 되자 객석에 앉아있는 일부 관객들로부터 ‘의자가 너무 불편하다’, ‘공연장이 아쉽다’ 등 푸념이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극장1은 공간 연출의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다목적홀에 가깝다. 객석 의자는 가변형으로 설치돼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랜드 오페라와 같은 장시간 공연 관람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공연장의 울림이 적어서인지 때때로 배우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그랜드 오페라의 웅장함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열악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회전형 무대 등의 연출과 출연진의 열연은 빛났다. 대표 아리아 ‘네순 도르마’를 눈앞에서 들을 때는 온몸에 전율이 이는 듯 했으며, 핑팡퐁과 시녀 류의 연기는 재미와 감동을 더해줬다.

이번 공연은 광주시립오페라단과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오페라하우스의 합작품으로 지난 9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 데 이어 광주 무대에 오르게 됐다. 제작진의 애정과 땀방울이 깃든 작품을 광주시민들도 더 적합한 공연장에서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예향 광주의 전문 공연장 부재가 더욱 여실히 느껴지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