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고물가의 파장이 독감 백신주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국에서 독감 예방 접종이 본격화된 가운데 접종 예정자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병·의원 찾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이 1000명당 5.1명으로 유행 기준(4.9명)을 초과하면서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 발령 이후 본격적으로 독감 예방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무료 접종 대상인 생후 6개월~만13세, 임신부, 만 65세 이상 외에는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유료로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를 맞아 시민들에게 독감예방 접종 가격은 선뜻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확인한 결과 광주지역 내 병·의원에서 취급하는 독감 백신 가격은 2만5000원에서 5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전남지역도 2만원에서 4만5000원까지 가격이 형성 돼 있다.

이들 제품 모두 면역증가제가 포함된 4가 독감백신이다.

이처럼 제조 회사만 다를 뿐 효능이 사실상 같은 독감 백신의 가격이 2~3만원까지 차이를 보이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저렴한 독감 백신’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두 자녀를 둔 주부 정 모씨(35) 가족은 해마다 집 근처 병원을 찾아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접종 전이다. 다름 아닌 ‘가격’ 때문이다. 그는 고물가에 허덕이는 상황에 조금이나마 저렴한 독감 백신을 맘카페나 지인들에게 수소문하고 있다. 아이들은 무료 접종 대상이라 상관없지만 부부의 경우에는 유료로 접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에 가던 병원에서 1인당 4만원씩 주고 독감 주사를 맞았는데, 지인들과 얘기하던 중 조금 멀어도 2만5000원에 접종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싸다고 해서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뭐든 오른 시기에 1원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거리가 있더라도 가는 게 맞다”고 피력했다.

인터넷 맘카페 등지에는 지역 내 ‘독감 주사 저렴한 곳’을 묻고 댓글을 통해 인근 주요 병원의 가격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홈페이지에 각 병원의 예방 접종료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도 게시돼 있다.

이처럼 병원마다 예방접종 가격이 다른 것은 각 병원이 백신 종류·물량을 정해 따로 계약하고 직접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역 내 한 병원 관계자는 “최근 날씨가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하러 병원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났다”며 “간혹 가격 대비 효능에 대해 묻는 시민들이 있는데 가격이 높다고 해서 효능이 더 좋다고 할 수 없다. 독감 예방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은 지난 23일까지 2349만명분이 국가 출하 승인을 받았고, 다음 달 말까지 총 2553만명분이 출하될 예정이다. 모두 한 번 접종으로 4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이른바 ‘4가 백신’이다. 독감 백신은 제조 방식에 따라 계란을 배양해 생산하는 ‘유정란 백신’과 동물세포를 이용한 ‘세포 배양 백신’으로 나뉜다. 국내 제약사(보령바이오파마 2품목, 보령제약, GC녹십자, 한국백신 2품목, 일양약품) 7품목과 다국적 제약사(사노피파스퇴르, GSK)의 수입 2품목 등 9종은 모두 유정란 백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