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조직위원장

아시아 문학인들이 한자리에서 문학적 상상력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 대안을 모색하는 문학축제를 펼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이강현)과 제4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이경자)가 공동 주최하는 ‘2022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올해의 경우 광주·전남지역 문인들을 아울러 광주의 정신을 지역에서 아시아로, 나아가 세계로 뻗어 나간다는 취지여서 기대를 모은다.

‘아시아의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릴 이번 축제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문화전당 국제회의실을 포함한 일원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의 주제는 여러 사회·정치·문화 상황에 처한 문인들의 애환에서 모두가 디아스포라인 현대인에 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부터 달라진 점은 기존처럼 축제 마지막 날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고 개막과 동시에 발표, 시상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당은 사전행사로 ‘미리 만나는 아시아문학’을 지난달까지 진행하면서 총 7회의 강연과 대담 등을 거쳐 시민들과 수상자의 작품을 심도 있게 톺아봤다. 전국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14일 숭실대에서 아시아문학 학술대회를 열고 ‘탈식민 냉전에 대한 아시아 문학의 저항’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 문학인들의 초청과 이들에 대한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져 다소 소외돼왔다고 느낄 수 있었던 지역 문인들이 주체적 입장에서 문학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도록 광주전남작가회의를 통해 이들과의 간극을 좁히는데 주력했다. 또 해외 작가들의 작품만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국내 작가들의 시를 영어로 번역, 지역 문인들의 문학적 표현을 해외에서도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문정희 시인

소설가 캐서린 로스 가랑가즈 토레스

주요행사는 아시아문학상 시상식 및 세 차례의 아시아문학 세션, 아시아문학의 밤 등으로 이뤄진다.

먼저 20일 오전 아시아 각국에서 온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이 아시아문화주간 행사와 전시를 둘러보는 전당 나들이로 시작한다. 오후에 진행되는 개막식은 김시종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제4회 아시아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기조강연 및 축하 공연으로 구성된다. 김 시인은 ‘재일(在日)의 삶’을 살면서 한반도의 분단 극복과 민주화운동, 아시아의 탈식민 냉전에 관한 문학 활동에 전념해왔다. 시상식에 이어 수상작인 ‘입다문 말’과 ‘사월이여 먼 날이여’ 낭송도 준비된다.

개막식을 마친 뒤 기조강연으로 진행될 아시아문학 세션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건강한 지구,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인간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담론을 도출하고 실천을 위한 문학인의 연대를 구축한다. 첫 날 진행될 세션1은 ‘마주보기-잃어버린 얼굴’이라는 주제로 객체로서 아시아가 다시 아시아인을 객체화시키는 이중의 모순에 관한 토론을 벌인다. 이 자리에는 베트남계 프랑스 소설가 도안 안 투안과 소설가 손홍규, 2018년 맨부커상 국제상 후보 대만작가 우밍이(국립동화대 교수), 김수우 시인, 신철규 시인, 문학평론가 고명철씨 등이 참여한다.

둘째 날 이뤄질 세션2 ‘새로 보기-아시아의 청년’에서는 싱가포르의 앨빈 팡 시인과 한국 소설가 박서련씨가 주제 발표자로 나선다. 이들은 필리핀 소설가 캐서린 로스 가랑가즈 토레스, 고영서 시인, 최지인 시인과 대륙 간 경제 구조의 불평등이 아시아 내부에서 세대 간 불평의 심화를 초래한다는데 주목, 아시아 청년들의 서사를 위한 대화를 이어간다.

제4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기념하기 위해 발간한 광주전남시인 시선집 ‘물을 가지고 놀았다’(문학들 刊)의 출판기념회와 아시아 시인들이 한 무대에 올라 시를 낭송하는 ‘아시아 문학의 밤’도 열려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특별 초청작가인 문정희 시인의 ‘세계와 만나는 한국문학 그리고 나의 시’ 순서로 시작해 베잔 마투르, 앨빙 팡, 송경동, 박두규, 이정록, 김중일, 김완, 이재연, 고려인 시인 김 블라디 미르, 전숙 시인이 시낭송 및 작품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앨빈 팡 시인

손택수 시인

축제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고재종 시인의 사회로 진행될 제3세션 ‘함께 보기-거대한 전환’이 준비된다. 이 자리에서는 튀르기에의 베잔 마투르와 한국의 장이지가 발제자로 참여하고, 손택수, 김재영이 패널로 참여해 인간성과 연대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문학적 방안을 모색한다.

또 이날 토론회에 앞서 작가들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추모시를 낭송하며, 미얀마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지난해 일어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항쟁 중 사망한 캑띠, 깨이자윈, 찌린에이 등 3명의 시를 미얀마 유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듣고,여전히 항쟁의 중심에 있는 린띳에잉, 흐?산다에이 등 시인의 작품을 조명한다.

‘아시아의 오래된 힘과 창조적 전환’이라는 주제 아래 ‘언론과의 대화: 작가와의 프레스 컨퍼런스’도 펼쳐진다. 이경자 조직위원장, 김시종, 우밍이, 도안 깜 띠, 전찬일 영화평론가, 언론인들이 자리를 함께한다.

행사는 아시아 국내 참여 작가들과 함께 의견을 모아 만든 ‘2022 광주 아시아작가 선언문’ 발표로 끝을 맺는다.

이경자 조직위원장은 “그동안 민주화운동의 원형 정신을 아시아 민주국가, 민주 정신과 연결하는 게 핵심이었다면, 올해는 외부로부터 광주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지역 문인들의 작품이 가진 광주 정신의 문학적 표현을 전 세계인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첫 시작”이라며 “모든 광주시민들이 이번 축제에 참여해 향후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광주 자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간 이외의 생명과의 상생을 저버린 결과가 감염병 세계적 유행(팬데믹)이며 도시 이외 자연을 지키지 않은 결과가 기후 위기였다. 아시아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를 극복하는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행사가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인들의 축제로 발전해가기를 기원한다”며 “페스티벌을 통해 축적된 아시아 문학작품을 콘텐츠로 개발하는 등 아시아 문학 저변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행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며,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www.ac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