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미국이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풀었던 천문학적인 돈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은. 그 풀린 돈 때문에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세계의 언론은 인플레를 생중계한다. 빅스텝을 넘어 자이언트스텝이라 부르는 큰 폭의 금리인상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처법인 것처럼 각국 정부가 나서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까지 겹쳐 별무소용이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나아가 나라나 자치단체의 살림살이이고 보면 뭔가 또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광주는 6·1 지방선거를 치르고 새 시장 체제를 맞았다. 지난 민선 7기 4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여러 현안사업 추진과 시정의 면모를 겪은 터라 “이번에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심전심이다.

우선 떠오른 광주시의 현안은 대형 유통시설 유치다. 광주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5년 2019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를 겨냥해 특급호텔과 시내 면세점 등의 대형 유통시설 구축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사회적인 약자 ‘을’ 보호 분위기 속에 출범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강력한 견제로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사정과 형편을 두루 살피지 않은 민주당의 실책과 을지로위원회의 위세가 사업 포기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당시 윤장현 시장 시절 일부 시민단체와 이해관계가 있는 상인들을 설득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은 무소신과 소극적인 행정이 더 큰 요인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광주시정 최고 책임자의 우유부단함이 도시의 미래를 지운 것이다.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나,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엉뚱하게도 당시 야당인 국민의 힘이 광주의 복합쇼핑몰 부재를 들고나와 지역 공약의 쟁점이 됐다. 국민의 힘은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이용했지만, 국민의 힘 주장에 적잖은 광주시민이 공감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당은 변변한 변명도 대응도 하지 못했고 결국 대선에서 패했다.

이제 대형 유통시설 유치 문제는 강기정 신임 광주시장의 숙제가 됐다. 현대백화점의 선공을 시작으로 신세계와 롯데 등 국내 굴지의 유통업계가 경쟁적으로 투자의향을 내비치며 절호의 광주 출점 기회를 잡기 위해 치밀한 대응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무등산 접근성 논의도 마찬가지다. 전국 여는 자치단체와 다르지 않게 광주시도 ‘관광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현실은 어떤가. 광주를 찾는 외지인들을 잡고 물어보시라. 정말 순수하게 관광 목적으로 광주를 방문했는지, 관광차 왔다면 광주의 관광지나 관광상품 어떤 것을 즐기고 얼마나 만족했는지.

무등산은 광주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이다. 하지만 전문 산악인이면 모를까 평범한 차림새의 관광객이 무등산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그야말로 주마간산, 아니 주차간산이다. 차를 타고 휙 지나가며 “저기가 무등산입니다”라는 설명을 듣는 것이 외지인이 무등산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지역민 입장에서도 산에 오를 수 없는 노약자에게 무등산은 바라만 보는 대상일 뿐이다. 기존에 마련된 도로에 전기차나 카트를 이용해 무등산을 오르도록 하자는 요구와 주장이 이미 십 수년 전에 나왔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에 막혀 말도 제대로 꺼내보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자연환경과 경관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해 보자는 각계의 요구에도 광주시는 그 동안 묵묵부답 말이 없었다.

복합쇼핑몰 유치나 무등산 등반 지원시설 구축 등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광주시는 큰 결단을 해야 한다. 과거 시정을 보면 각종 용역이나 위원회가 발목을 잡은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전가의 보도처럼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를 피해가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현안 해결을 위한 강 시장의 강단과 결단, 이를 뒷받침할 공무원의 업무태도 변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엊그제 광주시가 복합쇼핑몰 로드맵을 발표하자마자 국비 요청을 두고 합당하지 않다거나 사전협의 절차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군공항 이전과 같은 더 시급한 현안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지만 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

과거 지난했던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반대 움직임을 공론화라는 형식과 절차를 거쳐 극복했던 사례도 있다. 시민과 대화하며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새로 뽑힌 지자체장에 대해 약간의 양해와 호의를 건네는 허니문 기간은 생각보다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