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전남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산지 쌀값은 80㎏당 17만9404원 선이다. 이는 2018년 이후 처음 18만 원 선이 무너진 것으로, 지난해 10월 5일 80㎏당 22만7212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쌀 가격 하락으로 인한 피해는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전남이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전남이 전국 생산량의 20%가 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남도의 벼 재배면적은 15만5435㏊로 전국(73만2477㏊)의 21.2%, 쌀 생산량은 78만9650t으로 전국 생산량(388만1601t)의 20.3%를 차지한다.

쌀 가격 하락으로 전남의 쌀 생산농가의 소득도 크게 줄고 있다. 쌀 가격이 22만7212원(지난해 10월 5일 기준)일 경우 약 2조2426억 원인데 반해 현 가격인 17만9404원에서는 1조7707억 원으로 축소돼 공공수매 등 여러 변수를 제외하고 단순 가격변동만을 반영할 경우 9개월 여 만에 4719억 원의 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쌀 가격 폭락 원인은 과잉생산과 소비량 감소에 따른 재고량 증가이다.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식량으로 꼽히는데, 우리나라의 주식이었던 쌀의 위치가 갈수록 밀이나 간편식품 등에게 밀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전년보다 0.8㎏(1.4%) 감소했다.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양이며, 30년 전인 1991년 소비량(116.3㎏)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의 애용과 밥 대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의 증가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기술 진보로 쌀 생산량은 느는데 쌀 소비량이 줄다 보니 매년 쌀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해 말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쌀 시장격리 조치를 취했음에도 현재 쌀 재고량은 76만4000t으로, 전년도 44만t에 비해 32만4000t이나 늘어났다.

반면 쌀 생산비는 매년 상승해 벼 생산 농가의 여건이 해마다 악화되면서 전남 쌀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쌀 전업농의 입지가 갈수록 줄고 있다. 쌀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도 해마다 늘어나면서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쌀은 여전히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 에너지의 원천이자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30억의 인구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

벼의 원산지는 중국 남부, 미얀마, 타이, 인도 동부 등 많은 곳을 기원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남부 후난 성 옥첨암 동굴유적에서 1만 1천 년 전의 볍씨가 출토된 바 있고, 미얀마에서는 1만 년 전의 유적에서 벼가 재배됐다는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나 2002년 우리나라 청주 소로리 유적에서 구석기 문화층과 함께 약 1만 5천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탄층에서 볍씨가 출토됐는데, 이것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쌀이다.

우리 민족은 쌀을 재료로 밥은 물론이고 술, 떡, 죽, 감주, 엿 등 많은 음식을 만들었다. 이런 음식들은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와 직접 관련을 맺고 있다.

쌀은 단백질과 섬유질, 비타민을 비롯해 필수아미노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쌀 정책은 따라서 일반 상품처럼 수급관리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식량 안보와 역사문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내 쌀값은 떨어지고 있다지만 세계적으로는 식량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주식을 가볍게 다뤄서는 큰일 날 수 있다.

특히 농민 생산기반 확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 보장에 대한 법제화가 절실하다.

매년 쌀 수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의 재고량이 넘어서면 시장격리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항구적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 쌀값 안정과 쌀 산업 육성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