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바야흐로 ‘예산철’이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내년도 살림을 꾸려갈 국가 예산 확보를 위해 밤낮으로 발품을 팔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나오고 있다.

국회의 본격적인 예산심의는 몇 달 후가 되겠지만, 지자체로서는 정부의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대응해야 한다. 국비 확보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어느 예산 하나 마음 놓을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예산철 풍경이지만, 올해 유독 더 관심이 가는 이유가 있다.

올해는 민선 8기를 열면서 각 지자체장이 앞다퉈 청사진을 내놓은 터여서 그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의 부담도 만만찮다.

광주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강기정 시장을 비롯한 부시장과 실·국장들도 일찌감치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찾아 지역 현안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전국 각 지자체가 해마다 지역 정치권과 함께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서 한정된 재원에서 우선 배분을 요구할 수 있는 당위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정부가 내년 긴축재정을 예고해 지자체의 국가 예산 확보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출범 후 첫 예산안(2023년도)을 짜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달 안으로 편성을 마무리해 다음달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윤 정부는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폐기하고 ‘건전 재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관리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재정수지) 적자를 3%(2022년 말 5.2%) 이내에서 관리하고, 국가 채무 비율은 50% 중반(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50.1%)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재정 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기재부는 이에 따라 내년 예산(총지출)을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보다 5%가량 늘리는 선에서 편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8년 이후 매년 9% 안팎 늘려온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의 증가폭이다. 1·2차 추경을 포함한 올해 전체 예산(679조5000억원)보다도 적은 규모다. 전년도 예산(추경 포함)보다 규모를 줄인 본예산 편성(국회 통과 기준)은 2010년 이후에는 없었다.

특히 재량지출과 관련해 기재부 장관은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다.

재량지출은 정책적 의지에 따라 대상과 규모를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한 예산을 말한다. 재정지출에서 교부금, 채무상환 등 의무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출을 말하며, 올해 본 예산 중 절반가량인 304조5000억원이 재량지출에 해당된다.

그러면서 재량지출의 최소 10% 이상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예산 기준 재량지출의 10%면 30조원을 넘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시는 여야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 부처를 직접 찾아, 지역 현안과 함께 국가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선 8기를 이끌고 있는 강기정 시장은 지난 6월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예산정책간담회를 시작으로 지난달 8일 대통령주재 시도지사 간담회, 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면담, 18일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 등에서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

이달 3일에는 국민의힘 광주시당에서 찾아가는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호남 출신 재정통’인 안도걸 전 기재부 제2차관을 시 재정경제자문위원으로 선임, 국비확보를 위한 전략과 대응 방안 등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번 내년도 국비 확보전의 결과는 강기정 시장을 비롯해 민선 8기 단체장들의 정치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국가예산안은 이달 말까지 기재부 심의를 거쳐 정부안이 확정되고, 9월 초 국회에 제출돼 예산안 법정 기일인 12월 2일까지 국회 각 상임위 및 예결 특위에서 심의 절차를 거친다.

산적한 지역 현안에 민선 8기 새 단체장들이 공약한 지역발전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출발점은 당연히 예산 확보다.

그러나 국비 확보가 단순히 지자체 관계자들의 발품만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지난한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명분 또한 중요하다.

지난 국민의힘과 예산정책협의회서 대통령 공약인 복합쇼핑몰 유치와 관련, 광주시가 국가지원 사업을 건의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점은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아울러, 지역의 정치권도 정치적 셈법을 떠나 원팀으로 뭉쳐 예산확보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 얼마 후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됐을 때, 더 많은 시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를 미리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