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광주전남북국악인협의회(의장 박춘맹)는 음악교과서에 국악 용어를 지키기 위해 만든 단체다. 협의회 회원은 광주·전남·전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국악인들이다. 광주전남북국악인협의회는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으로 인해 결성됐다.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는 국악 용어인 ‘시김새’, ‘장단’의 용어를 양악의 개념인 ‘꾸밈음’과 ‘리듬’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시김새’와 ‘장단’은 국악의 고유한 용어이며, 우리나라 음악문화의 상징 중 하나다.

문제점을 인식한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지난 4월21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원로 국악인 국가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5월4일 성명서를 추가로 발표했다. 이후 5월15일 청계광장에서 국악인 문화제를 열었고, 교과서에서 국악을 지키기 위해 함께 힘을 뭉쳤다.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15일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주최의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정도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광주전남북국악인들은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국악을 지키기 위해 뜻을 모았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와 함께 8월12일 광주교대 앞에서 ‘음악교과에서 국악 용어를 지키기 위한’ 시위를 진행했고, 이후 공식적으로 광주전남북국악인협의회를 결성해 8월28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광주전남북국악인협의회는 ‘교과서에서 국악 용어 지키기’에서 보다 발전적인 주장을 했다. 국악을 표시과목으로 하는 ‘국악교과서를 만들어주세요’가 그들의 주장이다. ‘국어’, ‘국사’가 언어나 역사에서 단독으로 분리돼 교육하듯이, ‘국악’을 음악으로부터 독립해 표시과목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는 국가무형문화재를 비롯한 광주시·전남도 문화재 보유자 외 다양한 연령대의 국악인 40여 명이 참여했으며, 성명서 발표와 전통 국악공연을 선보였다.

광주전남북국악인협의회의는 성명서 발표 당시 향후 행동 방향을 제안했다. 그것은 국민에게 버스킹 공연을 통한 국악 선물하기, 국악 활성화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국악교과서 만들기 청원, 그리고 교대 및 사대 국악교육과 신설 청원이다.

버스킹 공연은 지난 9월16일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전남대 캠퍼스에서 시작됐다. 공연에는 국악학과 재학생들이 참여했다. 이후 10월3일 중외공원, 18일 광천터미널 야외 광장에서 향산주소연판소리보존회와 30대 국악인들이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공연을 선보였다. 공연과 서명운동이 함께 이루어졌고, 광주시민들과 소통하며 교육현장에서 국악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국악공연을 가까이서 본 시민들은 “전공자의 악기 연주는 전문적인 느낌과 함께 아름답다”는 소감과 함께 서명을 남겼다.

광주전남북국악인협의회는 광주시 시의회와 전라남도 도의회를 각각 방문했다. 그 결과 전라남도의회 이재태 의원의 건의안이 대표발의됐다. 발의안은 ‘음악교과 과정 국악교육 현행 유지 촉구 건의안 대표발의’다.

광주전남북국악인협의회의 의견은 일제강점기에도 지킨 우리문화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이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전승해야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문화인 아리랑, 농악, 김치 등을 ‘중국문화’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 농악, 판소리, 종묘제례악 등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은 아리랑을 중국음악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악에서 용어를 바꾼 사례는 일제강점기에 실제 존재한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악곡 중 ‘용광정명’(龍光貞明)에 관한 것이다. 용광정명은 ‘열광정명’(烈光貞明)으로 기록된 흔적이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의 왕을 상징하는 용(龍)을 대신해 열(烈)을 사용한 것이다. 실제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연주자를 스승으로 둔 지금의 원로 국악인은 열광정명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 지금까지도 이러한 흔적은 음반과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례로 보아 시김새가 꾸밈음이 되고 장단이 리듬이 된다면 국악 용어는 사라진다. 아리랑이 세마치 장단이 아닌, 삼박자 음악이라고 교육되는 것이 교육 현장에서 올바른 일인지에 대한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더군다나 이러한 논의 제기는 일제강점기도 아닌 2022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악은 반만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이고, K-Pop을 비롯한 한류문화의 근본이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음악이며, 한반도의 고유한 문화다. 문화가 시기나 사람에 따라 변화하듯이 국악도 오천년 역사 동안 한반도에서 변화돼 왔다. 국악의 가락과 장단 그리고 용어는 우리나라 음악문화의 정신이자 상징이다.

국악인들의 노력으로 11월9일 공개된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시김새와 장단의 용어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이러한 음악과 교육과정의 논의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광주전남북국악인협의회는 ‘국악교과서 만들기’에 참여할 것이며, 시민들의 협조와 참여를 간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