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요즘 한국정치를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희망도 메시지도 없는 ‘3류 코미디’ 같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와 지난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영향으로 국내외 금리인상정책이 이어지면서 경기침체와 폭등하는 물가로 국민의 삶이 퍽퍽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연일 정파싸움과 권력투쟁에 여념이 없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나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 다르지 않다. 당권을 누가 잡느냐를 두고 혈안이다.

정치의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당헌·당규를 개정하거나 법률논쟁에 나서고 있는 꼴이 참으로 한심하다.

정당민주주의는 오간 데 없고, 오로지 당권을 장악해 다가오는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다.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정치 리더십이 사라지면서 대한민국 정당정치가 퇴보하고 있다.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을 보자. 비상사태에 ‘자중지란’이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창출한 지 얼마 안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정권교체로 국정을 주도해도 모자랄 판에 멀쩡한 당을 ‘비상사태’라고 우긴다.

대선·지방선거 연승에 기여한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성 상납 의혹 등과 관련,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직무정지 결정으로 이 대표를 찍어낸 것이다.

뒤 이어 이 대표가 법원에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국민의힘은 아수라장이 됐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노출되면서 분란은 재점화됐다.

법원의 판결로 ‘주호영 비대위’가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당헌 개정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윤핵관이 당권을 잡으려는 힘겨루기는 조만간 끝나겠지만 집권당의 내상은 당분간 지속될 게 자명하다.

이준석 대표의 법적 대응은 한편으론 당연하면서도 너무 성급했다. 물러났으면 자중해야 했다.

물론 청년세대를 결집하면서 대선·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한 대표를 축출한 것은 분명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당 대표였던 그가 전국을 돌며 내부총질을 하는가 하면 잇따른 법정투쟁에 나선 것은 볼썽사납다. 당내 문제를 정치가 아닌 법으로 끌고 간 것은 문제가 있다. ‘법보다 느린 정치’는 안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대표 선출로 급한 불은 껏지만 여전히 ‘폭풍전야’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전당대회는 예상대로 이재명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전당대회 내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이후 혁신과 쇄신하는 모습보다는 ‘친명계’ 사당화를 우려하는 비명계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특히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꼼수로 개정했다. 당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된 지 하루 만에 당무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정치 보복성 수사 대상자를 보호하자는 명분이지만 누가 봐도 ‘이재명 방탄용’ 개정이다. 부끄러운 짓이다.

이재명 대표 선출로 당내 지도부도 대부분 ‘친명계’가 장악했다. 의견이 다른 정치인들을 설득하기보단 밀어붙이식으로 가면 당의 앞날이 불안해진다. 대선과 지선 패배가 강성지지층의 지나친 팬덤정치에 기인했다는 우려를 새겨야 한다.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자들만 보고 간다면 당 혁신과 쇄신은 기대할 수 없고, 중도층의 이탈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선에 이은 전당대회에서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의 낮은 투표율도 여기에 기인한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반대세력들을 포용하고 협력해야만 당이 안정될 수 있다.

당 대표 선출로 그간의 내홍은 일단락됐지만 갈라진 ‘친명’과 ‘비명’의 갈등은 언제든지 돌출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국민들은 희망을 읽지 못하고 있고,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장 이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 소환을 놓고 여야는 연일 거센 공방을 벌이고 있는 데다 두 ‘김여사’(김건희·김혜경)리스크도 정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지향하는 정치는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이 최우선이다.

추석이 코앞이다.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조차 힘겨운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넘어 혐오하고 있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 권력을 행사하는 위정자(爲政者) 즉 정치인들은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노자는 ‘최상의 정치는 임금(대통령)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정치’라고 했고,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최선의 위정자는 백성의 마음에 따라 다스린다고 했다.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바라건대, 제발 정치 좀 하시라. 국민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정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