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카타르 월드컵이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올해 연말은 평소보다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주가 돼가지만 늘 그래왔듯 책임자 처벌도 진상 규명도 더디기만 하다.

정부는 참사가 일어난 다음날인 지난 10월30일부터 이달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고, 이에 따라 전국의 각종 축제와 공연이 잇따라 취소나 축소 운영을 발표했다. 광주·전남의 지자체 및 기관, 민간단체 등도 예정됐던 공연들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이번 참사는 인파가 몰린 골목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였기에 월드컵 거리응원 같은 군중 행사에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연말 행사 분위기를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두고 문화예술 종사자들 사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애도의 방법은 각자 모두 다른데 국가에서 기간과 방식을 정하고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상처입은 사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적절한 방법과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국가적 참사나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문화예술은 여러 제재를 받아왔다. 사람들은 단순히 즐겁게 흥을 돋우고 사진을 찍기 위해 공연장이나 전시회를 찾는 것이 아니다. 작품 감상을 통해 감동을 받고 마음의 치유를 느끼며 눈물짓기도 한다. 예술만큼 위로와 가까운 방식이 또 있을까. 진정한 애도는 보여주기식 조치들이 아닌 책임자 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위한 대책 마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