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는 각박하지 않다. 물질만능의 시대 개인주의화가 팽배해진 시국 속 타자들을 위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그의 시에서 읽혀지는 시선은 ‘쉼표’를 통해 따뜻하고 아늑함을 표출한다. 드들강변에서 강물의 울림을 놓치지 않은 시인의 이번 시편들은 생을 비추는 달빛처럼 시적 깊이가 웅숭깊다 할 수 있다.
이처럼 생에 대한 근원적 고찰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를 탐구해온 광주 출생 홍관희 시인이 두번째 시집 ‘홀로 무엇을 하리’를 펴낸 뒤 14년 만에 세번째 시집 ‘사랑 1그램’을 걷는사람 시인선 66번째 권으로 출간했다. 표제는 사랑이라는 무형적 용어를 실물처럼 구체화시켜 우주만큼 소중한 가치에 빗대 비유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그의 시편들은 광주를 떠나 새롭게 삶의 터전으로 일군 남평 드들강변에서 ‘강물 위에 쓴 시’ 카페를 운영하며 시작을 벌여온 결과물들인 셈이다. 삶과 자연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은 인스턴트화된 삶에서 탈피해 자연을 고스란히 닮으려고 애를 쓰는 시인의 성정이 느껴진다.
‘세상을 밝히기 위해 바다를 뚫고 올라오려는 해를/내리누르고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며/내가 그녀의 저항선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하였다’(‘제주 바다 수평선이 가르쳐 준 것’ 일부)거나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한 울음들이/떠받치고 있는 작은 섬들의/어깨가 흔들리고 있다’(‘흔들리는 섬’ 일부), ‘하루아침에 앉은키로 세상을 마주하게 된/친구의 계절은/지워지는 봄날에 늘 갇혀 있었다’(‘무등산 낮달’ 일부)고 노래한다.
시인의 시적 지평은 거창함 대신 소소한 일상의 기억들을 깨운다. 그녀에 대한 장애물이 되지나 않을까, 짓눌린 울음에의 탐색, 봄날에 갇힌 친구의 시간들을 조망했다. 그의 시에서는 과잉의 욕망들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에 대한 시적 접근이 우선한다. 온기어린 삶의 무늬가 새겨진 모든 자연의 속살들을 섬세하게 농익은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자신만의 톡톡 튀는 시적 언어로 시의 몸체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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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관희 시인 |
특히 이번 시집에는 ‘드들강’이나 ‘강물 위에 쓴 시’, ‘송정리’ 등 유독 연작시편들이 많다. 삶의 편린들이 얼룩처럼 선명한 자국으로 조각된 시편들로 간절한 삶에 대한 본질과 자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시인은 ‘풀잎같은 걸음으로 하루에 하루를 살아/내가 조금씩 내가 되어 간다’(‘강물 위에 쓴 시 3-드들강에서’)고 나지막이 들려준다.
조성국 시인은 ‘영혼이 흘리는 울림 깊은 눈물의 은유’라는 제목으로 한 해설을 통해 “푸르고 흰 하늘이 비친 강물을 가로질러 가 본다. 강물이 깊어진다. 소리가 깊어지니 형이 강물 위에 쓴 시도 잔잔해지는 듯하다. 시를 안으로 삼켰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리를 마음 안쪽 깊숙이 삼켰기 때문일까. 강물이 소리없이 흐른다. 또 다시 마음이 평평해진다”고 평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표사를 작성해 눈길을 끈다. 그의 아들 승안씨는 한예종을 졸업한 뒤 무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다. 승안씨는 추천사를 통해 “시인은 한순간도 시와 사랑을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면서 “오랫동안 시인의 시를 맨 처음 읽어 온 독자로서 꿈꾸는 소년처럼 살아가는 시인의 따뜻한 말들이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몸 밖으로 영영 내보내고 싶지 않은 문장으로 깊이 새겨질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홍관희 시인은 1982년 ‘한국시학’으로 등단, 시집 ‘그대 가슴 부르고 싶다’와 ‘홀로 무엇을 하리’ 등을 펴냈으며, 녹색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는 핵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를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